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09-02 17: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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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홈플러스가 2027년까지 21개 점포를 폐점할 계획을 세운 가운데 국내 대형마트 업계 1위 업체 이마트가 직접적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공격적 출점 전략 재가동하고 통합 매입을 바탕으로 할인 행사 규모를 키우며 본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2위 홈플러스 영업력 악화로 이마트가 큰 폭의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무리라는 시선이 많았던 2027년 영업이익 1조 원 목표에도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들어 본업 수익성을 크게 개선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 2위 홈플러스 폐점에 따른 반사이익을 바탕으로 2027년 영업이익 1조 원 달성 목표에도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한채양 사장.
2일 홈플러스가 2027년까지 폐점 계획을 세운 21개 점포 입지를 분석한 결과 이마트는 6곳을 제외한 15곳 인근에 위치한 점포에서 직접적 고객 유입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는 11월16일 수원 원천·대구 동촌·부산 장림·울산 북구·인천 계산점 등 5개 점포를 시작으로 내년 5월까지 임대료 인하 협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15개 점포를 차례로 폐점할 계획을 세웠다.
이와 별개로 앞서 폐점 결정을 내린 서울 동대문점은 올 하반기, 동청주점은 내년 상반기, 서울 신내점, 순천풍덕점, 부산 반여점은 2027년 차례로 문을 닫는다.
이들 21개 점포 가운데 15곳이 현재 영업 중인 이마트(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 포함) 점포와 차량으로 10분 이내 이동할 수 있는 인근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으로 이마트 용인 흥덕점(1.5㎞, 이하 차량 이동 기준), 인천 계양점(1.4㎞), 서울 왕십리점(1.8㎞), 천안점(1.7㎞), 순천점(700m) 등 5곳은 홈플러스 폐점 예정 점포 2㎞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차량으로 5분 안팎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트레이더스 마곡점(2.6㎞)과 이마트 광명소하점(2.3㎞) , 일산점(2.8㎞), 안산고잔점(2.8㎞), 스타필드마켓 동탄점(2㎞), 목동점(2㎞), 트레이더스 연산점(2.8㎞) 등 7곳은 홈플러스 폐점 점포에서 약 8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이마트 전주점(3.4㎞)과 울산점(3.5㎞), 부천점(3.4㎞) 등 3곳도 홈플러스 폐점 점포에서 차량으로 약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위치했다.
반면 롯데마트는 홈플러스 폐점 예정 점포와 4㎞ 이내에 위치한 곳이 서울 금천점(1.1㎞), 인천 계양점(300m), 부산 사하점(845m), 경기 주엽점(2.6㎞), 경기 안산점(2.8㎞), 울산점(1.4㎞) 등 6곳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경우 직선 거리 기준 3㎞ 이내에 경쟁 점포가 위치한 때 경합지역으로 본다”며 “다만 지방 상권의 경우 지역에 따라 5~10㎞까지 경합지역으로 분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합지를 직선 거리 기준으로 보는 점과 이마트 전주점·울산점·부천점이 모두 지방 점포임을 고려하면 홈플러스 폐점 점포 인근 이마트 15개 점포 모두 경합지로 보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마트는 현재 트레이더스 포함 국내 156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대형마트 업계 1위 업체다. 홈플러스가 123개로 2위, 롯데마트가 112개로 3위다. 2027년까지 홈플러스 점포 수는 102개로 줄게 된다. 11개 점포에 재입점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그대로 실현될지는 불분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기존 고객들은 온라인에서 주문을 하기보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신선식품 등의 품질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고객이 다수인 만큼 홈플러스가 폐점하게 되면 인근의 다른 오프라인 점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2일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이마트 9월 고래잇 페스타 할인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마트>
이마트는 2월 기업가치제고계획을 발표하면서 2027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일회성 비용 제외한 이마트 연결 영업이익은 2603억 원이었다. 가시성 낮은 목표라는 시각이 많았지만 홈플러스가 이마트 인근 점포들을 다수 폐점키로 하면서 목표 달성 전망을 밝히고 있다.
한채양 사장은 올해 들어 공격적 출점 전략을 재가동하고 통합 매입을 통한 원가절감을 바탕으로 할인 행사 규모를 키우며 실적 반등을 이끌고 있다. 올 상반기 이마트 할인점과 트레이더스 합산 별도 영업이익은 1170억 원으로 전년보다 140% 급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통합매입을 통한 원가절감과 이를 가격혜택 등 고객중심의 재투자로 연결해 고객수를 늘린 결과”라며 “실적 개선의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았고, 스타필드마켓으로 등 미래형 포맷 점포의 ‘공간 혁신’과 신규 점포 출점 등 본업 경쟁력 강화 전략이 더해지며 성과가 가시화됐다”고 평가했다.
한 사장은 올 하반기 본업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을 세웠다.
이마트는 2025년 2월 트레이더스 마곡점, 4월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연 데 이어 하반기 인천 트레이더스 구월점을 신규 출점한다.
4일부터는 올해 8번째 ‘고래잇 페스타’를 연다. 이번 행사에서는 시작 및 종료 요일을 기존 금요일~차주 목요일에서 목요일~차주 수요일로 조정하고 할인 폭이 큰 주말 행사 일수를 기존 3일에서 4일로 늘렸다. 앞선 7번의 고래잇 페스타 기간 동안 이마트 매출과 방문 고객수는 각각 두 자릿수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에서도 하반기 이마트가 본업에서 수익성 개선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통합 매입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지속하고, 가성비 소비 확산 및 신규점 출점 효과에 따른 트레이더스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며 하반기 이익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 사장은 큰 폭의 본업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있지만 온라인 사업부 적자가 이마트 연결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트의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과 G마켓은 올 상반기 영업손실 규모를 전년 동기보다 440억 원 더 늘렸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신청 이후 인근 점포 매출 개선 또한 확인되기 시작한 만큼 하반기에도 이마트 오프라인 사업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지마켓의 경우 알리익스프레스 합작법인이 설립되면 영업손실이 연결 실적에서 제외될 예정인 만큼, SSG닷컴 수익성 회복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