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소형차 모델로 출시될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콘셉트카가 내년 초 '아이오닉2'라는 이름으로 유럽에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
[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차의 첫 소형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2'로 내년 유럽 시장에서 판매 순위 상승을 노린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 7월까지 유럽에서 판매 순위 4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7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올해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40% 이상 증가하고, 해치백 형태의 소형차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전략 모델을 투입해 판매량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가 내년 해치백 형태의 소형 전기차를 내놓는 것은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독일 뮌헨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규모 모빌리티쇼 ‘IAA 모빌리티 2025’에 참가해 소형 전기차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를 공개했다. 양산은 이미 확정됐고, '아이오닉2'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가능성 높다. 아이오닉 브랜드의 첫 소형 전기차가 나오는 것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7월 기준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 판매 순위에서 1위 폭스바겐그룹, 2위 스텔란티스, 3위 르노그룹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유럽 시장에서 높은 판매 순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판매량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누적 판매는 63만102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1% 줄었다.
다만 시장 점유율에서는 3위 르노그룹도 주춤하면서 7월만 놓고 보면 1.1%포인트, 7월까지 누적 판매 기준으로는 1.4%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정 회장은 유럽 시장에서 판매량과 점유율을 동시에 끌어올릴 카드로 소형 해치백 전기차를 선택했다.
유럽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유럽 주요 시장을 살펴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기차 누적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독일은 38.4%, 이탈리아 29.0%, 스페인 89.6%, 영국은 31.0% 증가했다.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는 해치백 형태의 소형차가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유럽 주요 자동차 시장 연간 판매 1위 차종을 보면 독일은 폭스바겐 골프, 프랑스는 르노 클리오, 이탈리아는 피아트 판다가 차지했다. 이들은 모두 외형상 해치백으로 분류된다.
▲ 현대자동차가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전시한 소형 전기차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를 보기 위해 관람객이 몰려 있다. <현대자동차> |
해치백은 이름과 같이 후방에 트렁크 대신 위로 끌어올리는 문인 해치가 달려있어 객실과 적재 공간이 통합된 차량을 말한다. 현대차는 콘셉트 쓰리에 해치백 디자인을 적용했다.
콘셉트 쓰리를 해치백 형태로 내놓은 것을 보면 사실상 유럽 시장을 위한 전략 모델로 봐야 한다. 국내에서는 해치백 선호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해치백은 3만3791대가 판매됐다. 전체 승용 신차 판매 가운데 2.3%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국산 해치백 차량은 경차 모닝 단 한 종뿐이다.
다만 유럽에서는 소형 해치백 전기차로 판매량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7월까지 현대차그룹이 유럽에서 판매한 전체 차량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9%를 기록했다. 다른 완성차 기업들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폭스바겐그룹이 19%, 스텔란티스가 13%, 르노그룹이 12%를 기록했다.
현대차 라인업 가운데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소형 해치백 형태의 전기차 모델이 없었음에도 2위와 3위보다 높은 전기차 판매 비중을 보인 것이다. 아이오닉2가 투입되면 유럽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전기차 판매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비에르 마르티넷 현대차 유럽권역장은 최근 IAA 모빌리티 전시회 기자 간담회에서 “유럽 B세그먼트 시장을 겨냥한 순수 전기차를 선보이는 것이 이번 전시회 참가의 핵심”이라며 “콘셉트 쓰리는 B세그먼트의 중심 모델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유럽에서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현지 판매명 인스터)을 판매하고 있지만, A세그먼트 시장 규모는 크지 않다. 현대차가 유럽에서 의미 있는 판매량 확대를 위해서는 콘셉트 쓰리가 들어갈 B세그먼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콘셉트카이지만 콘셉트 쓰리 디자인에 대한 국내외 반응은 좋은 상황이다. 현대차는 이번 IAA에서 관람객이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오픈 스페이스’에서 콘셉트 쓰리를 전시했는데, 콘셉트 쓰리를 보기 위해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일각에서는 콘셉트카와 양산차 디자인의 간격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위장막을 씌운 콘셉트 쓰리의 양산 버전이 목격되고 있어, 내년 초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비에르 마르티넷 권역장은 “10~15년 전만 해도 유럽 소비자들이 합리적 가격 때문에 현대차를 선택했다면 지금은 디자인과 첨단 기술, 서비스 경험 덕분에 현대차를 찾는다”며 “경쟁이 치열하지만 현대차는 독일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모든 주요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