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체코 원전 건설 사업에 쏟은 열정은 올해 6월 대우건설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에서 시공 주관사로 선정되면서 결실을 맺었다.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2024년 9월23일,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체코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예정지인 트레비치 인근 두코바니를 방문했다.
정 회장은 두코바니 지역 대표들과 만나 점심식사를 하면서 대우건설의 해외 공사 실적을 소개하고 원전지역 주민들과 상생협력도 약속했다.
정 회장이 체코 원전 건설 사업에 가지고 있는 열정을 한 눈에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회장의 이런 노력은 올해 6월 결실을 맺었다. ‘팀 코리아’ 일원으로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신규 원전 사업에서 시공 주관사로 참여하게 되면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국내 건설사 가운데 해외에서 원전을 시공하는 세 번째 건설사가 된 것이다.
◆ 첫 해외 원전 건설 경험으로 원전주 이미지 굳힐까
문제는 대우건설의 경험이다.
대우건설은 아직까지 해외에서 원전을 건설한 경험이 없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JRTR)을 수출한 경험이 전부다.
대우건설이 체코 원전의 주관사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장에서 원전주로서의 이미지가 약한 이유다.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7월7일 보고서에서 “대우건설의 글로벌 원전 레코드에도 불구하고 주가 탄력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본격적으로 개화할 미국 시장에서의 기대할만한 원전, SMR 프로젝트가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자칭 ‘1호 해외 영업사원’ 정원주 회장의 영업망 확장
정 회장은 이런 상황을 영업력으로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 체코 원전지역을 방문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정 회장은 작년 체코 방문 당시 해당 지역이 소방시설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소방차를 지원하는 등 지역 생활에 긴밀한 관심을 표했다.
또한 대우건설은 한-체 원전건설포럼을 개최해 약 600개 체코 현지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체코 원전이 지어지는 두코바니 지역의 주요 인사를 대상으로도 세밀한 영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2023년 6월 대우건설 회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스스로를 대우건설의 ‘1호 해외 영업사원’이라고 자칭해왔다.
체코 뿐 아니라 이라크, 모잠비크, 투르크메니스탄, 나이지리아, 베트남, 필리핀 등 수많은 나라들을 방문하며 대우건설의 해외 영업망을 넓히는 데 주력해왔다.
◆ 원전 경력 34년, 크고 작은 경험 모여 주관사 맡기까지
대우건설은 해외 원전 경험은 없지만 국내에서 원전을 건설해왔던 경험들이 앞으로 해외 원전 수주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우건설의 원전 건설 이력은 1991년 월성 원자력 3·4호기 주설비 공사에서 시작한다. 이 때 대우건설은 국내 유일의 중수로형 원전 시공 경험을 확보했다.
2005년에는 신월성 1·2호기로 또다른 경험을 쌓았으며 2015년에는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1단계를 준공했다.
해외에서 원전과 관련된 경험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출은 설계, 인허가, 구매와 시공, 시운전 등 모든 과정을 대우건설이 턴키로 수행했다.
이 경험은 2023년 부산 기장군 수출용 신형 연구로 건설 사업에서 대우건설이 주관사 역할을 하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 웨스팅하우스 발판 삼아 미국 원전 시장도 진출할까
한쪽에서는 웨스팅하우스를 통해 대우건설이 미국 원전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점치는 분위기다.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합작법인(JV) 설립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오며 대우건설의 원전 해외 진출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8월25일 보고서에서 “한국 미국 정상회담을 통해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JV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며 “‘팀코리아’ 체제의 원전 진출 확장은 동사의 원전 파이프라인 확대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