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도시정비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 핵심지역 중심으로 도시정비사업의 전선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건설업계 업황 악화에 선별수주가 대세로 굳어진 가운데서도 오 사장은 올해 도시정비시장에서 독주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17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주요 도시정비 사업지 가운데 압구정2구역과 개포우성7차 재건축 두 곳에 동시에 수주 의지를 보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 ‘선별수주’가 대세가 됐고 수주전 자체가 드물어 ‘단독입찰-수의계약’ 흐름도 이어져 온 것과 대조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압구정에서는 전용홍보관 설치 및 시중은행 금융협약 체결로, 개포에서는 입찰보증금 절반인 150억 원 선납으로 참여 의지를 보였다.
압구정2구역은 오는 18일 입찰공고를 내고 9월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최종 선정한다. 개포우성7차는 이미 공고를 낸 상태로 오는 19일 입찰을 마감한 뒤 시공사를 결정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기상으로 겹치는 주요 도시정비사업지에 모두 도전장을 낸 셈이다.
올해 대형 건설사가 참여한 도시정비 수주전은 1월 한남4구역(삼성물산·현대건설)과 2월 경기 성남 은행주공(포스코이앤씨·두산건설), 6월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포스코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 서래마을 효성빌라(대우건설·효성중공업) 등 4건이었다.
지난해에는 여의도 한양(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과 도곡 개포한신(DL이앤씨·두산건설) 등 2건에 그쳤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그만큼 압구정2구역과 개포우성7차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도시정비시장에서 공격적 영업전략을 펼쳤지만 주요 사업장에 모두 도전하지는 않았다. 잠실우성 1·2·3차나 개포주공 6·7차 입찰을 검토하다 발을 뺀 것이 대표적이다.
압구정2구역은 추산 사업비 2조4천억 원으로 규모가 크고 국내 대표 부촌 압구정의 첫 재건축 사업이란 점에서, 개포우성7차는 용적률 157% 가량으로 사업성이 높고 개포동에 남은 몇 안 되는 재건축사업지란 점에서 시장 이목을 끌고 있다.
서울 핵심지 두 곳 모두에 도전장을 낸 만큼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도시정비 시장에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도 평가된다.
삼성물산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도시정비시장에서 5조213억 원어치를 수주해 2위 포스코이앤씨(3조4328억 원)을 2조 원 가량 차이로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도전장을 낸 압구정2구역(2조4천억 원 추산)과 개포우성7차(입찰 공고 기준 6778억 원) 등을 더하면 현대건설이 2022년 세운 도시정비 신기록(9조3395억 원)에도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
오 사장이 보이는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올해 초 거둔 한남4구역 승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지난 1월 현대건설과 18년만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설욕에 성공했다. 당시 ‘삼성’이란 이름값 외에도 조합원들에 제시한 금융조건에서 앞섰다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향후 사업지에서도 이를 강점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 삼성물산은 개포우성7차 재건축조합에 입찰마감 3일 전인 16일 보증금 현금 150억 원을 내며 참여의지를 내보였다. <삼성물산>
오 사장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경쟁력이 본격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도 평가된다. 오 사장은 2021년 취임 이래 도시정비사업을 확대해 왔지만 경쟁입찰 경험이 많지는 않았다.
삼성물산은 오 사장 취임 3년차인 2023년 12월에 부산 촉진 2-1구역에서 첫 수주전을 치렀고 그뒤 올해 한남4구역에서 두 번째로 경쟁입찰에 참여했다. 부산에서는 포스코이앤씨에 밀렸고 한남4구역에서는 현대건설을 상대로 시공권을 따냈다.
삼성물산이 도전장을 낸 두 지역 모두 현재로서는 대형 건설사와 맞대결이 예상된다.
압구정2구역은 현대아파트를 시공해 ‘터줏대감’으로 평가되는 현대건설이 ‘압구정 현대’ 상표권 출원부터 시중은행과 금융협약에 이르기까지 사전준비작업을 분주히 진행하고 있다.
개포우성7차는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건설사 수장 가운데 가장 먼저 현장을 찾아 수주의지를 내보였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이앤씨도 관심을 보여 3파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오 대표는 올해 들어 도시정비 시장이 활기를 띠고 성수전략정비구역을 비롯한 핵심 사업지도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공격적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도시정비 업계 물량이 쏟아지는 가운데 여러 사업지를 적극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며 “특히 개포우성7차에는 사업초기부터 압도적 지지를 보낸 조합원 기대에 부응하고 개포의 랜드마크 주거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차별화된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