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10-01 17: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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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번 신세계그룹 인사의 ‘필벌’ 기조가 유일하게 비껴간 인물이 있다. 바로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이사다. 신세계까사는 올해 들어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김 대표는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김 대표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되면서 3년 시간이 더 주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신세계그룹에서는 적자 앞에선 임기를 따지지 않고 칼을 빼들겠다는 신호가 읽힌다.
▲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이사가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워 입주 절벽으로 얼어붙은 가구 업황 뚫고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김홍극 대표.
김 대표는 마진 높은 프리미엄 가구 제품군을 강화하고 4분기에 집중된 수도권 고급 신규 입주 수요 공략에 나서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1일 신세계그룹이 최근 단행한 임원인사를 살펴보면 올해 들어 적자를 본 계열사 대표들은 김홍극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직을 내려놓거나 자리를 옮겼다.
신세계그룹에서 올해 2분기 또는 상반기 기준 적자를 기록한 주요 계열사는 신세계쪽 신세계디에프(면세점 운영사),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까사, 이마트쪽 SSG닷컴, G마켓, 이마트24 등 모두 6곳이다.
이 가운데 이번 인사에서 신세계까사와 이마트24를 제외한 4개 계열사 대표가 교체됐다. 다만 이마트24의 경우 전 대표가 건강상 이유로 사임하면서 최진일 대표가 6월 새로 내정됐다. 적자를 최 대표의 성적표로 보기는 힘든 셈이다.
반면 김홍극 대표는 2022년 11월 신세계까사 수장에 올라 올해 11월24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김 대표는 만성 적자에 빠져 있던 신세계까사의 외형 확장보다는 비용 효율화를 통해 이익률을 높이는 수익성 중심 경영을 펼쳐 취임 2년 만인 지난해 회사의 연간 흑자 달성을 이끌었다. 이번에 그룹의 재신임을 받은 것은 이런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22년부터 이어진 부동산시장 침체가 올해 들어 아파트 입주 절벽으로 나타나면서 신세계까사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가정용 가구는 내구소비재로 제품 교체 시기가 긴 시장 특성을 지니고 있어 신규 주택 입주 시기에 구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올해 전국적으로 신규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건설 경기 침체로 후방 산업이 어려운 상황이라 회사 손익이 크게 후퇴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 임기는 3년 더 연장될 것으로 보이지만 신세계그룹의 ‘필벌’ 인사 기조는 적자 앞에 임기를 따지지 않는 분위기다.
신세계까사는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16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 마테라소 헤리티지 컬렉션 매트리스. <신세계까사>
김 대표는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워 4분기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파이가 줄어든 만큼 고수익 프리미엄 상품을 강화하고 프리미엄 수요 공략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신세계까사는 최근 하이엔드 맞춤 주방가구 브랜드 ‘쿠치넬라’를 출시했다. 국내기업이 시도하기 어려웠던 고급 맞춤 가구 영역을 개척해 주방가구 시장 최상단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앞서 7월에는 자사 수면 브랜드 마테라소가 축적한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1천만 원대 초고가 매트리스 컬렉션 ‘헤리티지’를 내놨다. 이어 마테라소 헤리티지와 함께 판매할 수 있는 프레임 등 최고급 침실 가구들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또 전체 매출의 약 30%를 책임지고 있는 소파 제품 ‘캄포’를 전면 업그레이드한 3세대 제품 ‘캄포구스’도 8월 선보였다.
이들 고급 제품을 들고 집중 공략할 수도권 고급 아파트 입주 수요가 4분기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11월 강남구 청담동의 ‘청담 르엘’(1261세대)을 시작으로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1097세대), 12월 송파구 ‘잠실 래미안아이파크(2678세대)’, 내년 1월 ‘잠실 르엘(1865세대)’ 등 강남 4구를 중심으로 약 6900세대 입주가 이어진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올해 4분기부터 내년 초까지 이어지는 강남 4구와 수도권 대단지 입주는 프리미엄 인테리어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주요 분기점”이라며 “까사미아의 ‘캄포구스’, 마테라소의 ‘헤리티지’ 등 최고급 제품들을 앞세워 입주 고객을 적극 확보해 해당 시장 점유율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존에 신세계까사 대표와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앤라이프 대표를 겸직했으나 이번 인사에서 자주(라이프스타일) 부문 대표만 겸하게 됐다. 전문성을 지닌 생활용품·리빙 사업 영역만을 도맡도록 해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그룹의 배려이자 각 부문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라는 그룹의 특명으로도 읽힌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