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미뤄놓았던 정기 임원인사를 설 연휴가 끝난 뒤인 1월 말이나 2월 초에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임원인사 시기와 향방을 놓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해마다 연말에 정기인사를 실시해왔으나 지난해에는 주요 계열사 부장 이하 직원 인사만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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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차그룹이 임원인사를 미루고 분리인사를 실시한 것은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는 삼성그룹 등 주요 그룹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게이트 여파로 특검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등 외부 악재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마냥 인사를 미뤄둘 수만은 없다. 20일 트럼프 정부가 공식 출범하는 등 글로벌시장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판매량 800만 대 목표달성에 실패했는데 올해 판매목표인 825만 대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은 물론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에서도 고전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설 연휴가 끝나는 대로 1월 말이나 늦어도 2월 초 2017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별로 내부적으로 인사대상자에게 순차적 통보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은 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서관 18층에서 열린 2017년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그룹 임원인사 시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만간 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번 임원인사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임원 승진자 수는 2015년보다 더 줄어 300명 초반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 정기인사에서 465명 임원 승진자를 배출한 뒤 400명 대 초반 정도로 승진자 수를 유지해오다 2015년에는 368명으로 대폭 줄였다.
하지만 글로벌과 내수 모두 판매가 위축됐고 박근혜 게이트에도 연루되는 등 대내외 악재가 많아 승진잔치를 벌이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임원이 급여 10%를 반납하기로 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만큼 승진자 수는 물론 수평적 인사이동 역시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제철 등 계열사들은 최근 일부 임원에게 해임 사실을 통보하는 등 문책성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수시인사를 통해 중국과 미국의 판매법인장을 경질했다. 이번에도 주로 실적이 좋지 않은 영업본부를 중심으로 인사 칼바람이 불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품질경영’ 강화와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안착을 위해 관련 부서의 경우 임원승진 등을 통해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높다.
현대기아차 역시 최순실씨 지인 회사인 KD코퍼레이션과 부당한 납품거래를 한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아직까지 대기업 관련 특검 수사가 삼성그룹에 집중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 역시 다음 차례가 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