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가 사업 매각 등을 통한 자산 경량화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4월 이영준 대표이사(가운데)가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현장을 찾은 모습. <롯데케미칼> |
[비즈니스포스트]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가 사업 매각 등을 통한 자산 경량화(Asset Light) 작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작업은 주로 기초화학군 위주로 진행돼왔다. 하지만 최근 롯데케미칼이 대구 수처리 공장 매각에 나서면서 자산 경량화 작업이 친환경 사업 쪽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기초화학에 이어 첨단소재도 ‘자산 경량화’
롯데케미칼은 20일 대구 수처리 공장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자산 경량화 작업은 주로 해외에서 이뤄졌는데 처음으로 국내 사업장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첨단소재 분야가 매각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제까지 롯데케미칼의 사업 매각 대상은 주로 기초화학 분야에 국한됐다.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기초화학군 비중을 2030년까지 30%로 줄인다는 목표도 세웠다.
첨단소재 분야는 오히려 규모를 키우는 것이 목표였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4조 원 규모 매출액을 2030년까지 8조 원 규모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문제는 이번에 매각하는 수처리 사업이 첨단소재 분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의 자산경량화 작업 대상이 첨단소재 분야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수처리 사업 매각을 ‘첨단소재산업’의 매각이라는 방향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선을 긋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매각 기준에 기초화학이냐 첨단소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수처리 사업이 비핵심 사업이기 때문에 매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 수소 산업도 ‘몸집 줄이기’ 나서나
수처리 사업이 첨단소재 산업임과 동시에 친환경 사업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미래를 위해 중요하지만 당장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들이 축소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수소 에너지 사업 쪽에서 ‘몸집 줄이기’ 움직임이 관찰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수소사업 관련 자회사인 롯데SK에너루트의 자회사 5곳 중 1곳(울산에너루트1호)을 청산했다. 롯데SK에너루트는 롯데케미칼과 SK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가 각각 45%, 45%, 10%씩 지분을 투자해 만든 수소 사업 합작법인이다.
올해 4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롯데SK에너루트의 자회사 3곳(울산에너루트3호, 태화에너루트1호, 태화에너루트2호)이 맡았던 연료전지 발전사업이 자회사 1곳(울산에너루트2호)으로 전부 양도됐다고 공지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운영 효율화를 위한 전략”이라며 “이미 낙찰된 다른 발전사업은 기존 계획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수소 사업 미래는 이영준 대표 의지에 달려
롯데케미칼은 수소 사업 매출 목표로 ‘2030년까지 5조 원 달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소 사업의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은 수소 사업만 따로 뺀 매출액을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롯데케미칼의 수소 사업 관련 자회사인 롯데SK에너루트의 실적을 살펴보면 수소 사업이 롯데케미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롯데SK에너루트는 2024년에 매출 3억6400만 원, 영업손실 21억3200만 원을 냈다. 롯데케미칼의 2024년 매출이 20조4304억 원이라는 것을 살피면 유의미한 비중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롯데케미칼의 다른 관계자는 “수소 사업은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며 “미래 투자 개념으로 하는 것이지 돈을 버는 개념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이영준 대표는 여전히 지속적으로 친환경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3월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미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현재 울산에 건설 중인 친환경 수소 발전사업, 대산 수소 충전사업 등 미래 사업 기반을 차질 없이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