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지분투자한 영국 보험사 캐노피우스가 북미와 유럽에 보험 네트워크를 보유한 만큼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보험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해외 진출은 수익 다변화를 목표로 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12일 삼성화재는 영국 보험사 로이즈 캐노피우스 2대 주주 지위를 다지며 해외 사업을 본격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삼성화재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 3차례에 걸쳐 캐노피우스에 약 8억7천만 달러(약 1조2천억 원)을 투자하며 2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사업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1월 ‘제73주년 창립기념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삼성화재>
6년 동안 캐노피우스 이사회에 참여하며 글로벌 보험 시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왔다.
이 사장은 2024년 취임 첫해부터 “국내시장 성장 한계를 극복하려면 해외사업 확대는 숙명”이라고 말한 만큼 국내 시장 밖에서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실제 국내 보험시장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등에 영향을 받으며 정체됐다고 평가된다.
이 같은 국내 시장 한계 속에 해외 수익 창출은 실적 방어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025년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보험산업 성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보험사들은 해외 진출로 지역적 다각화를 추구하고 보험시장에 국한된 사업모형을 자산관리, 헬스케어, 요양, 간병 등 금융과 비금융시장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일반보험 부문에서 국내 사업 경쟁력 차별화와 함께 2030년 회사 이익의 절반을 해외시장에서 창출한다는 비전 아래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성장시키겠다”며 글로벌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북미·유럽 시장과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텐센트·중국 인민보험공사·동경해상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늘려 해외 사업 가치 사슬(밸류 체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말 기준 삼성화재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영국, 싱가포르, 미국,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해외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준 삼성화재는 2024년 연간 해외사업 당기순이익으로 369억 원을 거뒀다. 국내 손해보험사 가운데서는 손꼽히는 해외 성과지만 2023년 삼성화재 해외사업 당기순이익(393억 원)보다는 소폭 줄었다.
잠시 주춤한 해외사업 성과를 반등시키려는 듯 삼성화재는 지난해 12월 조직 개편에서 기존 일반보험 부문에 속해있던 글로벌사업총괄 조직을 ‘글로벌사업부문’으로 격상하기도 했다.
이 조직 분리에 따라 글로벌사업부문은 지금까지보다 더 독립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또 2024년 10월엔 싱가포르에서 운영하는 재보험사 삼성리(Samsung Re)에 약 164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해외 영업을 본격화했다.
이와 같은 해외 시장 공략 노력에 힘입어 삼성화재는 분기보고서 기준 2025년 1분기 해외사업 순이익으로 192억 원을 냈다. 2024년 1분기(113억 원)보다 약 70% 증가한 수치다.
특히 삼성화재의 2025년 1분기 일반보험 보험손익(496억 원) 가운데 해외사업에서 거둔 손익이 약진하며 비중이 늘어나 눈길을 끌었다.
▲ 2025년 1분기 삼성화재 일반보험 보험손익 가운데 해외에서 거둔 손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 삼성화재 IR자료 >
해외사업 전반에서 취득한 일반보험 보험손익 가운데 해외법인에서 거둔 것으로만 한정해도 178억 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약 96% 성장했다.
국내에서 산불 등 고액 사고가 발생해 손익에 타격을 입은 가운데 해외 성과가 선방하며 실질적으로 실적 방어에 도움이 된 셈이다.
이 사장이 11일 캐노피우스 추가 지분 투자를 발표하며 “앞으로도 국내 보험시장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톱티어 보험사로 도약하고자 적극적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하고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말한 만큼 삼성화재는 앞으로도 국내사업 강화와 함께 해외사업 확장에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아직은 사업 포트폴리오 및 규모상 국내 보험사업이 핵심이다”며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원 다변화 등이 필요한 만큼 해외사업도 점차 비중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