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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150조 국민성장펀드 성패 쥔 금융산업,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5-09-11 16: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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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10일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기획재정부,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스타트업 정책을 총괄하는 중소벤처기업부 등 국민성장펀드 관련 부처 장관들이 총출동했지만 그 중심에는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있었다.
 
[기자의눈] 150조 국민성장펀드 성패 쥔 금융산업,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 행사 시작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 부위원장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의 모두발언 이후 정부를 대표해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다.

금융위가 국민성장펀드 정책을 이끄는 주관부처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금융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과거 금융은 경제와 산업발전을 뒷받침하는 수동적 요소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제는 뒷받침을 넘어서 산업발전의 성패를 결정 짓는 능동적 핵심 요소로 여겨진다.

전날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말은 금융산업의 중용성을 잘 보여준다. 서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2000년에 사업을 시작했는데 2009년까지 돈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근데 2009년에 초대도 안 했는데 싱가포르 정부가 8천억 원을 줬고, 싱가포르 정부가 돈을 주니까, JP모건이 왜 싱가포르 정부가 돈을 주냐고 물어보더니 5천억 원을 더 줬다. 1조3천억 원 정도 투자 받으면 실패하는 놈이 아무도 없다. 다 성공한다.”

문제는 이처럼 중요한 국민성장펀드를 이끌 국내 금융산업이 전반적으로 어수선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이날 발표를 맡은 금융위는 해체를 앞두고 있다.

정부여당은 금융위 기능을 국내 금융산업 정책(재정경제부)과 금융감독 정책(금융감독위원회)으로 쪼개기로 결정했다.

이에 금융위 공무원들은 누가 금융산업을 맡을지, 금융감독을 맡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산업 업무를 맡아 재정경제부로 소속이 바뀌면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이 서울시에서 세종시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위 해체 시점을 정확히 모른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전날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정무위원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시한을 넘겨 채택이 무산됐다.

정부 여당이 야당과 논의 없이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는 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인데 이에 따라 관련 법안 통과에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를 해체하고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의 국회통과가 필수적인데 현재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어서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을 통해 국민성장펀드의 절반인 75조 원을 책임질 한국산업은행 회장 역량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 하루 전날인 9일 박상진 전 산업은행 준법감시인을 산업은행 회장에 임명 제청했고 박 회장은 10일 이 대통령 재가를 받아 임기를 시작했다.

박 회장은 산업은행 최초 내부출신 회장인 만큼 누구보다 산업은행을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산업은행을 떠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는 점, 과거 산업은행에서 구조조정 분야에서 주로 일했다는 점,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과 비교해 무게감이 약하다는 점 등은 약점으로 꼽힌다.

산업은행은 최근 10여 년 사이 관리하고 있던 부실기업 대다수를 털어내고 업무의 무게중심을 산업 구조조정에서 미래산업 육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75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관리하는 역할도 미래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책조율 등 대외 네트워크 역량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박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중앙대학교 법학과 동문으로 대학시절 사법고시를 함께 준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이 대통령과 인연을 바탕으로 산업은행 회장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조직 내 리더십을 확보하고 경영역량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코드 인사 논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며 임직원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민간 금융권이 국민성장펀드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민간 금융권은 산업은행이 채우지 못하는 나머지 75조 원을 맡아 국민성장펀드 150조 원을 완성한다.
 
[기자의눈] 150조 국민성장펀드 성패 쥔 금융산업,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1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국민성장펀드를 설명하고 있다.

민간 금융권은 새 정부 들어 국민성장펀드 출자뿐 아니라 교육세 확대, 배드뱅크 출연, 미국 관세대응 지원, 소상공인 금융지원, 서민금융안정기금 등 쏟아지는 청구서를 묵묵히 받아들고 있다.

하지만 이면을 보면 책무구조도를 비롯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과징금 등 금융당국의 채찍에 숨죽이고 있을 뿐 속내는 타들어가고 있다.

정부가 힘을 주는 사업인 만큼 민간 금융권은 국민성장펀드에 참여할 것이다. 하지만 전날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언급한 금산분리 완화와 같은 획기적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수동적 참여에 머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더군다나 민간 금융사 입장에서 미래산업 육성을 앞세워 금융권과 함께 대규모 펀드를 출범한 것은 이번 정부가 처음이 아니다. 과거 이명박 정부도 박근혜 정부도 문재인 정부도 이름만 다를 뿐 민간 금융권과 함께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미래산업 육성을 추진했다.

11일 이재명 정부는 출범 100일을 맞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민간 금융사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었다.

주요 금융사는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고 이를 기반으로 주가도 많이 올랐다. 전날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찍는 데도 금융주가 큰 역할을 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 금융시장이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면 이제는 기대감을 조금씩 성과로 바꿔나갈 때다.

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결국 일을 하는 사람들의 사기가 중요하다. 언제나 그랬듯,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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