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아랍에미리트에서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진행되는 중질유처리시설(POC) 프로젝트의 재입찰 결과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
|
|
▲ 임병용 GS건설 사장(왼쪽),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
이 프로젝트는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회사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의 자회사인 타크리어가 아부다비 루와이스지역에서 다뤄지는 해양원유를 처리하는 과정을 조정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사업규모가 25억 달러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다.
타크리어는 루와이스 인근 해양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2017년부터 가동될 루와이스 정유복합시설에 투입하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이를 위해 지난해 말에 시공사를 선정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타크리어는 재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내건 조건을 보고 시공사 선정을 고심하고 있어 입찰결과 발표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크리어는 지난해 2월에 이미 GS건설을 최저가 입찰업체로 선정했으나 계약금액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난해 10월에 재입찰을 추진했다. 타크리어는 어떻게든 계약금액을 낮추기 위해 재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발주처의 의도대로 저가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애초에 재입찰에 뛰어들 때부터 무리한 가격에는 수주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해놨다”며 “이번 재입찰에서 지난해 입찰때와 동일한 가격을 써낸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도 “수익을 최대한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재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입찰에 참여한 두 회사 모두 수주에 시큰둥한 반응을 내놓는 것은 현재 건설사가 처한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외형을 키우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모두 과거에 해외사업에서 저가경쟁을 벌였다가 수천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본 경험이 있다. 이를 감안할 때 프로젝트의 규모가 크더라도 수익을 장담하기 어렵다면 굳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각각 국내 주택사업과 계열사 물량으로 수주잔량을 채우고 있는 점도 무리한 경쟁을 피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GS건설은 최근 3년 동안 국내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주력한 결과 전체 수주잔량(39조6150억 원)의 57%를 건축·주택부문으로 채워놓은 상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해외수주가 유독 부진했으나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공사만으로 3조2천억 원 규모의 일감을 확보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