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15일 직원들이 경매를 위해 배추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가 세계 각국의 식품물가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유럽중앙은행(ECB),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BSC) 등이 합작해 국제학술지 '인바이런멘탈 리서치 레터'에 등재한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식품물가 상승의 주범이 기후변화라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기상현상 16건을 분석했다. 대상이 된 기상 현상들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들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발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파악됐다.
가격 상승이 가장 높았던 것은 호주산 양상추였다. 2022년 발생한 이례적인 호우에 농가들이 피해를 입으면서 가격이 몇 개월 만에 일시적으로 300%까지 치솟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에서 재배되는 코코아 작물의 가격 상승률이 연내 280%로 집계돼 그 뒤를 이었다. 2024년 4월 발생한 이례적인 폭염에 작물 생장이 어려워져 수확량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이처럼 전례없는 기상 현상들은 점점 더 흔해지게 될 것"이라며 "극한 기상 현상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데 세계 농업 시스템의 적응 속도는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이런 기후변화에 피해를 받은 국가로 언급됐다. 2024년 6월부터 9월까지 발생한 동아시아 폭염 영향에 지난해 한국 배추 가격은 일시적으로 전년 대비 약 70%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막시밀리안 코츠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 연구원은 블룸버그를 통해 "대체로 식품 가격은 극심한 더위나 가뭄이 발생하고 1~2개월 뒤에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에 각국이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식량 가격 상승을 방어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극한 기상 현상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이를 감지하는 조기경보체계를 갖추고 농장 관개 시설들을 개선하는 방안 등이 언급됐다.
연구진은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대처방안은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올해 6월부터 '여름철 배추·무 현장 기술지원단'을 통해 지난해와 같은 배추 가격 급등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원도 7개 시군 배추 재배 예정지의 토양 방제 여부를 점검하고 배추 모종 아주심기 이후 생육 저하 예방 기술을 지원했다. 또 병해충 방제 영농교육, 간담회 등 여름배추의 안정적 생산을 위한 재배 관리 기술정보를 농가에 제공하고 있다.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은 "여름배추는 대표적인 국민 먹거리이자 물가 안정 관리품목인 만큼 기관이 보유한 농업기술과 전문인력을 적극 활용해 생산성 향상과 수급 안정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수확시기까지 배추 작황이 양호하도록 기상과 병해충 대응 기술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