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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고려대 학교법인 이사장 세습에도 비판 목소리 없는 까닭, 이사회 투명성과 동문 네트워크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5-08-0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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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고려대 학교법인 이사장 세습에도 비판 목소리 없는 까닭, 이사회 투명성과 동문 네트워크
▲ 고려대학교는 '최장기 세습 명문사학'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이사장과 교수, 학생 사회의 큰 잡음이 없이 운영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비합리적이고 투명성 없는 지금의 법인은 오히려 학교 발전의 장애물로 전락해버렸다.”

2012년 10월, 고려대학교 교수 138명이 고려대학교를 운영하는 고려중앙학원의 운영 실태를 비판하면서 낸 성명의 일부다. 그리고 이날 이후, 교수 사회, 학생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고려중앙학원의 운영을 비판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한민국에서 사학재단의 세습은 늘 논란의 대상이 된다. 특정 가문이 학교 운영 재단을 수십 년간 장악하는 모습을 두고 시민사회, 학생사회, 교수사회는 지속적으로 비판을 가해왔다.

하지만 이런 흐름과 대조적으로 ‘최장기 세습 명문사학’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고려대학교는 눈에 띄는 내부 갈등 없이 운영되고 있다. 

교수사회의 강력한 비판을 받던 고려중앙학원은 어떻게 비판에서 벗어나 교수, 학생들과 동행하게 된 것일까? 그 답은 ‘이사회 투명성’과 ‘동문 네트워크’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풀어볼 수 있다.

◆ 12명 이사 가운데 가까운 친족 0명, 숫자가 보여주는 이사회의 투명성

고려중앙학원 이사회는 12명의 이사와 3명의 감사로 구성돼있다. 흥미로운 점은, 12명의 이사 가운데 창립자의 가문, 즉 인촌 김성수 전 부통령의 가문 사람(울산 김씨)은 김재호 이사장과 김병휘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둘 뿐이라는 것이다.  

김병휘 교수 역시 울산 김씨 가문이기는 하지만 김 전 부통령의 후손이 아닌 김 전 부통령의 동생,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의 후손이다. 김재호 이사장과 김병휘 교수의 촌수를 계산하면 8촌으로 사실상 친족으로 보기 어렵다. 고려중앙학원의 홈페이지에도 김병휘 교수를 친족이사가 아니라고 소개하고 있다.

즉, 이사장 일가가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가문 외 인사가 이사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인 셈이다.

◆ 개방이사·회의록 공개, 형식적 투명성은 갖췄다

고려대학교 이사회는 반드시 이사회의 1/4 이상을 개방이사로 두어야 한다는 사립학교법 규정도 준수하고 있다. 

개방이사는 학교법인의 설립자, 설립자와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 해당 학교법인의 임원이었던 사람, 해당 학교법인이 설치·경영하는 학교의 장이었던 사람을 제외한 이사를 말한다. 사학재단의 비리를 막기 위해 설립자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이사를 반드시 일정 수 이상 선임하도록 한 것이다.

고려중앙학원은 권오섭 엘엔피코스메틱 회장과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 김영훈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를 개방이사로두고 있다.

이사회의 정관과 회의록 공개, 임원 임기 제한, 예산 및 재산심의 등의 절차 역시 법률상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이사회 회의록은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임원 구성과 운영도 정기적으로 갱신된다.

◆ 명문대 동문의 파워, ‘갈등’보다 ‘공생’의 구조

또 하나의 특수 요인은 고려대학교만의 동문 네트워크다. 재계나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사회에 참여함으로써 ‘내부 감시’와 ‘대외 신뢰’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고 있는 것이다.

2025년 기준 고려대학교 이사회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유정준 SK온 대표이사 부회장, 권오섭 엘엔피코스메틱 회장,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 등 내로라하는 재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고려대학교 동문들이다.

김재호 이사장이 컨트롤하기 힘들 정도의 거물이면서 학교에 대한 애정이 강한 동문 중심의 이사회 운영은 이사장의 개인적 이익보다는 학교의 이익 중심의 운영을 하는데 큰 힘이 된다. 

학교의 재정과 산학협력 확대에도 동문 이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대차는 고려대학교와 협력해 수소·로보틱스 분야 학·석사 통합과정인 스마트모빌리티 학부를 설립했다. 정의선 회장은 1993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2022년 2월에는 고려대학교 학위수여식(졸업식)에서 영상 축사를 하기도 했다.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1983년 고려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모교 사랑 역시 유명하다. 2019년 준공된 SK미래관은 SK그룹과 최태원 회장의 기부금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 모두가 찬성하는 이사회, 정말 ‘감시’가 이뤄지고 있을까

다만 한쪽에서는 표면적 모습만을 놓고 이사회가 견제장치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고려대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되어있는 이사회 회의록(2022년 5월23일~ 2025년 5월16일)을 전수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안건이 이사회에서 반대 없이 참석 이사(혹은 재석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례적으로 제635차 이사회(2024년 2월15일)에서 김승유 이사 후임 선임의 건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차기 이사회로 넘어가긴 했으나, 다음 이사회인 제636차 이사회에서 역시 참석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물론 이사회 회의록에 회의 안건의 실제 논의 내용이나 찬반 토론 등은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모든 안건이 무비판적으로 통과된 것인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사회 회의록에 ‘참석 이사 전원의 찬성’이라는 문구가 수년 동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형식적 투명성과 실질적 감시 기능 사이에 간극이 있을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고려대학교 단과대학 학생회에서 임원을 맡았던 한 졸업생은 고려중앙학원의 세습과 관련해 “이사장직을 세습하는 것 자체에 대한 근본적 비판은 학교의 사유화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유효하다”라며 “하지만 법인을 어떻게 운영해 나가는가에 따라서 개별적으로 세습의 평가가 달라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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