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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AI 100조 투자' 이재명, AI수석 하정우, AI 주권파, AI 동맹파, 소버린 AI

김재섭 선임기자 jskim28@businesspost.co.kr 2025-06-18 09: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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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AI 100조 투자' 이재명, AI수석 하정우, AI 주권파, AI 동맹파, 소버린 AI
▲ 'AI 100조 투자' `온 국민 AI 활용 시대 개막' '세계 3대 AI 강국 도약'을 공약한 이재명 대통령이 첫 미래기획AI수석비서관에 '소버린 AI' 생태계를 강조해온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임명해, 글로벌 빅테크들과 동맹을 강조해온 '동맹파' 업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주권파' 득세? 이 참에 '소버린 AI' 중심으로 헤쳐모여?

이재명 대통령이 AI 주권을 강조해온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초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이하 AI수석)에 임명해 'AI 100조 투자를 통한 온 국민 AI 활용 시대 개막과 세계 3대 AI 강국 도약' 정책 밑그림 설계를 맡긴 것을 두고, 인공지능(AI)을 통한 성장 전략을 펴온 국내 업체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덩달아 '진소아이'(진짜 소버린 AI) 감별 논쟁도 다시 지펴지고 있다.

'AI 주권'(소버린 AI)을 강조해온 '주권파' 진영은 하 AI수석 임명에 "아주 잘 된 인사"라고 환영한다.

우리나라 대표 'AI 전문가'로 꼽히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AI가 글로벌 빅테크들의 자본 게임에 눌려 큰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를 돌파할 수 있는 구원투수로서 최적의 인물이 낙점됐다. 우리나라가 AI 3대 강국에 도약하기 위해서 무엇이 비어 있는지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반면,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미국 유명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과 손잡고 그들의 AI 모델을 기반으로 한 사업 전략을 추구해온 '동맹파' 업체들은 공공·금융분야 영업에서 밀려나지 않을까 고민에 빠지는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가 기술 종속 부작용과 국가 안보 위협 우려 여론과 '죽 쒀서 뭐 주는 꼴' 뒷평가를 걱정해 'AI 100조 투자' 공약 이행 정책 밑그림을 '찐' 소버린 AI 모델을 우대하는 쪽으로 그릴 경우, 통신사와 시스템통합(SI)업체들을 중심으로 하는 동맹파 진영의 운신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봐서다.

사실 이재명 정부는 이 공약 이행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일자리 창출을 극대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국내 AI 생태계 구축 및 활성화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앞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5일 하 AI수석 임명 사실을 발표하며 “AI 주권을 강조한 소버린 AI를 앞장서 제안하고 이끌고 있는 인사다. 네이버 AI혁신센터장으로서 현장 경험이 국가 AI 정책으로 구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AI 주권, 다시 말해 소버린 AI에 방점을 두고 하 AI수석을 임명했다고 분명히 밝힌 셈이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AI 100조 투자' 이재명, AI수석 하정우, AI 주권파, AI 동맹파, 소버린 AI
▲ 지난 15일 이재명 대통령이 첫 미래기획AI수석에 하정우(왼쪽)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임명했다고 강훈식 비서실장이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소버린 AI는 '자주적인' 내지 '주권이 있는' 뜻을 가진 소버린(Sovereign)에 AI를 붙인 말이다. 

피엠지 지식엔진연구소의 시사상식사전은 소버린 AI에 대해 '자국의 데이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개발한 AI 기술로, 국가 차원에서 데이터·인프라·AI 모델 등을 직접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가리킨다. 이는 외국 기술에 대한 종속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AI를 운영해 주도권을 가진다는 것으로, 이러한 점에서 데이터 주권보다 넓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업계에선 특정 국가나 조직이 자기 나라 안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통제할 수 있게 설계해 보안성과 독립성을 높인 AI 모델을 가리키는 말로 통한다. 여기에는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는 물론 이런 인프라에 사용되는 전력 공급망까지 포함된다.

특히 자국 내 AI 생태계를 조성해 국가 차원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데이터 유출과 의존성을 최소화한다.  

소버린 AI 구축 추세는 미국을 뺀 나라에서 활발하다.

유럽연합(EU)은 '가이아엑스(GAIA-X)' 프로젝트를 통해 독립적인 AI 및 클라우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바이두(Ernie Bot)와 알리바바(Tongyi Qianwen 등을 통해 자체 AI 모델을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에선 네이버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 엑스(HyperCLOVA X)', LG의 '엑사원', 카카오의 ‘코지피티(KoGPT)' 등이 자체 개발 AI 모델로 꼽힌다.

하 AI수석은 그동안 독자 개발 모델로 AI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우리나라도 소버린 AI 모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이퍼클로바 엑스 개발에 참여했다.

