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한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이 곤두박질쳤다. 카드업계의 전반적 불황을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이다. 6년 만에 3천억 원을 크게 밑도는 성적을 받아들었다.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으로선 단기 처방 아닌 ‘체질 개선’에 관해 얘기해야 할 처지가 됐다. 관련해 신한카드 쪽에선 요즘 ‘효율’이란 단어가 부쩍 많이 등장한다. 업무·조직·자산 모든 측면에서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히 쳐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신한카드 성장 해법을 찾고 있다. <신한카드> |
29일 실적 발표를 마친 6개 카드사(신한·삼성·KB·현대·하나·우리) 상반기 순이익을 보면 신한카드의 하락폭이 가장 크다.
신한카드는 상반기 순이익 2466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35.0%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는 29.1%, 우리카드는 9.5%, 삼성카드는 7.5%, 하나카드는 5.5%씩 순이익이 줄었다. 현대카드는 순이익을 1.0% 늘렸다.
뿐만 아니라 신한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이 3천억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9년(2712억 원) 뒤 6년 만이다.
올해 신한카드의 실적 부진이 예삿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신한카드가 저조한 실적을 낸 배경으로는 비용 증가가 꼽힌다.
신한카드는 1년 전보다 영업수익을 1533억 원 늘렸다. 그러나 수수료·기타영업비용으로 1860억 원, 대손충당금전입액으로 740억 원을 사용하면서 쪼그라든 순이익을 거뒀다.
수수료·기타영업비용은 1년 전보다 14.6%, 대손충당금전입액은 17.0% 늘었다.
이러는 사이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한 삼성카드와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삼성카드는 상반기 3356억 원을 벌었다. 신한카드보다 890억 원 많다. 1분기 실적에서 두 회사의 순이익 차이는 487억 원이었다.
신한카드의 반등 기회를 마련해야 하는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 신한카드 사장 후보로 이름을 올렸을 때부터 박 사장의 최대 과제에는 신한카드의 실적 개선이 자리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박 사장을 추천하면서 “(2024년) 7월 그룹 수익성 개선에 기반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시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신한카드의 성과 확대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올해 분기별 흐름만 보더라도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줄어들고 있다. 신한카드는 1분기 순이익으로 1357억 원을, 2분기에는 1109억 원을 거뒀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박 사장의 전략 핵심은 효율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는 전날 임직원 업무 전반에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사내 플랫폼 ‘아이나(AINa)’를 적용한다고 알렸다. 임직원들은 단순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업무, 반복 업무 등을 AI에이전트에 맡기고 중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아이나에서는 각 부서와 팀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봇 제작도 가능하다. 아이나의 활용 범위에 제한이 없는 셈이다.
앞서 1월에는 생성형 AI를 탑재한 상담지원 시스템 ‘아이쏠라(AI-SOLa)’도 도입했다. 아이쏠라는 고객 응대 전 과정에서 활용돼 업무 효율성 개선에 기여한다.
▲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4일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2025년 하반기 사업전략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신한카드> |
박 사장은 업무 방식의 효율화뿐 아니라 자산구성에서도 효율적 배분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신한카드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대손충당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위험자산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해창 신한카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5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신규 연체 진입에 대해 상세히 보고 있다”며 “고정이하여신비율이나 연체율이 오르지 않도록 상·매각을 늘려가면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4월부터 기존 콜센터 이외 연체금액을 직접 회수하는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박 사장이 올해 성장의 전환점을 마련한다면 이후에는 성장세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기대된다.
현재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기는 하지만 신한카드는 10년 동안 업계 1위를 지켜온 회사다. 구성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만들어진다면 이전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 성과를 끌어내는 데 있어 구성원들의 사기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신한카드는 최근 희망퇴직, 조직개편 과정에서 구성원들과 마찰이 있었던 만큼 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가 크다고 여겨진다.
박 사장은 4일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구성원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조직의 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은 결국 현장에서의 치밀하고 세심한 관리에서 비롯된다”며 “모든 리더가 주도적으로 변화의 중심에 서서 작은 부분까지 깊이 고민하고 실행해달라”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