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현대차-LG엔솔 공장 차질에 대체공급사 낙점, 이석희 북미 가동률 상승에 실적 탄력받나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09-12 16: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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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이민국의 ‘불법 체류자 단속’ 여파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이 연기되자, 현대차그룹이 대체 배터리 공급사로 SK온을 선택했다.
향후 SK온의 미국 공장 가동률 상승과 첨단생산세액공제(AMPC)가 늘어나며, 수익성 개선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지연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대체 배터리 공급사로 SK온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 SK온 >
12일 자동차·배터리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은 LG엔솔과 합작 공장 건설 지연에 따라 미국 조지아주 자동차 공장에 필요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로 SK온을 고려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그룹 사장은 지난 11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자동차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건립·가동이) 최소 2~3개월의 지연될 것”이라며 “지연에 따라 현대차가 조지아주 커머스에 있는 SK온 공장 등에서 배터리를 계속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조지아 배터리 합작공장은 연간 생산능력 30GWh로, 전기차 3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곳으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총 사업비 5조7천억 원인 합작공장은 2026년 하반기 가동 예정이었는데 양산시점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존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생산라인을 ‘현대차그룹 전용’으로 전환한 이석희 대표이사의 결정이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무뇨스 사장이 언급한 SK온 조지아주 공장은 SK온이 2022년 단독으로 건설한 배터리1·2 공장이다. 합산 생산능력 연간 22GWh인 두 공장은 포드, 폭스바겐 등 완성차 기업을 위한 배터리를 생산했으나, 이들 기업의 전기차 판매량이 부진하자 2024년부터 전체 생산라인의 75%를 현대차 전용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SK온은 이 두 공장 외에도 현대차그룹과 함께 조지아주에 연간 생산능력 35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6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온은 현재 시점 정확한 배터리 수주량과 수주액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배터리 업계는 SK온의 수주잔고를 2024년 상반기 기준 약 40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SK온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전경. < SK온 >
SK온의 전체 배터리 공장 가동률은 2024년 연간 43.6%에서 2025년 상반기 평균 52.2%로 8.6%포인트 늘었다. 여전히 낮은 가동률에 따른 손실구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온 배터리 사업부문은 올해 상반기 매출 3조7131억 원, 영업손실 365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4.1% 늘고, 적자 폭은 53.8% 감소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현재 판매하거나 과거 출시했던 전기차 25종 가운데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은 17종에 이른다. 기아의 전기차 가운데서도 9종이 SK온 배터리를 채택할 만큼 현대차그룹과 SK온의 협력 관계는 탄탄해 보인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 구매에 따른 세액공제(보조금 지급)가 10월부터 종료되는 만큼 올 연말까지 미국 현지 생산 전기차 선호도가 많이 증가할 것”이라며 “SK온이 미국 설비를 90% 이상 가동할 경우, 적자가 대폭 축소하거나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는 이날 조지아주 현대차 합작공장 지연에 관한 질문에 “준비를 하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상보다 심한 정도는 아니고, 회사가 관리할 수 있는 정도”라며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