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카카오 브랜드 메시지 서비스 상품의 카톡 이용자 개인정보 부당 이용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선 가운데, 통신사들과 카카오 사이에선 브랜드 메시지와 카톡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카카오> |
[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가 광고 발송 사업에 활용하는 '브랜드 메시지' 서비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하 카톡)과 한 몸인가, 아니면 별개 서비스인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카카오 브랜드 메시지 서비스 상품의 카톡 이용자 개인정보 부당 이용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선 가운데, 통신사들과 카카오 사이에선 브랜드 메시지와 카톡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카카오는 협력 계약을 맺은 업체(광고주)의 의뢰를 받아 카톡 이용자들에게 광고를 발송해주고 수익을 챙기는 상품을 지난 5월14일 브랜드 메시지란 이름으로 내놨다. 광고주가 신상품 출시 소식과 광고 등 마케팅 정보 수신에 동의한 고객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넘겨주면, 카카오가 해당 전화번호를 쓰는 카톡 이용자 계정을 찾아 의뢰받은 광고 콘텐츠를 발송한다.
카카오는 "브랜드 메시지 서비스는 기존 친구톡 서비스의 확장판이다. 카톡과 한 몸 서비스"라고 주장한다. 광고도 메시지라는 것이다.
카톡 앱을 통해 제공되는 친구톡은 기업들로 하여금 카톡 이용자들에게 이벤트와 마케팅 관련 정보(광고)를 보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친구 추가'라는 사전 동의 절차를 거치게 설계돼 있다.
반면, 카카오는 브랜드 메시지 서비스를 하면서는 카톡 이용자들의 사전 동의를 받는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카톡 이용자 쪽에서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특정 기업의 광고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카카오는 "브랜드 메시지는 광고주에게는 정교한 타겟팅과 높은 메시지 신뢰도를, 이용자에게는 투명한 정보 제공과 수신 선택권이라는 이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이어 "광고주 쪽에서 보면, 통신사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광고를 보낼 때보다 비용이 싸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더불어 "브랜드 메시지를 통해 메시지를 수신한 이용자는 메시지 상단 프로필에서 발신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고, 데이터 통화료 차감 여부 등 주요 정보도 함께 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수신을 원하지 않는 이용자는 메시지 내 '채널 차단' 버튼 터치 한번으로 수신을 거부할 수 있다"며 "080 번호를 통한 수신 거부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카카오는 "브랜드 메시지 서비스는 기존 친구톡 서비스의 확장판이다. 카톡과 한 몸 서비스"라며 "따라서 추가 서비스 이용에 대한 이용자 동의 절차가 필요없다"고 주장한다. <카카오> |
반면, 통신사들은 "이용자 인식, 서비스 제공 목적, 서비스 형태 등으로 볼 때 브랜드 메시지는 카톡과 완전히 다른, 별개 서비스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톡 이용자들은 서비스 가입 시 친구와 가족 등 사전 용인된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것만 예상했지 기업이 일방적으로 밀어넣는 광고까지 받을 줄을 몰랐고, 카카오와 광고주를 위한 목적으로 광고를 일방적으로 발송하는 서비스 형태 역시 카톡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따라서 브랜드 메시지를 통해 카톡 이용자들에게 광고를 발송하려면 미리 추가 서비스 이용 의향을 물어보는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카카오가 그러지 않아 전기통신사업법(제50조)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짚는다.
통신사 쪽에선, 카카오가 알림톡 서비스를 내놓을 때도 카톡과 한 몸 서비스라고 주장하며 카톡 이용자 동의 절차를 생략했다가 2016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은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카톡 앱을 통해 제공되는 알림톡은 택배 알림 등을 제공하는 정보 메시지 서비스다.
당시 방통위 심결 속기록을 보면, 방통위는 알림톡을 카톡과 다른 별도 서비스로 간주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데이터 통화료 발생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아 과징금을 가중했다.
다만, 서비스 발전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일부 위원들의 지적에 따라 동의 절차를 '옵트아웃(Opt-out)' 방식으로 하는 것도 허용했다. 사전 동의를 전제로 하는 '옵트-인(Opt-in)' 방식과 달리, 옵트 아웃 방식은 일단 보낸 뒤 수신자가 거절하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방통위는 최근 SK텔레콤의 가입자 유심보호서비스 자동 가입 건에 대해서도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금지행위) 위반으로 판단했다. 다만,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가입자 피해 방지 필요성을 감안해 관련 매출액의 3%까지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처분은 하지 않고, 6월 중 법 위반 사항을 시정하라는 명령만 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별개 서비스를 추가 서비스 이용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않고 제공하면 금지행위(제51조) 위반에 해당한다. 방통위가 관련 매출액의 3% 이내 수준의 과징금 처분을 할 수 있다. 주요 내용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고지한 게 발견되면 과징금이 가중된다.
방통위가 카카오 ‘브랜드 메시지’ 서비스에 대해서도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할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한편 통신사들과 카카오는 브랜드 메시지를 통한 광고 발송 시 발생하는 데이터 통화료를 놓고도 공방을 벌이고 있다.
통신사들은 "카카오가 광고 발송 수수료 수익을 챙기며, 데이터 통화료는 카톡 이용자한테 떠넘기는 구조"라며 "카톡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금전적인 손해까지 끼치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한다.
▲ 통신사들은 "이용자 인식, 서비스 제공 목적, 서비스 형태 등으로 볼 때 브랜드 메시지는 카톡과 완전히 다른, 별개 서비스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즈니스 포스트> |
반면, 카카오는 "브랜드 메시지를 통한 광고 수신 화면을 통해 광고 수신 과정에서 데이터 통화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채널 거절 버튼도 뒀다"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통신사들과 카카오 간 공방은 '골목상권' 침범 여부로도 확대되고 있다.
통신사들은 "기업 메시징 시장은 '중계사-재판매사-솔루션사' 구조의 생태계를 가지며, 수천개 중소 사업자가 경쟁하며 산업을 키워왔다"며 "카카오 브랜드 메시지 출시로 카카오의 시장 독점과 생태계 붕괴가 우려되고, 그에 따라 영세 기업 메시징 사업자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 예상된다"고 주장한다.
카카오는 "그동안 이동통신 3사와 문자중계사, 문자재판매사가 기업 메시징 시장을 독점하며 연간 수천억원의 안정적인 수익을 챙겨왔다"며 "카톡 기반의 브랜드 메시지가 새로운 대안 구실을 하며 광고주들의 비용을 절감시켜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카카오 브랜드 메시지를 두고는, 개인정보 부당 이용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화번호를 비롯한 카톡 이용자 개인정보를 사전에 동의받은 목적을 넘어 활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5대 법무법인 변호사는 "카카오 브랜드 메시지는 서비스를 두고는, 개인정보보호위는 개인정보보호법,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해 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대형 플랫폴 사업자들이 뒤따라 가입자들에게 광고를 발송하는 사업에 나서겠다고 하는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미리 점검해 사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재섭 선임기자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