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 바라 GM 회장이 2021년 1월12일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1'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한국GM >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GM이 철수할지 의사결정은 결국 GM 본사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미국 본사의 리더십에 시선에 몰린다.
GM은 2014년 취임한 메리 바라 회장(CEO 겸 이사회 의장)이 이끌고 있다.
메리 바라 회장은 수익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인으로, 한국GM 역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철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2024년 9월 바라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맺은 포괄적 협력 협약이 한국GM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협약에 따라 한국GM의 역할이 확대되고 철수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메리 바라의 경영철학과 한국GM에 대한 시선
메리 바라 회장(1961년생)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 GM의 첫 여성 CEO다. 미시건주 출신으로 제너럴 모터스 인스티튜트(현 케터링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했다.
1980년 GM의 인턴(근로장학생)으로 시작해 엔지니어로 일했고, 당시 잭 스미스 회장(CEO)의 비서, 글로벌 인재관리 부문 임원, 글로벌 제조부문 임원, 글로벌 구매&물류담당 임원 등을 거쳤다. 2014년 1월 CEO로 선임됐다.
현장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한 만큼 실무와 전략에 모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수익성과 효율성을 기준으로 ‘구조조정’과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는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취임 후 러시아, 인도, 남아공, 태국,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시장에서 철수하고, 세계에 흩어져 있던 공장도 대거 정리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GM은 2013년 말 25개국에 공장을 두고 59개국 시장에 진출한 상태였지만 2024년 말 현재 공장을 둔 나라는 7개, 시장에 진출한 나라는 33개로 줄었다.
바라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GM이 모든 곳에서 모두를 위해 모든 차를 제공하던 때도 있었다”며 “하지만 그런 전략은 이기는 데 적합한 전략이 아니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 여기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한국GM의 위기 때는 “지금과 같은 비용 구조로는 사업을 이어가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경영 합리화 또는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2022년에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자 “트랙스는 한국과 미국에 있는 우리 GM 팀들의 긴밀한 협력의 결과물이며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라면서 한국GM의 생산과 기술력이 GM의 글로벌 전략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요컨대 바라 회장은 한국GM을 글로벌 전략의 중요한 한 축으로 여기면서도 수익성과 사업성 등 경영 실적을 우선시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GM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전략에 따라 철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메리 바라 GM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4년 9월12일 미국 뉴욕 제네시스 하우스에서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악수하고 있다. < 한국GM > |
◆ 정의선과 협력, 한국GM 미래 바꾸나
GM의 한국 관련 전략이 수정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마련돼 업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메리 바라 회장이 2024년 9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체결한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이 그것이다.
협약에 따라 두 회사는 승용·상용차, 친환경 에너지, 전기·수소 등 기술의 공동 개발과 생산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또 배터리 원자재와 소재 등 원재료를 공동 발주하는 통합 소싱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글로벌 공급망 확대를 통해 배터리 가격을 낮추려는 현대차그룹과 하이브리드 기술을 확보하려는 GM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뤄졌다.
특히 서로 차량의 로고를 바꿔 달고 판매하는 리배징(rebadging) 방안이 협약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그룹과 GM이 서로 대신 차량을 생산하고 판매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관세장벽을 우회하는 방식이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중소형 승용차·SUV가 주력인 현대차그룹과, 상용차와 대형 승용차, 픽업트럭이 주력인 GM이 서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쪽은 2025년 3월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리배징 추진 사실을 인정했다.
이번 GM-현대차의 동맹이 한국GM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GM의 글로벌 생산·개발 네트워크에서 한국GM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예컨대 한국GM이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을 현대차나 기아의 로고를 달아 GM의 생산시설이 없는 국가에 판매하는 일이 가능해질 수 있다.
양사의 협력은 한국GM의 국내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내 고용과 생산을 유지하는 명분이 커질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과 협력한다는 사실이 기업 이미지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다만 한국GM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GM 본사에서 진행되는 건들에 대해 한국에서는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어 한국GM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