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율주행반도체 기술력에서 인텔과 엔비디아 등 경쟁사를 넘기 쉽지 않겠지만 인포테인먼트에 공급하는 AP(모바일프로세서) 시장진출은 이른 시일 안에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포테인먼트분야에서 하만과 시너지를 통해 완성차를 고객사로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궁극적 목표인 자율주행반도체시장 진출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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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9일 외신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자율주행반도체시장 진출에 앞서 인포테인먼트분야에서 우선 충분한 시장지배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와 인텔 등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이 완성차업체와 협력을 점점 강화하며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빠르게 앞서나가 삼성전자의 추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미국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2017’을 통해 독일 아우디에 이어 벤츠와 인공지능반도체 기반의 자율주행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의 경우 BMW와 이전부터 협력한 결과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에 나선다. 세계 3대 자동차기업이 이미 시스템반도체기업들과 굳건한 협력관계를 확보한 것이다.
이 업체들은 PC용 고성능반도체 전문기업으로 설계능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스템반도체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자율주행반도체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연구개발을 하고 있지만 이른 시일 안에 추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기술진입장벽이 낮은 인포테인먼트 구동용 반도체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진입이 이미 현실화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아우디에 자체개발 AP ‘엑시노스’ 시리즈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이나 운전자지원시스템이 아닌 인포테인먼트에 탑재될 것이 유력하다.
전자전문매체 WCCF테크는 “삼성전자와 아우디의 반도체 협력이 한 단계 더 발전해 나아가고 있다”며 “공급 자체보다 자동차용 반도체에서 시장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아우디에 차량용 메모리반도체를 공동개발해 공급하는 협력관계를 맺었는데 본격적으로 시스템반도체의 기술력도 인정받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엑시노스 시리즈가 갤럭시S8 등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될 정도로 꾸준히 성능이 발전하며 기존 AP시장 강자인 퀄컴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기 때문이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오토’시리즈를 주축으로 인포테인먼트에 이어 궁극적으로 자율주행기술까지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를 완성차업체에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아우디와 협력으로 완성차를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로 인포테인먼트의 수직계열화 구조도 갖추게 된 만큼 빠르게 성장할 수도 있다.
하만은 글로벌 인포테인먼트 2위 기업으로 전 세계에 폭넓은 고객사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인수가 마무리되면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탑재한 인포테인먼트 제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는 이르면 2020년부터 상용화될 자율주행기술 탑재에 앞서 외부 기기 또는 클라우드 플랫폼과 연동을 강화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카’ 형태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엑시노스 시리즈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돼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한 것처럼 스마트카시장에서도 하만의 인포테인먼트 공급에 힘입은 시장확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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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자체개발 AP '엑시노스'와 하만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
자동차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인포테인먼트용 반도체를 통해 고객사를 선점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자율주행반도체에서 고객사 확보에도 유리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와 차량용 메모리반도체를 통해 기술력과 안전성을 검증받을 경우 향후 자율주행반도체를 출시할 때도 브랜드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만은 CES2017에서 자율주행차에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대거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도 자율주행 반도체 공동개발과 공급을 위한 협력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술협력을 통해 삼성전자가 자율주행반도체 역량을 빠르게 확보할 경우 기존 고객사기반과 수직계열화 시너지를 강점으로 삼아 인텔과 엔비디아에도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
WCCF테크는 “삼성전자 엑시노스의 성능경쟁력은 이미 퀄컴을 넘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본격적인 시장개화에 앞서 자동차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충분한 시간도 확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