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석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25일 서울 강남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유통학회 포럼에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의 딜레마’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소상공인을 돕자는 취지에서 도입이 거론되고 있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오히려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유석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25일 서울 강남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유통학회 포럼에서 미국 사례를 근거로 들며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 교수는 “미국 내에서 코로나시기에 한국과 마찬가지로 배달앱에 입점해 있는 소상공인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졌으니 일시적으로 수수료를 낮춰보자는 취지에서 소상공인의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낮추는 정책을 실시했다”며 “정부의 목적은 수수료를 낮춰줘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조금 더 트이게 하려고 했던 것인데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혀 반대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인 레스토랑의 주문량과 매출은 기존보다 6.8% 감소했다. 반면 기존과 마찬가지로 수수료를 30%로 높게 책정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의 실적은 증가했다.
이 교수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하다”며 “배달앱 입장에서는 수수료 차이가 있으니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려면 수수료가 높은 기업의 식당을 통해서 배달 주문이 이루어지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식당의 노출을 더 강화하는 방법 등으로 높은 수수료의 기업에 차별적 대응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소상공인 매장의 경우 수수료 상한제 도입 이후 포장 주문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앱에서 소상공인들에 대한 노출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다 보니 매장이 홍보되는 이른바 ‘쇼룸’ 효과가 적어지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배달앱 수수료를 낮추는 것은 필연적으로 배달앱을 운영하는 기업의 수익성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려고 하는 다른 움직임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교수는 “이런 다른 방법의 움직임이 결국 그 플랫폼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는 소상공인 이외에 다른 소비자나 라이더에게 전가될 수도 있고 혹은 이게 다시 돌아와 소상공인 자체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낳을 수 있다는 결과를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시행 이후 개인 레스토랑의 플랫폼 입점은 많아졌지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수수료가 기존보다 7~20% 늘었다. 플랫폼을 거치지 않는 직접 주문량도 늘었고 배달원 임금은 평균 3.6% 감소했다.
시스템 전체의 복리가 감소하고 소비자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증명한 연구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전체 외식산업의 규모를 크게 축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이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한 뒤 개인 레스토랑의 주문이 6.8% 줄었다는 점을 적용했을 때 국내 외식산업의 매출이 약 2조5천억 원 감소하고 영업이익으로 따지면 1조 원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수수료 상한제와 함께 논의되고 있는 무료배달 중지 효과까지 고려하면 외식산업 매출은 7조8천억 원, 영업이익은 약 3조 원 감소할 수 있다”며 “매출 감소분을 배달주문 감소로 환산하면 약 3억1천만 건의 배달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긍정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한계비용(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생산할 때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0에 수렴해야 하고 해당 기업이 충분한 시장점유율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규모의 경제 효과가 강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배달 플랫폼이 오프라인을 병행하고 있는 이른바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사업이라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한계비용이 요구된다는 점, 배달앱끼리의 시장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는 점,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 등이 있기 때문에 수수료 상한제 정책이 기대한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이 교수는 “일부 시장에서 수수료 상한제의 역효과가 이미 확인됐기 때문에 원래 취지인 소상공인 보호는 물론 플랫폼 사업자와 소비자, 배달원 등 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구성원 중심의 해결책이 아닌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유통포럼에서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와 관련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의견이 여럿 나왔다.
장명균 호서대학교 교수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효과를 재검토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공정거래법 강화와 플랫폼 투명성 제고, 실증 샌드박스 도입 등 다른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영국 한신대학교 교수는 “배달앱 수수료라는 특정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입법 카드를 사용하면 시장 상황이 바뀔 때 수수료 이외에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제한해 버린다”며 가격 규제부터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정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박사는 “핵심적인 것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실제로 어떻게 해결하느냐”라며 “수수료 문제가 왜 유독 배달플랫폼에서만 부각되고 있는지, 소상공인이 왜 가장 큰 수수료를 내는지, 독과점 시장에 대해 규제당국이 개입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을 놓고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
▲ 25일 서울 강남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유통학회 포럼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