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3D낸드에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내놓았지만 본격적인 양산시기를 연말로 잡아두고 있어 올해 실적개선에 실제로 기여하는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D램 업황호조로 안정적인 실적기반을 확보한 만큼 3D낸드에서 충분한 기술경쟁력을 갖춰낸 뒤 사업확대에 나서는 장기적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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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이명영 SK하이닉스 재무기획본부장 전무는 26일 실적발표회에서 “올해 3D낸드 기술력과 생산비중을 모두 대폭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낸드플래시 수요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3D낸드는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의 생산원가와 성능을 모두 개선할 수 있는 공정기술로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서 치열한 경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 단수가 높을수록 효과가 크지만 기술난이도 역시 높아진다.
이 전무는 현재 SK하이닉스의 주력인 48단 3D낸드 공정비중을 올해 점진적으로 늘리며 하반기까지 72단 제품의 기술개발도 완료해 양산을 시작할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올해 모두 7조 원을 투자하며 D램 투자비중을 지난해보다 줄여 3D낸드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 전체 투자금액인 6조 원보다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돼도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에 기여하는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무는 “현재 전체 낸드플래시 가운데 3D낸드의 비중은 10% 정도”라며 “3분기부터 신규 생산라인 가동에 들어가며 연말까지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3D낸드의 비중이 낮아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에 유의미하게 기여하기 어려운 데다 SK하이닉스가 3D낸드 공정기술력에 약점을 안은 만큼 실제 계획대로 공정전환이 빠르게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32단과 48단 3D낸드의 양산성에서 경쟁사에 크게 밀리고 있다”며 “72단 양산에 들어가더라도 치열한 경쟁을 돌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가 계획한 3D낸드 증설규모도 삼성전자와 웨스턴디지털 등 글로벌 상위기업보다 크게 뒤처지는 수준이다. 3D낸드의 빠른 수요증가에도 이른 시일 안에 수혜를 입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성욱 부회장은 SK하이닉스가 올해 D램의 업황호조로 안정적인 실적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3D낸드의 비중확대를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확보한 48단 기술로 공정전환을 더욱 서두르면 실적기여가 빨라지겠지만 결국 삼성전자 등 경쟁사에 72단 이상의 공정기술로 승부를 봐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가 3D낸드 기술력과 양산수율을 충분히 확보해 ‘기초체력’을 기른 뒤 본격적으로 공정전환에 투자해 시장에 진출해도 입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D램의 업황호조로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의 성장이 더뎌도 역대 최대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3D낸드의 양산확대를 적극적으로 앞당길 이유도 적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NH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올해 D램 가격상승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7조6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D램에서만 7조3천억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올해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도 충분한 성장이 예상되지만 내년에도 3D낸드의 본격화를 미루기는 어려운 만큼 내년부터 본격적인 증설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2D낸드의 업황지속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2017년이 SK하이닉스의 3D낸드에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며 “올해 안에 기술적인 돌파구를 찾아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D램의 업황호조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불확실한 점도 박 부회장이 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실적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 또는 마이크론이 D램 업황호조에 대응해 올해 추가적인 투자를 결정할 경우 내년부터 D램 공급과잉이 재현되며 SK하이닉스가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낸드플래시에서 지속적인 성장기반 마련을 중점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물량확대가 진행되면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