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5-06-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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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 가운데 B노선과 C노선이 착공 지연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민간 투자 위축과 공사비 갈등, 제도 적용 한계가 맞물리면서 뚜렷한 해법이 제시될 때까지 대규모 철도사업이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지난해 3월7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GTX-B 착공식 모습. <연합뉴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장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 대통령은 기존 GTX-A,B,C 노선 구축의 차질 없는 진행 및 연장노선 추진, GTX-D,E,F 등 초기 단계에 놓인 노선의 속도감, 수도권을 엑스(X) 모양으로 가로지르는 GTX-G,H 추가 등을 통한 ‘GTX 플러스’ 공약을 내세웠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촘촘한 광역급행철도를 구축해 30분대 생활권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GTX 같은 대형 국가 주도 철도사업 계획을 한순간에 바꾸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이런 점을 고려해도 이전 정부 정책이나 대선 당시 김문수 전 국민의힘 후보 공약과 차별점이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기존 노선을 정상 궤도에 올릴 수 있을지에 관한 의문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 GTX-B노선과 C노선에서 불거지는 사업지연 기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개통지연 우려를 딛고 지난해부터 수서-동탄 구간,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의 운행이 시작된 GTX-A 노선과 다르게 B노선과 C노선은 착공식을 한 지 1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실제 착공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과 1월 각각 GTX-B,C노선의 착공식을 개최한 정부를 놓고 ‘착공 없는 착공식’이란 비판이 나왔고 이 비판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GTX-B노선은 자금조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대입구역부터 용산역까지 6개 역의 신설 구간과 상봉역에서 마석역까지 4개 역은 민자 구간으로 추진된다. 용산역부터 상봉역까지 경춘선 공용 4개 역은 재정 구간으로 사업비는 재정 구간이 2조5584억 원, 민자 구간이 4조2894억 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GTX-B노선의 민자구간 사업자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으로부터 착공보고서를 접수했다. 그 뒤 B노선은 사전 공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질적 착공에 돌입하지 못했다.
최소 6천억 원에서 최대 1조 원까지 투자를 집행하려 했던 핵심 재무투자자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가 사업성을 이유로 발을 뺀 탓이다.
올해 초에는 DL이앤씨와 롯데건설 등 주요 건설투자자들도 공사비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지분을 반납하고 사업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수천억 원을 책임질 투자자 공백과 시공을 책임질 건설사의 공백이 생기면서 GTX-B노선의 실제 착공이 사업자의 계획대로 올해 상반기 안에 이뤄질지 확실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GTX-C 노선은 정부와 민자구간 사업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공사비를 놓고 온전한 협의가 않아 착공보고서도 제출되지 못한 채 공회전하고 있다.
GTX-C는 경기 양주시 덕정역과 경기 수원시 수원역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모든 구간이 민자사업으로 진행된다. 사업비는 모두 4조6084억 원이다.
GTX-C노선은 사업성 악화에 공사비 조정 이후 자금조달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사비 조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성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공사비 상승분을 반영하는 물가특례 제도에 기대를 걸었지만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서 사업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가특례는 정부의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대책에 따른 것으로 불변가격 기준 시점이 2020년 말 이전이고 실시협약 시점이 지난해 10월3일 이후 실시협약을 맺은 사업에 적용될 수 있다. GTX-C노선은 불변가격 기준 시점은 2019년 이전이지만 실시협약을 2023년 8월에 맺은 탓에 물가특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정부가 GTX-C 노선의 공사비를 늘리는 것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뚜렷한 실마리는 불확실한 상황으로 여겨진다.
▲ 지난해 3월 수서-동탄 구간을 시작으로 운행을 시작한 GTX-A 열차. <연합뉴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GTX 사업은 민간 자본의 비중이 높은 만큼 금융조달 여건이 중요하지만 여전히 금리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은 아닌데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축으로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며 “공사비 문제가 지속하고 있어 아직까지 실질적 진척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대규모 공공공사는 실질적 수익뿐 아니라 시공 실적을 쌓는 것도 업계의 참여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사업성을 충족하기 힘들다는 계산이 서 있는 만큼 보수적 기조를 가진 건설업계 전반에서 공공공사 참여를 머뭇거리는 모양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다방면으로 행정력을 높이는 데 속도를 내고 GTX 사업과 관련해 재정부담을 분담하려는 기조를 나타내는 등 정부 차원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점 등에 기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4월 말 GTX 구상안을 공약으로 내놓은 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GTX 사업 가운데 노선 연장 부분에서 당초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부담하던 비용을 일부 국비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철도건설법(철도의 건설 및 철도시설 유지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가 상당해 보이고 있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수의 공공사업도 차츰 진척될 것”이라며 “다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등에 세밀한 조정이 요구돼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