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SK텔레콤의 해킹 사고와 관련해 개인정보 유출 조사를 마치고 과징금 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과징금 규모가 얼마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고 여파가 컸던 만큼 역대 최고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해킹사고 관련 매출 범위를 어떻게 산정할지와 SK텔레콤이 제시한 소비자 보상 및 추가 보안 투자 계획이 과징금 감경 요소로 얼마나 작용할지에 따라 과징금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SK텔레콤 해킹 사고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8월 말 과징금 액수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통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르면 8월27일쯤 전체회의를 열고 SK텔레콤 해킹 사고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위원회는 지난 22일쯤 SK텔레콤에 대한 조사를 대부분 마무리한 상태로, SK텔레콤 측과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매출 산정 범위에 관한 근거 자료를 놓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과징금 산정을 위한 매출액은 사업자가 제출한 자료를 기준으로 검토하되, 필요하면 추가 자료를 요구하거나 설명을 듣는 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 규모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역대급 대형 사건’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한 만큼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관련해 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가장 큰 액수는 2024년 카카오에 부과된 151억4196만 원이다. 그 뒤를 이어 2023년 골프존 75억400만 원, 2022년 LG유플러스 68억 원, 2016년 인터파크 44억8천만 원 등의 순이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 제64조의2에 따르면 위원회는 사업자의 전체 매출의 3%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SK텔레콤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 약 17조9410억 원을 감안할 때 최대 5382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지난해 SK텔레콤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해킹사고 관련한 과징금은 최대 5천억 원이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사고와 관련이 없는 매출과 보상안 등 경감 요인을 고려할 경우 최종 과징금 규모가 이보다 낮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다만 실제 부과되는 과징금은 이보다 낮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64조의2 제2항에서 전체 매출액 중 위반 행위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매출을 제외한 금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SK텔레콤이 해킹 사고와 무관한 매출을 위원회에 소명할 경우,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매출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해 대상을 SK텔레콤의 무선통신 가입자로 한정하고, 유선전화·인터넷방송 등 유선통신 사업을 담당하는 SK브로드밴드의 매출을 제외할 경우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2023년 별도기준 매출은 12조7740억 원으로 낮아진다. 이 경우 3%에 해당하는 약 3832억 원이 과징금 부과의 최대치가 될 수 있다.
또 SK텔레콤이 별도기준 매출 가운데 이동통신과 관련 없는 망접속 정산수익이나 기타 매출의 제외를 주장할 경우, 기준 매출은 10조6700억 원으로 더욱 줄어든다. 이 경우 3%에 해당하는 과징금 상한은 약 3201억 원이 된다.
SK텔레콤이 발표한 5천억 원 규모의 가입자 보상안와 7천억 원 상당의 정보보호 투자 계획도 과징금 감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64조의2 제4항 제6호는 과징금 부과 때 위원회가 ‘위반행위로 인한 피해 회복 및 피해 확산 방지 조치의 이행 여부’를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SK텔레콤이 내놓은 후속 조치들이 실제 감경 요인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징금 산정 기준 매출과 감경 사유를 모두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 최종 과징금이 1천억 원을 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