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수 기자 jang7445@businesspost.co.kr2025-11-03 1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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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지역 거점 공공의료기관인 지방의료원의 경영난 해법이 민관협력 프로세스 도입을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에 경영 재정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지방의료원이 계약사무 전문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면서 획기적인 구매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지메디컴이 전문기관 인증제도 통해 지방·공공의료 효율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지메디컴>
심각한 재료비 증가, 공공의료원 경영 압박
지방 공공의료원은 재난이나 응급상황 등 지역 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인 시설이며,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논란 등으로 공공의료 역할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현재 지방의료원은 재료비 증가율 심화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알리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립대학교병원의 평균 의약품비는 2022년 대비 10.9% 증가했으며, 진료재료비는 7.6% 증가해 평균 9.2%의 재료비 상승을 기록했다. 지방의료원도 마찬가지다.
이에 지방의료원들은 자체 구매 조달 방식 외에 계약사무 전문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2016년 행정안전부가 계약사무 전문기관의 지정 요건과 절차 등을 마련하면서 본격적인 계기가 됐다.
행안부 계약사무 전문기관 인증제도, 도입초기부터 성과 나타나
행안부가 도입한 전문기관 인증제도는 곧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2016년 계약사무 전문기관인 이지메디컴과 협업한 전국 12곳의 수도권, 충청권, 강원권, 전라권 지방의료원은 의약품 및 진료재료 등에서 한 해 동안 총 36억 원을 절감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예산 대비 18%나 절감된 획기적인 성과였다.
특히 공주의료원 신축 개원 시 도입된 GPO(Group Purchasing Organization) 프로세스는 민관협동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공주의료원은 2016년 신축 개원에 필요한 의료장비 및 MRO 품목 구매에 이지메디컴과 협업하여 병원 예산 대비 무려 30%에 달하는 절감률을 달성했다.
공주의료원은 복지부로부터 의료장비 구입비로 7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으나, GPO 프로세스 도입으로 23억 원을 절감한 후, 그 중 21억 원의 국가 예산을 복지부에 반납하여 국비를 절감하기도 했다.
단일구매에서 공동구매 확대로 수십억 원대 재정 절감 지속
이러한 절감 효과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충북 청주의료원의 경우 2017년 한 해에만 2,298개의 보험 품목에 대해 상한가 128억 원 대비 51억 원에 구매를 완료하며 약 67억 원을 절감하는 등 무려 52% 이상의 절감률을 나타냈다.
또한 2017년 원주의료원은 29%, 속초의료원 26%, 충주의료원 21%의 구매 비용 절감 성과를 보였으며, 강원도 삼척의료원과 영월의료원에서도 상한가 대비 17% 이상을 절감하는 등 대다수 의료원에서 두 자릿수의 절감률을 기록했다.
2018년 충주의료원과 청주의료원 등 충청북도 소재 의료원 2곳이 공동구매를 통해 의약품 계정에서 의료원 구매 예산 대비 총 32.6억 원을 절감했으며, 두 병원의 평균 인하율은 35.7%에 이르렀다. 군산의료원 역시 2018년 상반기 동안 의료장비 공동구매로 약 10% 구매 예산을 절감했다.
2023년 충주 및 청주의료원이 이지메디컴과 진행한 의약품 공동구매 결과, 충주 31.6%, 청주 32.3%를 상한가 대비 절감했으며, 이는 두 의료기관을 합쳐 약 33.8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으로 이어졌다.
2025년 충주 및 청주의료원의 진료재료 단가계약 건에서는 1.83억 원 절감, 병원에서 자체 구매시 대비 평균 절감율 약 10.4%에 이르렀다.
전문기관 협업은 재료비 증가율 ‘-1%’로 자체 구매 그룹과 10%p 격차
최근 자료 분석 결과, 민관협력 체계가 재료비 증가를 억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공시된 35곳 지방의료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행안부 전문기관인 이지메디컴과 협업 중인 18개 의료기관 대비 자체 구매 등을 하는 17곳의 지방의료원의 재료비 증감률이 크게 차이가 났다.
계약사무 전문기관과 협업한 18개 지방의료원은 2022년 대비 2023년 의약품 및 진료재료 등 재료비 평균 증가율이 -1%로 감소한 데 비해, 자체 구매 등 17곳의 지방 의료원은 평균 9% 증가하여 두 그룹 간의 격차가 무려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의 경제와 투명한 시스템이 성공 비결
이러한 재료비 격차의 원인은 규모의 경제와 민관협력 체제, 그리고 민간업체가 보유한 데이터의 결과로 분석된다.
전문기관 인증제도는 의료기관이 환자 진료의 시급성을 고려하여 의료물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면서도 내부 재원과 국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지출하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자상거래 기반의 비대면 경쟁 입찰을 통해 공급업체의 치열한 가격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었고, 전문기관의 구매 계약 정보를 활용하여 의료물품의 최적 가격과 조건을 검증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특히 비대면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한 전자상거래 도입은 특정 업체 밀어주기 등 공정성을 저해하는 요소를 구조적으로 차단했다. 전문기관은 단순히 계약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조사, 전자 견적, 안전 재고 확인, 사후 감사 및 관리감독 등 계약에서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 전자 시스템으로 지원하여 비생산적 업무 소요량 감소 및 직접적인 비용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행안부의 이러한 시장 지향적인 제도 도입은 지역 인구 감소와 의사 부족, 재료비 증가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들이 자구책을 강구하도록 독려하는 동시에, 민관이 협력하여 위기를 타개할 주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지방의료원뿐만 아니라 다른 국공립 공공의료기관에도 큰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장원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