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문래동4가 재개발조합과 청파1구역 조합은 모두 오는 27일 총회를 열고 각각 대우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과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이 문래동4가 재개발 사업(지분율 50대50)으로 추가할 수주잔고는 4673억 원이다. 대우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조합에 스카이커뮤니티 및 고급화 설계와 함께 단지명으로 ‘문래 네이븐(Naven)’을 제시했다.
청파1구역 재개발 사업으로 대우건설 수주잔고에 더해질 금액은 3556억 원이다. 대우건설은 용산구 핵심지인만큼 최상급 주거 브랜드 ‘써밋(SUMMIT)’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이 지난주 3745억 원 규모 서울 영등포구 유원제일2차아파트 재건축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10여 일 사이에 수주잔고 1조 원 가량이 쌓인 셈이다. 유원제일2차 조합은 11월 초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최종 선정한다.
대우건설은 약 2조2462억 원어치 수주 물량을 확보하며 3분기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연간 2조9823억 원어치를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수주 속도는 상당히 빠른 셈이다. 2023년 연간 신규 수주액이 1조6858억 원이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올해 도시정비 수주 속도는 최근 3년 기준으로도 가장 빠르다.
김 사장으로서는 그만큼 오너경영 본격화 첫 해라는 부담을 한결 내려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흥그룹은 2021년 12월 대우건설 인수 뒤 3년 동안 독립경영을 유지하다 지난해말 김 사장을 대표에 선임했다. 김 사장은 중흥그룹 창업주 정창선 회장의 사위로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과는 매부-처남 관계다.
김 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하면서부터 ‘내실경영’을 내세워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6월말 기준 1조4629억 원까지 지난해말 대비 26% 늘리며 위기대응력을 높였고 건설업계 주요 먹거리 도시정비 분야에서는 핵심지 위주의 선별수주 전략을 유지했다.
김 사장은 취임 뒤 대형 건설사 상대 첫 맞대결 개포우성7차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입찰 전 현장부터 총회장까지 모두 찾아 ‘대표가 직접 챙긴다’는 점을 강조했다. 패배로 끝났지만 올해 도시정비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삼성물산을 상대로 선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사장이 대우건설에 오너경영을 안착시키기 위해 앞으로 넘어가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시선도 나온다.
올해는 대우건설뿐 아니라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도시정비 시장에서 수주실적을 늘렸다. 8월까지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 누적 수주액은 31조6833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인 27조8700억 원을 넘겼다.
삼성물산을 비롯한 주요 건설사 일부는 역대 최고 실적도 새로 쓰고 있는 만큼 김 사장에게 대우건설의 올해 수주 실적의 확대폭은 다소 아쉬울 수 있다.
▲ 대우건설은 4분기 지방에서 수주잔고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로서 대우건설이 서울에서 올해 수주 실적의 급등을 노릴 수 있는 사업지도 마땅치 않다.
핵심 대형 사업지 성수와 압구정 도시정비구역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올해 안 시공사 선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김 사장은 4분기에 지방에서 수주잔고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력 지역으로는 부산 사직4구역과 경기 성남 신흥 3구역이 꼽힌다.
사직4구역 재개발은 부산 동래구 사직동 141-10번지 일원 9만6089㎡에 최고 39층, 1712세대 공동주택 등을 짓는 사업이다. 조합은 재입찰 등을 거쳐 12월에는 시공사를 선정하며 대우건설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이어지는 수의계약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조합이 명확한 예정 공사비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주변 사업지 흐름을 보면 대우건설이 1조 원에 가까운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4일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사직3구역 재개발 구역면적은 4구역 대비 절반 수준(4만7153㎡)으로 공사비는 4082억 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8월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한 사직2구역 재개발 공사비는 4492억 원으로 구역면적은 4만7747㎡였다.
신흥 3구역 재개발 또한 대우건설이 대형 수주실적을 쌓을 수 있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신흥 3구역 재개발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2890번지 일대에 3422세대 규모 주택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구역면적은 15만3218㎡로 공사비 단가는 3.3㎡당 710만 원 이하로 제시해야 하며 지난 2일 현장설명회에는 대우건설과 두산건설이 참석했다.
인근 신흥 1구역(구역면적 19만6693㎡)이 2022년 10월 GS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을 때 공사비는 1조2천억 원(3.3㎡당 510만 원) 수준으로 계획됐다.
대우건설이 지방에서 올해 연이은 수주로 3조 원 고지를 다시 밟을 가능성은 열려 있는 셈이다. 대우건설이 도시정비 수주 3조 원을 넘긴 것은 2021년이 처음이었고 2022년에는 5조2763억 원어치까지 수주 실적을 늘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성수 3~4구역과 압구정 등 서울 핵심지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 사업 참여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는 부산 사직4구역과 성남 신흥 3구역 등의 사업을 유력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