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초격차’를 꿈꾸는 강소 스타트업이 있다. 바이오, 헬스케어, 모빌리티, 반도체, AI, 로봇까지 시대와 미래를 바꿀 혁신을 재정의하며, 누구도 쉽게 따라오지 못할 ‘딥테크’ 혁신을 만든다. 창간 12년, 기업의 전략과 CEO의 의사결정을 심층 취재해 온 비즈니스포스트가 서울 성수동 시대를 맞아 우리 산업의 미래를 이끌 [초격차 스타트업] 30곳을 발굴했다. 연중 기획으로 초격차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지속 가능한 기술적 혁신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
▲ 금준호 씨위드 공동 대표이사.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광명(경기)] “우리가 지금 이것을 안 하면 나중에 곤충을 먹게 생겼더라고요.”
금준호 대표가 웃으며 던진 말은 장난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이야기는 놀라울 만큼 진지하고 단단했다.
대학원 1학기. 금 대표는 친구들과 해조류를 활용한 식품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섯 명의 젊은 창업자들이 연구실에 모여 만든 첫 기술은 요오드를 제거한 해조류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이템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게 지금의 길을 만들었다.
“기술적으로는 해볼 만했지만 기존 해양산업과 부딪히는 지점이 너무 많았어요. 해조류가 위험하다는 식으로 홍보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가 확신이 없더라고요.”
그 무렵 금 대표는 ‘배양육’이라는 개념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처음엔 블로그 기사에서, 다음엔 농촌진흥원 보고서에서. 한때 유행처럼 번지던 식물성 고기와는 다른, 근육세포를 직접 길러 만든 진짜 고기였다.
“공장에서 쌓아올리는 닭장과 소 분뇨 등 축산업 탄소배출 이야기들까지. 이건 언젠가 꼭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느꼈어요. 그게 우리가 될 수도 있겠다고, 그때 처음 생각했어요.”
금 대표가 2019년 씨위드를 설립할 당시 배양육 시장에 뛰어든 국내 스타트업은 한두 개밖에 없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고기. 그것이 금 대표의 팀을 설명하는 말이다. 그는 스스로를 “육식하는 배양육 창업자”라고 웃으며 소개했다.
“우리가 안 먹고 싶으면, 다른 이도 안 먹겠죠. 우리부터 설득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만든 배양육은 식물성 대체육과 다르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재료를 쓰고, 식품소재로 가능한 모든 단가절감 방안을 직접 실험했다. 연구자 출신이지만, 실험실이 아닌 식탁을 바라보며 기술을 설계했다.
“실험실 기술로는 쿠키 하나도 수십만 원이 들어요. 그런데 식품은 현실적인 원가로 승부해야 하잖아요. 우리는 처음부터 그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배양육이라는 말만 들으면 ‘먼 미래’로 느껴질 수 있지만, 시제품은 이미 수십 킬로그램 단위로 생산되고 있다.
내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고, 상용화는 내후년으로 계획 중이다. 그는 이 제품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의 식습관을 부드럽게 바꾸는 ‘작은 시작’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몸을 생각해서 고기를 줄이고 싶은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너무 다르거나, 맛이 없거나, 비싸면 결국 다시 돌아가거든요. 저희는 그런 분들께 진짜 대안이 되고 싶어요.”
한우보다 저렴하면서도 건강을 더한 고기. 지방은 줄이고, 식이섬유는 해조류로 보충했다. “단백질은 그대로, 칼로리는 낮게.” 금 대표는 그 한 문장에 웃음 섞인 자부심을 담았다.
▲ 배양육 상용화를 위한 실험실. <비즈니스포스트> |
이 모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그가 고기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는 사람들의 일상을 아주 작게, 부드럽게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기술보다 감정에 관심이 많아요. 결국 사람들이 배양육을 선택하는 이유는 죄책감 없이 먹고 싶어서예요. 건강하게, 편하게, 기분 좋게.”
그의 일은 쉽지 않다. 규제와 투자, 생산단가와 유통, 모든 것이 수식어 없이 ‘현실’이다. 스트레스가 없냐는 질문엔 “감정적으로는 괜찮은데, 이가 부서져 있더라고요”라며 웃었다. 긴장이 몸을 통해 터져나온 것이다.
“그래서 수영을 시작했어요. 몸을 움직이면 마음도 좀 풀리는 것 같더라고요.”
스스로를 감정적으로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라 말하지만, 말투나 단어에는 유난히 ‘배려’가 많다. “사람이 실수할 수 있잖아요. 누가 일부러 그리 하겠어요”라는 말이 진심으로 들렸다.
1995년 생으로 대학원 석사 1학기 때 친구들과 창업을 결심했다. 10년 뒤, 그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우주 식량?” 장난스럽게 말하면서도 눈은 진지했다.
“우주는 모두가 상상할 수 있는 행복한 미래잖아요. 그 안에 우리가 만든 고기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의 바람은 크지 않다. 그저 누군가 하루를 조금 덜 미안하게, 조금 더 기분 좋게 마칠 수 있도록. 그걸 위해 기술을 만들고, 고기를 만든다.
마지막 질문에 그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말했다.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거면 된 것 같아요.”
그의 말은 짧았지만, 여운은 오래 남았다. 마치 온기가 남은 그릇처럼.
그는 배양육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기분 좋은 선택’을 더하고 싶어 한다.
기술이 아니라, 감정에서 시작된 음식. 그가 말하는 ‘행복한 기술’은 그래서 거창하지 않다. 대신 아주 다정하다. 장은파 기자
▲ 금준호 씨위드 공동대표.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