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큐셀과 OCI 등 태양광기업이 트럼프 정부에서 추진될 새로운 에너지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보다 석유·석탄 등 전통에너지산업을 육성하는데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정책 수정에 촉각
18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20일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기존 에너지정책을 어떻게 수정할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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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8년 동안 행정부를 이끌며 기후변화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청정에너지 사용비중을 늘리기 위한 정책을 확대하는데 주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에너지정책을 관장하는 에너지부와 환경보호청(EPA)뿐 아니라 내무부와 국무부 등을 이끄는 수장에도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확대하는데 적극적인 의지를 갖춘 사람들을 임명했다. 환경운동가로 유명한 샐리 주웰 내무부 장관과 기후변화에 관심을 보인 존 케리 국무부 장관 등이 대표적 인사들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에서 에너지정책을 담당할 인사들의 윤곽이 들어나면서 미국정부의 정책기조가 180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2월에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를 에너지부 장관에 지명했다.
페리 전 주지사가 화석연료를 확대하는데 적극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온 에너지정책이 좌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페리 전 지사가 주시사를 지낸 텍사스주는 석유 등 전통적인 화석연료가 풍부한 곳이다. 그는 이 곳의 주지사를 15년 동안 지내며 석유를 계속 뽑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미국정부의 에너지정책을 꾸준히 비판했다.
스캇 프루이트 환경보호청(EPA) 청장 내정자도 대표적인 기후변화 부정론자로 꼽힌다. 프루이프 내정자는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청정발전계획(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연방정부법)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 한화큐셀, 미국비중 줄이기 위한 대책 절실
한화큐셀은 지난해 11월에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이 위축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주가에 반영되면서 곤혹을 치뤘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한화큐셀 주가는 18일 기준으로 8.51달러다. 미국 대선 이후 주가가 20%가량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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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문환 한화큐셀코리아 대표이사. |
한화큐셀은 전체매출의 30%를 미국시장에서 내는데 트럼프 정부가 전통에너지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매출에 타격을 입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큐셀은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벌였던 영업활동 전략을 수정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차문환 한화큐셀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12월에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내년 사업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태양광산업 전반을 한국이 이끌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2017년 사업계획을 한국시장 중심으로 짰냐는 질문에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편”이라며 “한국 태양광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대답했다.
한화큐셀은 한국 신규 태양광발전설비 설치량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5GW 이상의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화큐셀이 2015년에 전 세계에 설치한 태양광발전설비 설치량(1GW)을 크게 웃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하반기에 국내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태양광시스템사업팀을 신설한 뒤 11월 말에 한국에서 첫 태양광발전 사업설명회를 열고 태양광발전사업 확장계획을 공개했다
최근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설치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기공사 면허를 갖춘 협력회사 모집을 마쳤는데 이들과 협력해 국내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OCI, 태양광사업 올인 전략 수정 불가피
OCI도 트럼프 정부 등장이라는 악재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우현 OCI 사장은 수년 전부터 OCI케미칼과 OCI머티리얼즈 등 태양광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자회사들을 매각하며 태양광사업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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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현 OCI 사장. |
이 사장은 지난해 10월 태양광발전의 원재료로 쓰이는 폴리실리콘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폴리실리콘 제조기업 도쿠야마말레이시아의 지분 16.5%를 265억 원에 인수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생산량 확대를 통한 규모의경제 효과를 달성해 폴리실리콘사업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 정책을 펼 경우 OCI는 폴리실리콘사업에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보조금 축소로 태양광발전 수요가 감소할 경우 태양광발전용 모듈을 생산는데 필요한 폴리실리콘의 수요도 동시에 줄어들기 때문이다.
OCI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킬로그램당 1달러 내릴 경우 연간 영업이익에서 600억 원을 손해보는 것으로 추정된다. 폴리실리콘 수요감소에 따라 가격이 내릴 경우 수천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계산이나온다.
OCI는 대부분 중국과 대만기업들을 상대로 폴리실리콘을 판매하기 때문에 미국정부의 정책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정부의 정책기조가 전 세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점을 감안할 때 OCI가 태양광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
OCI는 지난해 12월에 보고펀드와 1천억 원 규모의 태양광발전 펀드를 조성하기로 하는 내용의 ‘OCI-VOGO 태양광 전문투자형 사모특별자산 투자신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양해각서에 따르면 OCI는 국내 공공부지나 건물 옥상 등에 모두 50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고 보고펀드는 OCI가 건설한 태양광발전시설을 인수·운영한다.
OCI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세계시장보다 국내에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태양광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