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장비규제 땐 중국공장 위기, 전영현·곽노정 범용메모리 '전전긍긍'
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06-23 16:16:18
확대축소
공유하기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미국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를 추진하면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범용 메모리반도체에서 수혜를 기대했던 두 회사에게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는 실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 미국 장비 반입 규제를 추진하면서 두 기업의 범용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40%에 가까운 낸드플래시와 D램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데, 중국 공장에는 다수의 미국 반도체 장비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3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D램 가격상승과 낸드 수요증가로 하반기 범용 메모리 훈풍을 기대했지만, 미국의 반도체 장비 규제에 중국 반도체 공장 생산 문제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제프리 케슬러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중국 공장에 미국산 장비 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조 바이든 정부 시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으로부터 ‘검증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인정받아, 미국 당국 승인 없이도 중국 공장에 미국 반도체 장비 반입을 할 수 있었다. 케슬러 차관은 이를 철회하거나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두 기업은 중국 공장에서 상당량의 범용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체 낸드의 36%를 중국 시안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과 낸드의 37% 정도를 우시와 다롄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반도체는 대부분 한국에서 양산하고 있지만, 중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범용 메모리반도체의 핵심 생산지인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규제 조치가 현실화한다면 두 기업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도체 장비는 지속적 관리와 교체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리는 미 당국의 ‘라이선스’ 획득이 필요하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반도체 장비 규제 조치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중국으로 반입하는 장비에 대한 라이선스를 획득해야 한다”며 “통상적으로 라이선스 획득까지 3~9개월의 기한이 필요한 점을 고려한다면 향후 중국 투자의 전략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HBM 등 고부가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범용 메모리반도체는 여전히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매출이 42억 달러(약 5조8천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메모리사업부 매출 10조1천억 원의 57.4% 수준이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규제에 따른 향후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이유다.
자회사 솔리다임을 포함한 SK하이닉스의 1분기 낸드 매출은 21억8600만 달러(약 2조9천억 원)로, SK하이닉스 전체 메모리반도체 매출의 16.5% 수준으로 집계됐다. 낸드 매출 비중은 삼성전자보다 낮지만, 적지 않은 수치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범용 D램 역시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회사의 전체 D램 매출 가운데 HBM의 비중은 44% 정도다. 여전히 56%의 매출은 범용 D램을 포함한 다른 제품에서 나오고 있다.
▲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고분자공학부 교수가 2024년 12월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주최 ‘반도체특별위원회 연구결과’ 발표회에서 국가 주도형 파운드리 기업인 'KSMC' 설립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
차세대 반도체 소재와 공정 기술을 연구하는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고분자공학부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상대적으로 이번 미 정부 제재 조치로 당분간 삼성전자보다는 SK하이닉스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번 반도체 장비 규제를 현실화한다면, 올 하반기 범용 D램 가격 상승 등 훈풍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중국 창신메모리(CXMT)까지 DDR4 D램 생산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이후, DDR4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2분기 서버용 DDR4 고정거래 가격은 1분기보다 2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됐으며, 일부 제품은 DDR5 가격도 넘어섰다.
미국 금융증권사 모간스탠리는 올해 2분기 삼성전자 전체 D램 매출의 약 20%를 DDR4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DDR4의 매출 비중이 한 자릿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가격 폭등에 따른 수혜가 반영된 것이다.
낸드 수요도 2분기부터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트렌드포스 측은 2분기부터 낸드 가격이 반등하고, 구매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출하가 늘며,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미국의 반도체 장비 규제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생산시설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고민해야한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권 교수는 “중국 현지 팹(공장) 규모 확장은 물론 장비 교체나 유지보수가 거의 불가능해졌음으로, 이 팹들을 레거시나 아날로그 전용 팹으로 전환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경쟁력 있을지 냉정하게 평가하는 작업이 이뤄져야한다”고 제언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