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1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뒤에 두고 이란의 핵 시설을 폭격했다는 내용의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숙원 사업으로 추진하는 감세 정책의 핵심인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 One Big Beautiful Bill)’이 연방의회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이 지역구 이해관계를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취한 가운데 트럼프 2기 정부의 순항 여부가 법안 통과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미국 ABC뉴스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가운데 이번 주는 가장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이번 주 안으로 감세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하는 일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지도부는 법안을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 전에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주를 넘기면 일정을 맞추기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OBBB 법안은 법인세 인하와 중산층 세액공제 확대, 인공지능(AI)·에너지·제약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포함한다.
2034년까지 10년 동안 세수를 모두 4조5천억 달러(약 6136조 원) 줄이는 법안이다. 한국의 1년치 예산(2024년 656조 원)에 육박하는 상당한 규모의 세금을 해마다 덜 걷겠다는 것이다.
이에 OBBB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바이든 전임 정부에서 핵심 성과로 내세웠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비견할 만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많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사우스다코타)는 23일 폭스뉴스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법안을 통과시킬 때까지 워싱턴에서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의석 숫자만 보면 법안 통과가 유력하다. 미국 상원은 전체 100석 가운데 공화당이 53석으로 47석인 민주당에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반 득표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공화당에 유리한 요소다.
일반적인 법안의 경우 상원에서 합법적 입법 방해 수단인 필리버스터(60표 저지선)를 넘기 위해 야당 의원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감세안의 경우 단순 과반으로 통과하는 ‘예산 조정절차’를 활용해 공화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당내 결속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존 튠 의원은 4일 폴리티코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 “51표를 확보할 수 있도록 무엇을 시도해야 할지 파악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존 튠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23일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상원 회의실로 향하는 도중 기자에게 질문을 받아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러나 상원 내에서도 일부 공화당 의원이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어 법안의 통과 여부를 낙관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재정적자 증가를 우려하거나 지역구 이해관계를 반영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조쉬 홀리 상원의원(미주리)는 CNN을 통해 “법안에 농촌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1천억 달러 기금을 포함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아직 어떠한 약속도 받지 못했다”라고 입장을 냈다.
이 밖에 랜드 폴(켄터키주), 빌 캐시디(루이지애나주),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주) 등 의원이 재정적자 확대나 지역 경제 피해를 이유로 법안에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정부는 집권 초기 중국을 겨냥한 관세와 수출금지 조치를 강하게 추진하다 국내 물가 상승과 희토류 전략광물 수급 어려움으로 최근 역풍을 맞았다.
로이터와 조사기관 입소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1%만이 트럼프 정부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6월 초 42%에서 1%포인트 하락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21일부터 24일까지 사흘 동안 미국 성인 11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의 결과다.
법안 통과 여부는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수출 등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나 원자력발전 등에 제공하는 세액공제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공화당이 반대표를 제대로 단속할지 여부가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동력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는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불확실한 이란 정세와 국내 정책을 함께 다뤄야 하는 한 주를 맞이했다”라며 “필요하면 표결 협상을 압박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