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 기자 jypark@businesspost.co.kr2026-01-12 17: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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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12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건 단순히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법을 믿고 도전하는 토양, 근간의 문제입니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루180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14일 금융위원회의 토큰증권(STO) 장외거래소 사업 예비인가 심사 결과 발표를 이틀 앞두고 긴급하게 마련됐다.
허 대표와 루센트블록 직원들은 간담회 시작 30여 분 전 간담회장에 들어설 때부터 긴장감으로 표정이 굳어 있었다.
허 대표는 “불확실한 규제 환경과 수많은 제약 속에서도 금융위의 가이드라인 하에 묵묵히 버티며 STO의 시장성을 검증했다”며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라는 명예가 생존의 위기로 돌아왔다”고 호소했다.
허 대표는 루센트블록의 시장 퇴출이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의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도 강조했다.
허 대표는 “20대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산업의 선행적 혁신 시도 사업자의 성과가 모방·잠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제23조에 ‘배타적 운영권’ 제도를 도입했다”며 “그러나 실제 제도화 과정에서는 입법 취지와 달리 운영할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허 대표는 이어 “(STO 시장 개척에) 아무런 기여도 한 적 없는 금융당국 연관 기관들이 자리를 채우게 됐다”고 덧붙였다.
허 대표는 "반면 루센트블록은 최근 4년 간 별도의 사고 없이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며 "이 기간 유통시킨 STO는 누적 300억 원, 이용자수는 50만 명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의 STO 유통성과가 전혀 없었음에도 최종 선정이 유력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7일 한국거래소(KRX)와 넥스트레이드(NXT)가 각각 구성한 컨소시엄의 토큰증권(STO) 유통 플랫폼 예비인가를 통과시켰다. 루센트블록이 구성한 ‘소유’ 컨소시엄은 예비인가에 도전한 3개 컨소시엄 가운데 최저점을 받으면서 탈락 위기에 놓였다.
허 대표는 간담회에서 넥스트레이드의 기술 탈취 의혹도 제기했다.
허 대표는 “넥스트레이드는 인가 신청 이전 투자·컨소시엄 참여 검토를 명분으로 접근해 비밀유지각서(NDA)를 체결해 재무정보, 주주명부, 사업계획, 핵심 기술 자료 등 내부 정보를 제공받았다”며 “그러나 이후 투자나 컨소시엄 참여 없이 2~3주 만에 직접 인가를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던 사안이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2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넥스트레이드가 루센트블록의 정보를 취득한 뒤 단독으로 STO 장외거래소 인가를 추진한 것은 공정경쟁 위반이자 스타트업 혁신 침해”라며 금융위의 조치를 주문했다.
▲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12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STO 장외거래소 예비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흘러나오면서 금융당국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루센트블록 측은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신고 내용은 △넥스트레이드의 사업 활동 방해 행위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의 기업결합 신고 의무 위반 등이다.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 2조 원 이상 기업과 3천억 원 이상 기업이 결합할 때 기업결합 심사 대상이 되는데, 관련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채 인가가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심사 결과가 빠른 시일 안에 나올 가능성은 낮지만, 금융위도 관련 사안을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는 루센트블록의 예비인가 통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정성 측면에서 스타트업보다는 기존 거래소들이 월등히 앞선다는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루센트블록의 콘셉트는 STO 시장을 기존 레거시(전통적) 시장보다 세련되게 운용하려는 것”이라며 “다만 금융위로선 새로운 방식보다는, 기존 증권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한 두 컨소시엄의 경험과 인프라를 신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금융위의 재심사나 발표 연기 가능성을 재단하긴 어렵다”며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