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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매각을 더 선호하는 한국기업들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9-03 21: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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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매각을 더 선호하는 한국기업들  
▲ 이창수 파이브락스 대표(오른쪽)와 스티브 워즈워드 탭조이 CEO

미국 실리콘밸리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탐을 내는 국내기업들은 많다. 인수합병시장에서 국경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일본 등 외국기업이 국내기업을 인수한 것은 41건에 이르렀다. 무려 2조 원이 넘는 규모다.

한국의 스타트업을 찾는 해외 벤처캐피탈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중국본토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을 보유한 한국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들도 이제 더 이상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면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회사를 매각하려고 한다.

◆ 일본에 투자받고 미국에 팔리는 국내 스타트업

국내 모바일게임 데이터분석업체인 ‘파이브락스’는 업계에서 부러움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세계 최대 모바일 광고기업인 탭조이가 지난 8월 파이브락스를 400억 원에 인수했다. 파이브락스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됐다. 직원도 아직 22명뿐이다.

파이브락스는 모바일게임 사용자를 파악하고 게임 패턴을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들은 대상에 따라 마케팅을 달리 할 수 있는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이런 파이브락스의 서비스는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회의(GDC)에서 탭조이의 눈에 띄었다.

게임개발자회의 후에 열린 모임에서 한 핀란드 게임업체 관계자는 “파이브락스의 서비스는 놀랄 만한 수준”이라며 공개적으로 파이브락스를 소개했다. 이 덕분에 파이브락스는 100여 업체중에서 탭조이의 인수합병 기업으로 낙점받았다.

파이브락스가 인수됐다는 소식은 국내 IT기업들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파이브락스는 일본 덕에 커졌고 미국기업 덕분에 해외시장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이창수 파이브락스 대표는 “객관적으로 한국에서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쉽지 않다”며 “좋은 제품과 기술력에 실리콘밸리회사들이 관심을 보였고 매각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년 전 일본 벤처캐피털인 ‘글로벌브레인’으로부터 거액을 투자받았다. 글로벌브레인의 야쓰히코 유리모토 대표는 처음엔 외면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5분만 파이브락스 서비스를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간청했다.

야쓰히코 대표는 설명을 듣자마자 제품을 알아보면서 태도를 바꿨다.

그뒤 글로벌브레인은 본격적으로 파이브락스에 투자하고 사업을 지원했다. 파이브락스는 4개월 만에 세계 모바일앱 개발업체 700곳에 서비스하게 됐다.

파이브락스는 인수합병 후에도 독자적으로 경영하도록 보장받았다. 이 대표는 데이터분석 분야의 부사장을 맡아 지속적으로 사업을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모바일분야 발전속도가 엄청 빠르고 산업이 커지고 있어 한 회사에서 모든 것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점차 관련 영역끼리 회사간 합병이 적극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매각을 더 선호하는 한국기업들  
▲ 아비스타가 지난해 1월 중국 디샹그룹과의 전략적 인수합병에 따른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김동근 아비스타 대표(오른쪽)와 주리화 디샹그룹 회장.

◆ 중국기업들, 중국에서 통할 한국기업을 찾는다


글로벌기업이 눈독 들이는 국내기업은 IT기업이 전부는 아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더 이상 국내 부동산이나 게임업체에서만 인수기업을 고르지 않는다. 중국기업들은 이제 패션 화장품 등 소비재기업에 관심을 더 보인다.

코트라 관계자는 “중국기업이 노리는 시장은 협소한 한국이 아니라 광활한 본토”라며 “인수합병과 전략적 협력관계가 이뤄지면서 현지수출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기업들은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지 않고도 중국에서 소비할 수 있는 품목에 직접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종 유아의류 브랜드인 아가방이 3일 중국 패션업체인 랑시그룹으로 인수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아의류는 한국에서 저출산 때문에 고전했지만 중국에서 전망이 좋다. 이를 고려해 랑시그룹이 아가방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의류유통기업 디샹그룹도 2012년 국내 패션기업인 ‘아비스타’를 통째로 사들였다. 디샹그룹은 아비스타에 132억 원을 투자해 지분 37%를 사들였다. 기존 아비스타 오너인 김동근 사장은 2대 주주가 돼 여전히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아비스타는 인수합병 당시 영업이익 27억 원에서 올해 102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인수합병 2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아비스타는 중국 본토에서 알아주는 대기업인 이랜드 자리를 넘보고 있다. 디샹그룹의 넓은 유통망과 중국인들 사이에 부는 한류패션 열풍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비스타는 BNX, 탱커스, 카이-아크만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지법인과 합자법인을 통해 중국사업을 진행중이다.

아비스타는 최근 디샹그룹과 합자회사를 차려 여성캐주얼브랜드인 ‘지 리바이브’를 중국에서 열었다. 디샹그룹의 지원으로 매년 100여 매장을 출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0년까지 중국 매출 1조 원 달성이 목표다.

아비스타 관계자는 “중국시장에서 BNX가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목표달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기업들이 올해 들어 국내 인수합병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자본의 한국 투자액은 7억7600만 달러로 지난해 연간 투자액(4억8100만 달러)보다 훨씬 많다.

국내 증권사의 인수합병 담당 임원은 “중국기업들은 중국계 사모펀드를 통해 국내기업에 투자하려 애쓴다”며 “국내기업들도 중국투자를 받기 위해 적절한 중국기업이나 사모펀드가 없는지 문의를 많이 해온다”고 말했다.

◆ 한국 스타트업 주목하는 해외 벤처캐피탈

좋은 서비스와 상품에 국경이 없다. 공유경제로 떠오른 우버(택시), 에어비앤비(숙박) 등은 미국에서 사업이 잘 되자 전 세계로 사업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해외 벤처캐피털회사들은 한국을 오가며 인수하거나 투자할 대상이 없는 지 살핀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해외기업이나 투자자본이 국내주요 IT기업에 투자한 건수가 올해에만 8건이다.

벤처투자기관 중 한 곳인 디쓰리쥬빌리의 류남규 이사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공격적으로 많이 나오면서 콘텐츠가 다양해졌다”며 “콘퍼런스 등에 이전에 볼 수 없던 해외 벤처캐피털회사들이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이 최근 들어 한국 스타트업을 눈여겨 보는 이유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기술격차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IT업계 한 임원은 “티켓몬스터가 미국의 사업모델을 본 따 성공한 때만 하더라도 2~3년의 격차가 있었다”며 “지금은 한국 스타트업 창업가들 중에 유학파도 많고 차별화된 기술로 경쟁하려는 회사가 늘었다”고 말했다.

해외기업이 투자하려는 국내 스타트업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에서 알짜기업들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은 실력을 어느 정도 갖추면 이제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시장 입성을 꿈꾼다.

비좁은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에서 성장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규모가 크고 믿을 수 있는 투자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 벤처기업가는 “실리콘밸리에서 기업가와 투자자가 서로 속이는 경우가 없다고 할 정도로 믿음과 신뢰를 보여준다”며 “하지만 국내에서 그런 신뢰감을 주는 투자자를 만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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