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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의 목표는 왜 소박할까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9-01 20: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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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모비스의 목표는 왜 소박할까  
▲ 정명철 현대모비스 사장(앞줄 왼쪽)이 지난 4월 1차 협력사 임원들과 함께 경기도 안산에 있는 2차 협력사인 셈코를 찾아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까지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 톱5’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모비스의 현재 순위는 글로벌 6위다.

흔히 기업들은 ‘글로벌 탑3에 들겠다’는 등의 거창한 목표를 내세운다. 그런데 현대모비스는 앞으로 6년 동안 한 계단 오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분명 소박해 보이는 목표다.

현대모비스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감동품질 달성, 리스크 관리, 글로벌시장 수주확대, 전문인재 육성, 부품 공급역량 강화, 공정거래 질서 확립, 동반성장 등 7개 전략과제를 제시했다.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매출은 34조 원이다. 로버트 보쉬, 콘티넨탈AG, 존스컨트롤즈, 덴소, 마그나인터내셔널에 이어 6위다. 더욱이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 원 가량으로 4위에 올랐다.

글로벌 자동차부품 시장상황도 현대모비스에 불리하지 않다.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매출 성장세는 상위 글로벌 부품회사 10개 중 가장 높은 13%였다. 그 결과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순위에서 유일하게 두단계나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상반기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인방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을 개선하는 등 선전했다. 한마디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그러데도 현대모비스가 2020년 목표를 소박하게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 높은 현대기아차 의존도

현대모비스는 올 2분기에 매출 8조9281억 원, 영업이익 7455억 원을 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2.5%, 1.7%씩 각각 늘었다.

현대차와 기아차 실적이 2분기에 환율영향 등으로 하락했지만 현대모비스만 유일하게 실적이 상승했다. 일부 인사들은 현대모비스가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는 2분기에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감소한 22조7526억 원, 영업이익은 13.3% 줄어든 2조872억 원에 그쳤다.

기아차도 2분기에 시장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매출은 12조545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8.1% 줄었고, 영업이익은 7697억 원으로 31.7%나 감소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현대모비스의 좋은 실적이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를 탈피한 결과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

현대모비스의 현대기아차에 대한 내부거래 비중은 2009년 48.4%에서 지난해 46.7%로 1.7%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최근 3년 동안 내부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2011년 46.6%, 2012년 46.3%, 2013년 46.7%로 제자리걸음이다.

현대모비스의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모비스의 현대기아차에 대한 내부거래 규모는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모비스가 올해 2분기에 현대기아차의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데에 부품기업이 완성차기업보다 원달러 환율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현대모비스의 경우 중국공장 비중이 높아 현대기아차가 중국시장에서 견조한 실적을 내면서 현대모비스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의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법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5%가 넘는다. 또 그 비중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인다.

현대모비스 입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낸 데 대해 기뻐하기보다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악화되는 데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현대기아차의 매출이 침체될 경우 현대모비스 실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의 목표는 왜 소박할까  
▲ 현대모비스 미시간공장에서 작업자들이 크라이슬러에 공급하기 위한 섀시모듈을 조립하고 있다.

◆ 양날의 검, 부품 모듈화

현대모비스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부품 모듈화는 현대모비스 성장의 토대이자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현대모비스는 2000년 현대차에 완성차사업부문을 이관하고 현대차와 기아차의 부품부문을 통합하면서 순수 부품회사로 다시 태어났다. 현대모비스가 완성차 부문을 떼어낸 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 게 바로 부품 모듈화였다.

부품 모듈은 개별부품을 기능단위로 조립한 부품 덩어리를 말한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완성차기업에 부품단위로 납품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완성차기업에도 모듈단위로 납품한다.

현대모비스는 2006년부터 크라이슬러에 모듈을 최초 수출한 이후 지난해 모듈 누적 생산대수 100만 대를 돌파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모듈 생산 비율까지 높아지자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할 방법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당장 실적에만 매몰된다면 현대차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란 점을 내부에서도 잘 알고 있다”면서 “회사 목표인 글로벌 5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라도 연구개발을 늘려 판매처를 다양화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모듈사업 외에도 전장부문과 친환경 부품부문에도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친환경차 핵심부품과 지능형자동차 전자장치제품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전장연구동을 준공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 모두 1조8천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기술개발에 쏟아 붓기로 했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은 친환경차 부품과 전장부품 개발에 투입된다. 기술개발 인력도 현재 2천 명 수준에서 2020년까지 3천 명 수준으로 늘린다.

◆ 부실 금융계열사 지원의 부담

현대모비스는 사업적으로 현대기아차에 의존하고 있지만 지배구조상 지주회사격으로 다른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금융계열사인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라이프생명이 적자를 내는 데 대해 자금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 대목이 현대모비스의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현대모비스는 2012년 10월과 올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현대라이프생명보험 유상증자에 참여해 1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현대차그룹이 금융부문에 대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기 전까지 현대모비스가 현대라이프생명보험에 대한 지원을 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형민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라이프는 올해 1분기에도 영업적자 290억 원을 기록했다”며 “현대모비스가 본업과 무관한 사업분야로 현금유출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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