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3월4일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손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지분 확대를 위해 한국 재벌 대기업과 유사한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대기업은 오너가의 지배력 확보를 위해 계열사를 합병하거나 분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른바 ‘머스크 제국’도 이와 닮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현지시각) 투자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를 인수하면 일론 머스크는 합병회사 테슬라의 지분율이 25%로 올라간다.
일론 머스크는 현재 상장사이자 자신이 최고경영책임자(CEO)로 일하는 테슬라 지분 13%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60억 달러(약 76조5800억 원)에 이르는 스톡옵션 권리도 이사회가 2018년 승인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머스크는 올해 3월 기준 비상장사인 xAI 지분 33%를 들고 있다. 기존 테슬라 지분과 스톡옵션에 xAI까지 더하면 머스크가 합병회사에서 지배력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xAI 인수는 아직 구체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이날 진행한 테슬라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테슬라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통제력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 지분을 25% 정도까지 확대하고 싶다는 의사를 지난해부터 꾸준히 언급했는데 이런 생각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지분 확대를 노리는 것은 일단 테슬라 신사업과 연관돼 있다.
테슬라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등 신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이를 머스크의 구상에 따라 진행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지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과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전기차 지원 축소로 내몰린 상황이다.
올해 2분기 매출은 224억9600만 달러(약 30조716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인공지능 기업을 인수해 신사업을 강화하는 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는 “11월6일에 열릴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일론 머스크의 지배력 관련 안건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머스크가 자신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기업 사이의 인수합병이나 상호 투자로 지배력을 키운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다.
대표적 사례로 올해 3월28일 xAI가 소셜미디어(SNS) 업체 X(옛 트위터)를 인수한 일이 꼽힌다.
로이터는 “기술과 인재, 금고를 합치는 건 일론 머스크의 여러 기업을 아우르는 핵심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한편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에서 부족한 지분을 인수 합병으로 보완하는 것은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인수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면 테슬라 소액주주의 지분율만 줄어드는 희석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는 한국 재벌가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계열사를 붙이거나 쪼개면서 오너 지배력만 확대하고 소액주주는 뒷전인 행태가 일명 ‘머스크 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그룹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이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합병됨에 따라 오너 일가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 지분율을 확대됐다.
당시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0.35 대 제일모직 1로 삼성물산 소액주주가 손해를 봤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이재용 회장은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이 회장은 2025년 7월17일 대법원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종합하면 테슬라 주주에게는 테슬라가
xAI 인수를 시도할지가 앞으로 중요한 문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는 이미 무리한 사업 확장과 오너 경영자의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내리는데 지배구조까지 문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론 머스크는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테슬라가 xAI에 투자를 할 수는 있어도 합병 계획은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에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테슬라 주주와 ‘큰 손’ 투자자를 고려하면 향후 합병을 추진해도 성사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