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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트럼프와 머스크 파국, 밴스와 기술우파 연대는 건재하다

정의길 egil@hani.co.kr 2025-06-11 11: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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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트럼프와 머스크 파국, 밴스와 기술우파 연대는 건재하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연대는 붕괴됐지만 미국 내 기술우파와 마가(MAGA)운동은 여전히 연대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최고 권력자와 최고 부자의 연대는 애초 예상대로 붕괴됐다. 그것도 매우 빠른 파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관계는 최근 서로를 ‘마약쟁이’와 ‘미성년 성 착취자’라고까지 비난하며 파국을 맞았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연대는 애초부터 그 지지층들의 이해가 달라 지속가능하지 않으리라고 예상됐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은 트럼프의 취임 전부터 이민 문제를 놓고 거칠게 서로를 비난해 왔다.

마가 지지층은 외국인과 이민자들이 자신들을 밀어내고 미국을 점령한다고 주장한다. 머스는 이민이 싸고 좋은 인력을 제공한다고 바라본다. 이들이 함께 간다는 것은 애초부터 동상이몽이었다. 또한 보호무역주의를 찬성하는 마가 지지층과 자유무역이 사업의 전제 조건인 머스크는 불과 물의 관계였다.

하지만 트럼프와 머스크는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구조적 요인을 갖고 있었다. 이들의 연대는 일시적 이해관계와 착각에 의해 성사된 것만은 아니다. 

트럼프의 마가 운동으로 대표되는 급진우파 포퓰리즘과 머스크로 대표되는 ‘기술 우파’(Techno Right)는 상호보완적이고 추구하는 바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산실인 실리콘밸리는 애초 민주당 지지 성향이었다. 그런 민주당 성향이 탈색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초반 비트코인이 대중화되던 때부터이다. 비트코인은 탈국가화, 탈중앙화를 표방하며 등장했다. 

비트코인의 등장을 알린 2008년 백서는 비트코인의 목적을 두고 중앙은행의 신용과 권위의 필요성을 없애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은행이라는 국가적 금융체제에서 독립해 개인 대 개인의 지불 시스템을 블록체인을 이용해 만들어 내자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등장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과 그 기업주들이 기존의 국가와 중앙집권적 금융 시스템에 싫증내고 자신들이 창조하고 규율하는 거버넌스를 향해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 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는 애초 굴뚝산업 자본가들을 대변하던 공화당보다는 자유와 창의성을 존중하던 민주당을 지지하고, 민주당의 성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거대 빅테크 기업들이 이제 미국, 아니 세계를 대표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자, 규제와 약자 보호를 앞세우는 민주당과는 이해가 달라졌다.

비트코인이 표방하는 탈중앙, 탈국가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이때부터 출현하던 미국의 대안우익 등 새로운 우파 운동이 표방하던 바와 비슷하다. 대안우익 등 현대 우파 운동은 미국의 연방정부 등 기존 국가 및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리스트들이 미국 연방정부를 조종한다며 연방정부뿐 아니라 연준 등 기존 금융체제도 불신하고 폐지를 주장한다. 코로나19는 조작된 허위이고, 선거는 도둑맞았고, 캘리포니아 산불은 지구온난화와 상관없고, 지구온난화 자체가 조작된 논의라는 것이 급진 우파 포퓰리즘의 주장이다. 

이런 급진 우파 포퓰리즘에게 연준이나 은행을 가동하는 기존 통화체제를 종식시키려는 욕구는 당연했고 이는 비트코인 주창자들과 연결되는 고리가 됐다.

트럼프주의자이자 오하이오주 재무장관을 지낸 조시 맨들은 공화당의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출마해 “오하이오는 하느님과 가족, 비트코인의 주가 돼야만 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사업가들이 트럼프의 마가 운동과의 연대를 선도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기술 우파는 암호화폐 사업가들에 의해 주도됐다. 

기존 화폐와 지불 수단의 대체재로 등장한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머스크와 피터 틸이 빅테크 기업계의 마가 운동 연대를 주도했다. 

특히 피터 틸은 선구자다. 그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거물 중 가장 먼저 마가 운동 지지를 선언했다. 

피터 틸은 2009년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큰 케이토 연구소에 올린 글에서 “나는 더 이상 자유와 민주주의가 양립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라며 복지 수혜자 증가와 여성 투표권 부여가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의 대의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적 거버넌스보다 기업 거버넌스를 강조하면서 역사적 민족국가가 없는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과 디지털 플랫폼은 처음에는 개인의 자유와 역할을 증대시키고 민주적 정부를 더욱 재촉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닷컴 버블 이후 10년도 지나지 않아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 권력은 정부의 기존 권위를 대체하는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했다. 

물론 트럼프와 머스크의 파국에서 보듯이, 마가 운동으로 상징되는 급진우파 포퓰리즘은 기술 우파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경계심은 기술 우파와 연결되는 통로이기도 하다. 

마가의 이론가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전략수석은 트럼프의 취임 전부터 머스크가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확대를 주장할 때부터 거친 공격을 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체제를 ‘기술 봉건주의’, 머스크 등 빅테크 기업주를 ‘기술 봉건영주’, 미국 시민들을 ‘디지털 농노’라고 규정했다.

배넌은 지난 1월 타임 인터뷰에서 머스크를 두고 “최고의 가속주의자(accelerationists)들 중의 하나”라고 규정했다. 

가속주의란 기술과 사회 변화가 필연적으로 혼란을 초래하는데 혼란을 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속화함으로써 새로운 사회 질서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0년 전에 영국 철학자 닉 랜드가 이 개념을 대중화했고, ‘어둠의 계몽주의’ 운동으로 연결된다. 

어둠의 계몽주의 운동은 트럼프주의 이론가 중의 하나인 커티스 야빈 등에 의해 대중화됐다. 이들은 대학과 언론, 관료, 비정부 기구 등 기존 사회 제도와 기구가 대중의 신뢰 유지에 실패했다고 보고, 미국에서 군주제를 제안하고 있다. 

군주제가 민주주의보다 본질적으로 낫다는 19세기 영국의 비평가 토머스 칼라일의 추종자인 야빈은 '트럼프주의 2.0'의 주요 설계자이다.

머스크는 이번에 트럼프 정부의 정부효율부를 맡아서 ‘기술 가속주의’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여줬다. 

머스크는 정부 조직 축소와 공무원 삭감을 명분으로 정부 기구가 테슬라 자동차를 작동하는 무선시스템처럼 운영되는 것을 지향했다. 그의 정부 기구 축소와 공무원 숙청을 진행하면서 각 정부 조직에 끝임없이 데이터와 자료를 요구했고 이는 인공지능 개발에 필수적인 ‘먹이’였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연대는 이번에 파국을 맞았으나 마가 운동과 기술 우파가 다시 만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실리콘 빅테크 거물들이 주도하는 기술 우파는 마가 운동에 필요한 농노를 충원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또 마가운동 내에서도 기존의 중앙 권력과 관련 체제가 전복되는 그들의 유토피아를 실현할 원군을 기술 우파에서 다시 찾으려 할 것이다. 

차기 마가운동의 지도자로 예약된 제이디 밴스 부통령은 실리콘밸리에서 피터 틸에 의해 키워져 정치권으로 보내진 인물이다. 그의 흙수저 신화는 단지 실리콘밸리의 기술 우파와의 연계를 가리는 장막에 불과하다. 

트럼프와 머스크는 파국이 났지만 밴스와 빅테크 주도 기술 우파의 연대를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정의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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