하 AI수석은 임명 발표 다음 날(16일) 서울대 법대에서 프랑스 앙리까삐땅협회 주관으로 열린 학술대회 기조강연에서도 “유럽연합,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등 굉장히 많은 국가들이 AI 모델·데이터·인프라·전력까지 포함하는 소버린 AI 확보를 위해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은 미국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손잡고, 그들이 내놓은 AI 모델을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구현해 제공하는 전략을 펴왔다. 이른바 '동맹파'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탈통신' 핵심 전략으로 'AI 전환'을 앞세우며 미국 글로벌 빅테크들과 손잡았다. 

KT는 엠에스를 배경에 뒀다.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5년 동안 2조4천억원을 투자해 AI 역량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AICT 사업전략'을 발표하며 "인공지능에서 규모 경쟁 게임은 이미 끝났다. 이미 수백조 원 이상을 쏟은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빅테크를 제칠 순 없다"고 선언했다.

김 대표는 "KT는 엠에스와 협업을 진행하고, 자체 언어모델 '믿음'은 소형언어모델(sLM)로 특화해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며 "한국 산업계가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했듯이, KT도 AI 서비스 확장을 위해 양질의 시스템을 택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T는 이후 자체 AI 모델 개발 역량을 축소하고 엠에스와 협력 개발을 강화하는 쪽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앞서 KT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믿음'을 공개한 바 있다. 돌연 엠에스 기술을 들여와 소버린 AI를 개발하기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업계에선 기술력 부족 탓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두고 '짝퉁 소버린 AI'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기자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어 "단순히 외산 기술을 들여다 상표만 바꿔단다고 해서 소버린 AI라고 할 수 없다"고 KT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최지웅 KT클라우드 대표는 "소버린 AI는 기술의 국적 문제가 아니다. 결국 데이터에 대한 주도권을 누가 가지느냐가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SK텔레콤은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업체의 통신 AI '에이닷전화' 등도 오픈AI AI 모델에서 돌아간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논란을 빚고 있는 통화내용 요약 서비스 등도 마찬가지다.

겉은 SK텔레콤 에이닷이지만, 속은 오픈AI의 생성형 AI 모델인 것이다.

SK텔레콤은 이와 별도로 SK브로드밴드와 함께 아마존웹서비스와 손잡고 울산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SK와 아마존웹서비스가 국가지식센터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오픈AI는 카카오와 크래프톤과도 손잡았다. 카카오의 AI 서비스 '카나나'가 오픈AI AI 모델 기반이다.

LG유플러스는 구글과 손잡았다.

구글 AI 모델 '제미나이'를 활용해 AI 서비스 '익시오(ixi-O)'의 기능을 넓히고 있다.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 3월 엠더블유시(MWC)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며 "구글이 익시오 강화를 통한 글로벌 협력을 선제안했다”며 “구글이 영업을 함께 해주는 흔치 않은 협력이라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기업고객(B2B) 쪽에선 아마존웹서비스와 손잡았다. 홍 대표는 "아마존웹서비스가 소버린 AI, AI 컨택센터, 기업 대상 AI 컨설팅 지원 등 제안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그룹 AI연구원이 개발한 AI 모델 '엑사원'도 활용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고객(클라이언트)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유명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과 국내 통신사들의 동맹은 공공·금융부문 공략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이 국내 통신사를 앞세워 공공·금융부문 공략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각 동맹은 이재명 대통령의 'AI 100조 투자'와 '온 국민 AI 활용 시대 개막' 공약에 환호성을 질렀다. 공공·금융 쪽 시장이 곧 개화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른바 주요 빅테크 최고경영자들의 방한이 줄이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동맹파에는 삼성SDS와 SK AK 같은 SI업체들도 포함된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AI 100조 투자' 이재명, AI수석 하정우, AI 주권파, AI 동맹파, 소버린 AI
▲ 'AI 주권'을 강조해온 하정우 미래기획AI수석이 이재명 대통령의 'AI 100조 투자' 공약 이행 정책 밑그림 설계를 이끌게 되면서 통신사와 시스템통합업체 등 '동맹파' 진영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하지만 '주권파'로 꼽히는 하 수석이 정책 밑그림 작업을 맡으면서 이들 동맹파들의 고민이 커지게 됐다.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비록 엔진은 외산이지만 서비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용 행태와 문화에 맞춰 설계한다며 '한국형 소버린 AI' 주장을 높이거나,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과 손잡는 동시에 자체 거대언어모델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는 '양다리론'을 앞세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AI 모델은 다양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자체 개발 AI 모델도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 AI수석의 언행이 조심스러워질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온다.

통신사 출신의 대학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소버린 AI 용어를 너무 거칠게 사용하다 동맹파 진영의 반발을 사 쓸 데 없는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 동맹파 뒤에는 미국 빅테크 업체들이 있고, 이들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움직여 소버린 AI 정책을 비관세 장벽으로 꼽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 AI수석 스스로 늘 네이버 출신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은 공동 논평을 통해 "네이버의 AI 육성을 위해 규제 완화와 지원을 요구한 인사가 사적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공평하게 국가 AI 정책 전반을 총괄할 수 있을지 우려한다"고 짚었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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