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사무관이 과로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근로시간 단축논의가 재점화했다.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편 과제 가운데 하나였던 근로시간 단축안을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고 하지만 정부 근로시간 단축안을 놓고 반발도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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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주최한 정책포럼 기조연설에서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50만 개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15일 오전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계단에서 30대 여성 사무관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사유는 일시적 심장정지로 인한 실족사로 평소 지병이 없던 고인이 과로사한 것으로 여겨진다.
문 전 대표는 17일 이 사고와 관련해 SNS를 통해 “가슴이 무너진다”며 “일자리를 나눌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삶의 여유를 위해서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같은날 SNS에서 “장시간 노동은 사회적 덕목이 아니라 질병”이라며 “치료는 노동시간 단축”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근로시간 단축논의에 관심을 쏟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4대 노동시장 구조개편 방안 가운데 하나로 설정하고 2014년부터 추진해왔다. 노사정합의 불발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편은 성사되지 않았으나 근로시간 단축만큼은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노동시장 구조개편 법안 패키지 처리가 안 된다면 근로시간 단축방안만이라도 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16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국회와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단축방안은 새누리당이 지난해 5월 당론으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들어있다.
노동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현재 근로기준법은 주당 정규근로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에 휴일근로 16시간을 포함해 최대 68시간을 근로할 수 있도록 돼있다. 개정안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도록 해 주당 근로시간을 정규 40시간, 연장 12시간으로 52시간으로 축소하도록 했다.
다만 중소기업 등에서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4년에 걸쳐 근로시간 단축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2023년까지는 노사합의로 주당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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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
하지만 정부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야당은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방안을 줄곧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특별연장근로 8시간이다. 정부와 노동계, 여당과 야당의 시각차이가 존재하는 부분이다.
정부여당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도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60시간으로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와 야당은 애초에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으로 보는 정부의 행정해석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근로기준법상 최대 근로시간은 휴일근로와 연장근로를 포함해 52시간이기 때문에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면 오히려 근로시간을 늘리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18일 포럼에서 “노동법은 연장노동을 포함한 노동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규정하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토·일요일 노동을 별도인 것으로 왜곡해 주 68시간 노동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역시 18일부터 20일까지 박근혜 노동개악 폐기와 이기권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진행하며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방안에 반대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주 68시간 근로 행정해석은 법률적 근거가 없는 해괴한 것”이라며 “정부 추진 법안은 노동시장 단축법이 아니라 노동시간 연장법”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정부 추진안을 저지하고 주당 근로시간 상한선을 52시간으로 못박기 위해 별도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제출해 맞불을 놓고 있다. 한정애·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휴일근로를 연장근무에 포함하도록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