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가 지난 8월1일 서울 서초구 방배로 사단법인 한국부동산융합학회에서 생활형 숙박시설과 관련된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생활용 숙박시설(생숙) 소유자 대표회의의 구성을 법적으로 허용해 현재 위탁관리업체를 전문 경영인으로 바꿀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주로 불법적이거나 미신고 상태에서 주거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생숙은 11만 호가 넘어가는데 소유자들을 위해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교수는 "생숙 소유자들은 분양 당시 예상한 만큼 수익을 얻지 못하면서 거주 등으로 제대로 사용할 수도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며 "소유자 대표회의를 통해 생숙이 오피스텔로 전환이 잘 이뤄진다면 주택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지난 1일 권 교수를 서울 서초구 사단법인 한국부동산융합학회에서 만나 전국에 방치돼 있는 생숙의 주거용 오피스텔 전환을 위한 구체적 해결 방안에 대해 물어봤다. 다음은 권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현재 생숙에서 나타나는 주된 문제점은.
"우선 생숙은 위탁관리업체를 통해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데 위탁관리업체가 소유자들에게 임대 수익을 제대로 주지 않더라도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위탁관리업체는 생숙의 합법적 영업과 안정적 수익 배분을 위한 핵심 역할을 맡고 있으며 법적 신고의무, 민원 및 안전관리, 수익 정산 업무도 담당한다)
위탁관리업체는 생숙을 분양하면서 임대 수익 보장을 명시했더라도 소유자들에게 영업 부진,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제대로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위탁관리업체가 수익을 자의적으로 배분하는 경우가 있어 소유자들의 임대 수익이 애초 광고에서 제시한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일부 소유자는 생숙이 주택이 아님에도 장기 거주 용도로 사용해 불법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 생숙이 주거용 오피스텔로 전환이 활성화되지 않는 주된 이유는 무엇으로 보나.
"생숙 위탁관리업체 대표자가 직원 수를 줄여가면까지도 생숙 사업을 쉽게 놓지 않고 있어서다. 위탁관리업체 대표자들로서는 돈을 버는 직업이기에 오피스텔로의 전환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생숙 위탁관리업체 대표자 한 명의 판단으로 생숙 사업 경영 전부가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 생숙이 오피스텔 전환을 포함해 제대로 활용되기 위한 방안은.
"먼저 소유자 대표회의의 구성을 법적으로 허용해줘야 한다. 현재 소유자에 관한 정보는 개인 정보에 해당해 소유자 간에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며 이를 오직 위탁관리업체만이 안다.
앞으로는 소유자가 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청구하면 일부 공개를 허용함으로써 소유자끼리 생숙의 합리적 활용을 함께 도모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일을 도울 필요가 있다.
또한 소유자 대표회의를 통해 위탁관리업체들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하고 외부 감사가 추가돼야 한다. 현재 위탁관리업체들은 폭리를 취하거나 수익 배당을 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문 경영인으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유자들이 생숙 위탁관리업체를 바꿀 수 없어 무소불위로 행동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법인 감사는 소유자들의 수익 배분 등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외부 감사를 통해 생숙 관리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을 위해 규제 완화의 필요성도 제기되는데.
"생숙을 오피스텔로 변경한다는 전제 하에 대표적으로 주차장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생숙에서의 장기 거주를 합법화하기 위해서는 오피스텔로 용도를 전환해야 하는데 오피스텔에 맞는 주차장 요건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법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장기 거주자들을 위해 공영 주차장 또는 장기 주차 확인서 등을 허용하는 주차장 규정 완화가 필요하다."
-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과 관련해 기존에 용도 변경이나 숙박업 신고를 완료한 소유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이전에 용도 변경이나 숙박업 신고를 완료한 소유자들은 자신들의 기회 비용을 고려해 생숙사업 유지와 오피스텔 전환 간에 선택을 하면 될 것이다.
사업자 등록을 포기하면 생숙을 오피스텔로 전환할 수 있다.
문제는 사업자 등록을 내 생숙 영업을 하던 소유자들이 일정 비율 이상 원한다면 오피스텔로 바꿀 수 있어야 되는데 소유자 대표회의를 만들지 못해 바꾸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 지난해 10월 정부의 '생활형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 이후 경기 안산시에서 처음으로 생숙에서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한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인테라스 1차'. <비즈니스포스트> |
-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을 포함한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 정책에 대한 의견은.
"생숙이 오피스텔로 전환되면 비아파트로 잡혀 합법적 거주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주택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2024년 동안 대형 건설사 20여 곳이 부도처리됐다. 이는 앞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켜 건설사들이 주택을 공급하기 더욱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또한 전세사기로 아파트 쏠림 현상이 발생해 비아파트 수요가 부진해졌다. 비아파트는 조기 공급이 가능한 주택이기 때문에 당장의 주택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전세보증금 일부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예치하고 임차인이 퇴거할 때 반환하는 방식으로 역전세 및 전세 사기를 예방하는 에스크로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
또 비아파트 공급에 나서는 건설사들에 세제 혜택, 청년을 대상으로 거주 오피스텔의 주택 수 배제, 현행 비아파트 주택 가운데 60㎡ 이하에 대해서는 주택 수 배제 등을 제안한다."
- 새로 지어질 생숙에 대한 견해는.
"장기적으로는 호텔, 리조트 형태의 숙박시설 등으로만 허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숙은 호텔과 리조트의 돌연변이로, 도심지에 지어놓고 '분양형 호텔'이름으로 포장한 경우가 많다.
관광객 수요 증가에 대비한다면 에어비앤비 등의 합법화 또는 숙박업 시설 완화나 호텔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탁관리업체 대표자를 통한 경영 및 관리의 문제는 생숙뿐만 아니라 주상복합 건물이나 오피스텔 역시 비슷하다.
위탁관리업체가 한 번 들어오면 바꾸기 어려운 상황을 법률 제정 등을 통해 규제 사각지대에서 끌어낼 필요가 있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부동산학 석사학위를, 강원대학교 대학원에서 부동산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감정평가업계와 신용평가회사와 기업구조조정회사 등 부동산 실무 분야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후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로 20여 년간 재직했고 2023년부터는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권 교수는 한국부동산융복합학회 회장, 대한부동산학회 명예회장, 국토교통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및 자체성과평가위원회 위원 한국토지주택공사 및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여러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의 자문위원과 심사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또한 부동산 관련 여러 저서 집필과 정책 비평도 하고 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