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각국 환경단체 구성원들이 7일(현지시각) 프랑스 니스에서 유엔해양총회 개최를 앞두고 해양 보호 강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이에 몇 달 뒤에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에도 미국은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번 국제회의를 개최한 프랑스 등 다른 주요국들은 미국의 공백을 채우고자 중국의 역할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향후 중국이 국제 회의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프랑스 니스에서 9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되고 있는 유엔해양총회(UNOC)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엔해양총회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고 해양환경 보전, 바다에서 기후변화 대응 등을 논의하는 회의다. 올해 핵심 의제는 공해 보호구역 확대와 플라스틱 오염 대응 등이다.
존 케리 전 미국 기후특사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매일 쓰레기차 2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 강, 호수에 버려지고 어류 자원의 3분의 1이 과잉 남획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에 국제사회는 이번 해양총회에서 결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해양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획기적 국제 협의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며 "생산부터 폐기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규칙들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번 회의 불참을 선언하면서 공개적으로 오염 대응을 위한 국제 협력 체계에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8월 연장 회의를 앞두고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에서도 빠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2022년 유엔 환경총회를 통해 필요성을 인정받은 조약으로 원래는 지난해 11월 한국 부산에서 열린 회의를 마지막으로 최종 합의문이 나왔어야 했다. 당시 참여국들은 플라스틱 생산 규제 포함 여부를 놓고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합의 시점을 연기하게 됐다.
특히 미국은 부산 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지지했으나 올해 정권이 교체되면서 규제 반대로 돌아섰다. 실제로 올해 3월 열린 유엔 총회에서도 트럼프 정부는 플라스틱 오염 대응, 온실가스 감축 노력 등을 포함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에드워드 하트니 미국 국무부 외교관은 총회에서 "유엔이 내세운 2030 아젠다와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미국의 주권 수호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미국인의 권리와 이익에 반하는 글로벌 거버넌스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플라스틱 문제와 관련해 상호 협력을 지속하고 있는 다른 주요국들은 향후 논의에서는 미국을 배제한 채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9일(현지시각)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유엔해양총회에서 한정 중국 국가 부주석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이번 유엔해양총회를 주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미국처럼 지구를 버리고) 화성으로 간다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해양에 집중하기 위해 2026년부터 대규모 탐사 임무를 시행할 것"이라며 "지금 우리가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것은 국제 다자주의"라고 강조했다.
13일 발표가 예고된 유엔해양총회 합의문 '니스 해양 행동 계획' 초안을 보면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플라스틱 전주기에 걸쳐 오염 종식을 위한 효과적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프랑스를 포함한 주요국들은 이를 이행하기 위해 중국을 주요 협력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파악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총회에 참석한 한정 중국 부주석과 만났으며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중국 신화통신도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한 부주석은 신화통신을 통해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과 유럽연합의 협력 강화는 양측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도 이롭다"며 "양측은 협력 분야를 더욱 확대하고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중국 외에도 이번 회의에 참석한 약 50개국 가운데 30개국 이상이 프랑스가 주장한 해양 보호 활동 강화에 동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해양을 착취하고 자원을 시추하는 것은 완전히 미친 짓"이라며 "나는 이번 회의를 통해 전 세계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