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일본의 무역협정에 포함된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내용을 두고 양국의 시각차가 뚜렷하다. 세부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채 협상이 서둘러 마무리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일본이 5500억 달러(약 757조4천억 원) 규모 투자기금 조성을 뼈대로 하는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아직 세부 내용은 불분명하다.
일본의 미국 내 투자 방식을 두고 양국의 시각 차이가 점차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충분한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채 ‘졸속 합의’가 체결된 데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25일 “역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미국과 일본의 무역협정이 실현될 가능성에 의문이 나오고 있다”며 “디테일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이 5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산 농산물과 제품 수입을 늘리는 대가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5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기금을 미국이 총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5500억 달러가 투자 상한선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대출과 대출 보증을 포함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투자가 언제부터 시작될지, 기금은 어느 기간에 걸쳐 조성될지에 이어 이러한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지 등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일본의 투자 프로젝트에 미국이 90%의 수익을 가져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이시바 총리는 해당 기금이 일본 기업의 미국 투자를 지원하는 수단이고 양국에 모두 이익이 될 것이라며 이와 다소 상반된 입장을 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미국 정부가 발표한 일본과 관세 합의 내용에는 일본 정부의 설명과 일치하지 않거나 불분명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이른 시일에 구체적 협의 내용을 요약해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식으로 미국과 합의되는 문서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일본이 일반적 무역협상과 달리 공동으로 작성한 합의문을 발표하지 않은 데 따라 양측의 의견 차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일본의 무역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에 중국과 협상에서 관세 완화를 조건으로 받아낸 투자 약속과 같이 실체 없는 내용에 그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에서 일본과 무역 합의를 두고 비판적 여론이 고개를 드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정부와 일본의 무역협정은 미국 기업 및 정치권에서 너무 많은 사안을 양보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본과 무역 협정을 분기별로 평가해 만족스럽지 않다면 관세율을 25%로 되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 미국과 일본의 무역협정이 정식으로 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CNBC도 “트럼프 정부의 무역 논의는 큰 숫자만 들어갈 뿐 디테일은 찾기 어렵다”며 “미국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비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