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인공지능(AI)과 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 중심으로 그룹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사업구조 재편)을 지속하고 있다.
SK그룹의 리밸런싱이 최근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시각도 나오지만 최 의장은 본인이 직접 지배하는 지주사 SK디스커버리의 부동산 자회사도 매각하면서 전통 산업 분야에서 군살 빼기 작업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SK디스커버리는 1일 부동산 개발·운영 자회사 SK디앤디 보유지분 전량(31.27%, 742억 원)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넘기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매각 목적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한 재원 확보’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지난해부터 시작된 그룹 리밸런싱 작업을 이어간 것으로 읽힌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최 의장이 2023년 말부터 이끌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이자 에너지 분야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의 발전자회사 유동화로 사실상 리밸런싱이 마무리됐다는 시각도 나왔다.
▲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가운데)이 지난 9월24일 열린 '커넥팅 울산, 기술과 문화로 잇다' 포럼에서 기자들을 만나 질문을 받고 있다. < SK >
이런 상황에서 최 의장은 본인이 직접 이끄는 지주사에서도 부동산업을 정리한 셈이다. SK디스커버리는 최 의장이 지분 41% 가량을 갖고 대표이사까지 맡은 투자형 지주사로 아래에 SK가스와 SK케미칼, SK플라스마, SK디앤디, SK이터닉스 등을 거느리고 있다.
SK디스커버리의 SK디앤디 매각은 그룹 건설 계열사 SK에코플랜트의 탈바꿈 시도와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종합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며 기존 건설사 이미지에서 탈피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건설사 격전지인 도시정비시장에서 보수적 태도를 보이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반도체 관련 자회사 4곳 편입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최 의장이 단순 자산매각을 넘어 침체된 건설·부동산 등 과거 전통 산업보다 AI와 반도체, 에너지 등 미래 산업중심으로 그룹 체질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SK그룹에서는 총 7조 원을 투입해 울산에 국내 최대 규모 AI데이터센터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국가 AI’ 청사진을 제시한다.
최창원 의장도 지난 9월25일 SK 울산포럼에서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 간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AI가 구세주처럼 나타났다”며 “AI가 경쟁력을 회복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우리가 가진 프로세스와 인식, 변화 관련 기술로 제조업이 부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SK디스커버리의 최근 5개년 배당 지급 및 수취 현황과 주주환원 계획. SK디스커버리 계열은 SK디스커버리를 포함해 SK가스와 SK케미칼, SK디앤디 등이 모두 중간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SK이터닉스는 지난해 출범 뒤 아직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 SK디스커버리 >
이런 기조에 따라 SK디스커버리는 핵심 자회사 SK가스 등을 통해 에너지 분야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는 AI 산업 급성장과 함께 전력수요도 급증해 SK그룹이 힘을 주는 영역이다. 지난해 SK디앤디에서는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을 인적분할한 SK이터닉스도 출범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SK디스커버리는 우수 계열사를 통해 배당수익이 안정적으류 발생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SK가스·SK케미칼 등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졌고 주주환원 계획 등 재무부담이 늘어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고 바라봤다.
특히 최 의장은 SK디앤디 매각으로 약화된 SK디스커버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방안도 찾아야 할 필요성도 있다.
SK이터닉스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중장기 전망은 밝지만 당장의 실적 기여도는 낮다.
특히 SK디스커버리의 SK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SK디스커버리가 지주사로서 지난해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수익 621억 원 가운데 85.8%는 SK가스에서 나왔다.
SK디스커버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린소재와 에너지 및 바이오 등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동시에 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방안도 적극 모색할 것”이라며 “이번 지분 매각은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