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6-16 14: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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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빙이 웨이브와 통합 요금제를 출시하며 본격 ‘고정형’ OTT 구독 생태계 조성이 나선다. 사진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티빙과 웨이브가 마침내 손을 맞잡았다. 하나의 구독으로 양쪽 콘텐츠를 모두 즐길 수 있는 통합 요금제 ‘더블 이용권’을 출시하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새로운 질서를 예고했다. 본격 합병을 앞두고 두 플랫폼이 협력 모델을 실현한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이번 결합은 단순한 요금제 출시를 넘어 콘텐츠 소비 구조 자체의 전환 신호로 해석된다. 최근 OTT 의존도가 꾸준히 높아지는 가운데 콘텐츠 소비 방식은 ‘고정형’ 구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번 ‘더블 이용권’이 국내 OTT 시장에 ‘고정 구독 생태계’가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16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OTT 시장이 본격적인 재편 국면에 접어들었다. 주요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티빙과 웨이브가 시장 변화에 불을 지피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16일 두 플랫폼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이용권’을 공식 출시하고 오후 2시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더블 이용권은 하나의 결제로 양쪽 플랫폼의 콘텐츠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통합형 요금제다. 기존 티빙과 웨이브를 별도로 구독할 때보다 최대 39%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9월30일까지는 ‘얼리버드 프로모션’으로 ‘더블 슬림’ 요금제가 월 7900원에 제공되며, 이후에는 9500원에 제공된다.
티빙에 따르면 이번 통합 요금제의 가장 큰 특징은 콘텐츠 선택의 폭을 대폭 넓힌 점이다.
티빙의 독점 오리지널 시리즈는 물론, tvN·JTBC·OCN·Mnet 등 주요 채널의 실시간 방송과 KBO·KBL 등 스포츠 중계, 애플TV+ 브랜드관 콘텐츠, 쇼츠 영상까지 모두 포함된다. 여기에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와 해외 독점 시리즈, 지상파 VOD까지 더해지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인기 콘텐츠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됐다.
요금제는 이용자의 시청 성향과 예산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모두 4종으로 구성됐다. △더블 슬림(티빙 광고형 스탠다드+웨이브 베이직) △더블 베이직(티빙 베이직+웨이브 베이직) △더블 스탠다드(티빙 스탠다드+웨이브 스탠다드) △더블 프리미엄(티빙 프리미엄+웨이브 프리미엄) 등으로 세분화 했다.
가격도 개별 구독 대비 확연한 절감 효과를 내세웠다. 더블 슬림은 월 1만3400원에서 9500원, 더블 베이직은 1만74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낮췄다. 더블스탠다드는 2만4400원에서 1만5천 원, 더블 프리미엄은 3만900원에서 1만9500원으로 제공된다. 다만 SBS 콘텐츠는 제공되지 않으며 애플TV+ 콘텐츠는 프리미엄 요금제로만 시청할 수 있다.
통합 이용권의 등장은 OTT 시장의 ‘정기 구독 고착화’ 흐름에 불을 지피는 촉매제로 평가된다. 이제 대부분의 가정에서 하나 이상의 OTT 서비스를 구독하는 만큼 콘텐츠에 따라 플랫폼을 바꾸기보다는 한 번 가입한 서비스를 꾸준히 유지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통합 이용권은 이용자들이 장기 구독에 머무는 현상을 더욱 굳혀줄 수 있다. 두 플랫폼의 주요 콘텐츠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구조가 구독 유지의 필요성을 높이고 정기 구독 중심의 소비 패턴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넷플릭스의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는 월 7천 원이지만 네이버플러스와의 제휴 서비스인 ‘네넷’을 활용하면 월 55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티빙·웨이브의 더블 슬림 이용권을 조합할 경우, 월 1만5천 원 안팎으로 국내외 주요 콘텐츠를 대부분 커버하는 ‘올인원 OTT 패키지’ 구성이 가능해진다. 콘텐츠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 모두에서 만족도를 높일 수 있어 멀티호밍(다중 구독) 이용자에게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티빙이 웨이브와 두 플랫폼 콘텐츠를 동시에 시청할 수 있는 '더블 이용권'을 출시했다. <티빙>
업계에서는 이번 통합 요금제가 이용자의 콘텐츠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구독 모델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총 4종으로 구성된 통합 이용권은 각기 다른 소비자 수요를 반영한 세분화된 구조를 갖췄다.
지상파 콘텐츠를 주로 시청하는 이용자라면 웨이브 중심의 옵션을, 오리지널 시리즈나 tvN·Mnet 계열 콘텐츠를 선호하는 이라면 티빙 중심의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 팬이라면 KBO·KBL 등 국내 주요 리그 생중계가 포함된 티빙 이용권에 집중할 수 있어, 시청 성향에 따라 조합이 가능한 ‘구독 설계’가 가능하다.
이처럼 선호 콘텐츠 기반의 유연한 조합은 OTT 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과다 중복 구독’ 현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소비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콘텐츠만 골라 구독하고 불필요한 서비스는 과감히 제외할 수 있다. 단순한 요금 할인을 넘어 플랫폼 간 ‘선택과 집중’ 전략이 실제 소비 단계에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요금제가 ‘반쪽짜리’ 통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티빙 스탠다드 요금제는 연간 구독 시 구독료는 약 9만 원이다. 월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16만 원 수준이지만 연간 구독 할인 혜택이 적용돼 실 구매가는 낮아진다.
다만 이를 더블 스탠다드 요금제로 바꾸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해당 요금제는 월 1만5천 원으로 연간 구독료는 18만 원에 이른다. 기존보다 요금이 두 배가 오르지만 정작 핵심 지상파인 SBS 콘텐츠는 빠져 있다. 통합 요금제에 대한 연간 구독 할인 여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아 실행 여부도 불투명하다.
3년째 티빙 연간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A씨는 “구독료를 두 배로 내고 웨이브까지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정작 SBS를 못 본다니 더블 이용권으로 바꿀 이유가 없다”며 “티빙이 계속 이런 식이면 기존 연간 구독도 해지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별도 할인 이벤트나 콘텐츠 강화가 있었다면 납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일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요금은 내년까지 현행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며 이후 양사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이 최종 확정된다. 특히 티빙의 2대 주주 KT스튜디오지니의 의사가 합병 성사의 핵심 변수로 꼽히고 있다.
티빙 관계자는 “이번 통합 요금제는 양사의 플랫폼을 별도로 이용할 때보다 최대 39% 저렴한 파격적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욱 풍성한 콘텐츠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이용 환경을 통해 서비스 만족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