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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KB금융의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내려진 징계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까?
최 원장은 KB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금융제재 승인을 보류했다. 최 원장은 두 사람이 받은 경징계에 관해 법률적 검토를 거친 뒤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금감원장이 장고에 들어감에 따라 금융권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최 금감원장이 KB금융 내분 장기화를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징계수위를 높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기존에 중징계 의사를 밝혔던 만큼 제재심의 경징계 결정을 승인하기 전에 명분쌓기용 시간벌기라는 견해도 있다.
◆ 최수현, 임영록 이건호 경징계 승인 미뤄
금융감독원은 28일 최 원장이 KB금융 제재안건 중 국민주택채권 횡령과 도쿄지점 불법대출 사건 관련 제재만 확정했다고 밝혔다. 주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안건은 법률적 검토 뒤로 승인을 미뤘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제재는 금감원장이 제재심의 자문 결과를 감안해 결정할 것이며,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국민주택채권 횡령과 도쿄지점 불법대출 사건에 연루된 KB금융 직원 69명을 한꺼번에 제재했다. 국민은행도 기관경고 조치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21일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비롯해 채권횡령과 불법대출 등 KB금융 관련 안건 3개의 제재수위를 결정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이날 모두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금감원은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내분 등의 책임을 물어 지난 6월 두 사람에게 모두 중징계하겠다고 사전통보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26일을 시작으로 2달간 총 6차례 제재심의위를 연 끝에 결국 두 사람에게 경징계를 결정했다.
금융권 일부에서 최 금감원장이 제재심의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 금감원장은 외부 법률전문가에게 의뢰해 두 사람이 받은 경징계 결정이 현재의 감독 및 양형기준에서 벗어났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금감원장은 법률 검토 후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내려진 경징계 결정이 규정보다 낮은 제재라고 판단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제재심의위는 법적으로 금감원의 자문기구에 불과해 금감원장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역대 금감원장을 통틀어 제재심의위의 결정을 거부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 금감원장은 이번주까지 제재심의 결론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주 초쯤 임 행장과 이 행장의 경징계 제재를 수용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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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
◆ KB금융 내분 장기화 조짐에 경고 보내나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에서 징계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KB금융 내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모두 제재심의위 결정을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무엇보다 경영진간 갈등으로 KB금융 자체가 흔들릴까 우려하고 있다. KB금융의 경영공백을 막기 위해 경징계 결정을 내렸다는 명분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26일 임 회장 쪽 인사로 분류된 김재열 전무 등 2명을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해 “이 행장이 계속 이렇게 나오면 임 회장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 금감원장이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제재승인을 미루고 법률적 검토를 지시했다고 해석했다. 경영진 갈등이 계속 이어질 경우 거부권을 행사해 중징계 처분을 내릴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최 금감원장은 징계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KB금융 내분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내비쳤다.
금감원은 국민은행 내부통제에 관련한 정밀진단을 조만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에 따라 위법한 내용이 나오면 그 부분도 다시 조사할 방침이다.
박세춘 부원장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은행 내부통제에 관련된 정밀진단을 시행할 것”이라며 “전반적인 내부통제 상황을 들여다보고 결과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 명분과 후폭풍 고려해 결정 뒤로 미루나
금융권의 일부 인사들은 최 금감원장이 결국 제재심의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 최 금감원장이 법률검토를 지시하고 승인을 미룬 것은 애초의 강경한 입장에서 물러날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 금감원장은 지난달 3일 KB금융 문제에 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제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KB금융 내분에 대해 줄곧 강경하게 대처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제재심의위가 결국 경징계 처분을 내리자 결과적으로 금융감독기구 최고수장으로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게다가 금융노조가 최 금감원장에게 KB금융 제재지연과 솜방망이 처벌 등의 책임을 물어 임 회장 및 이 행장과 동반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 금감원장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후폭풍 또한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사태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데다 금융위원회와 의견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현재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징계의 최종결정권은 금융위원회가 갖고 있다. 최 금감원장이 경징계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금융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 금감원장의 제재승인 보류는 제재심의위의 결정에 불만족스럽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최 금감원장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이 정도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