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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발전법 '변화' 요구 목소리 쏟아져, 이재명 대형마트 규제 '대못' 빼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5-06-04 13: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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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발전법 '변화' 요구 목소리 쏟아져, 이재명 대형마트 규제 '대못' 빼나
▲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조항이 많은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지난 10년 사이에 사라진 대형마트 일자리가 족히 2만 개가 넘는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연달아 개정되며 대형마트를 향한 규제가 강화된 시기 벌어진 일이다.

대형마트를 옭아매고 있는 규제를 이제는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골목시장을 살리겠다는 취지에서 2012년 도입된 의무휴업제도는 유통업계가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의 대결 구도로 변화한 현 시점에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전부터 대형마트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유지해왔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유연한 실용’ 노선이 기조를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4일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유통산업발전법에 규정된 의무휴업제도를 놓고 법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편익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무휴업제도를 다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일요일 휴무에 따라 대형마트에서 장을 못 보고, 급할 때 새벽배송도 못 받는 일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규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의무휴업을 강제한 유통산업발전법은 더 이상 유통산업의 발전을 위한 법이 아닌 낡은 족쇄일 뿐”이라며 “대형마트가 소상공인을 괴롭힌다는 실체 없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제 정말로 발전을 꾀해야 될 때”라고 강조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유통업계 관계자 사이에서 공격을 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 취지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내년으로 시행 30년째를 맞이한다. 유통구조의 선진화와 유통기능의 효율화, 소비자 편익 증진 등의 목적에 따라 법 이름에 ‘발전’이라는 말을 담아 1997년 제정됐다. 하지만 최근 10여년 사이 흐름을 보면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를 향한 규제의 연속이었다. 

2010년 전통산업보존구역에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신규 출점을 제한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 전통상업보존구역의 지정범위 확대, 2012년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 도입, 2013년 영업시간 제한 시간 연장 및 의무휴업일자 매월 2회 명시 등이다.

이후에도 대규모와 준대규모 점포의 신규 영업개시 60일 전까지 개설 예고를 의무화하는 방안, 전통상업보존구역 관련 조항의 유효기간 연장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됐다.

물론 이런 흐름이 난데없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 2010년 초반만 해도 대형마트의 공격점 출점 탓에 전통시장을 비롯한 골목상권이 위기에 내몰린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부로서는 대기업과 중소상공인의 상생을 위해 비교적 버틸 여력이 있는 대형마트를 규제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뒤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통시장 힘들다’는 얘기만 나오면 대형마트를 때리려고 하니 ‘만만한 게 대형마트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게 사실”이라며 “대형마트가 망하기 직전이라는 얘기가 나온 지도 이미 오래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제도가 전통시장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종종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산국경제연구원이 소비자 패널 1500가구의 연간 식료품 구매 데이터 130만 건을 분석해 4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대형마트가 쉬는 일요일에 전통시장의 평균 식료품 구매액은 610만 원으로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의 구매액 630만 원보다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가 쉰다고 해서 소비자가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2020년 발표한 보고서도 이런 현상을 짚고 있다. 조 교수는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입점으로 전통시장을 포함한 주변 점포의 매출이 증가하고 역외 소비자 유입 효과도 발생한다고 조사했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이 입점하면 주변 상권의 고용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은 시군구 지역 단위 주변 도소매업과 음식점업 고용을 각각 2.6%, 2.8%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8년 이마트 부평점이 폐점하면서 타격을 받은 것도 인근 슈퍼마켓이었다. 연간 10억 원 미만의 매출을 내는 소규모 슈퍼마켓은 이마트 부평점 폐점으로 매출이 하락한 반면 연간 50억 원 이상 매출을 내는 다른 대형마트만 매출이 늘었다. 

한국유통학회 역시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도입한 2012~2019년 기준 소상공인 매출은 6.1%포인트, 소상공인시장점유율은 11.4% 줄었다고 조사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명시된 의무휴업 제도를 완화하는 흐름이 최근 3년 사이 나타난 것도 이런 연장선에서 나왔다. 기존에는 공휴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했는데 대구시가 이를 평일로 돌리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동참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의무휴업일 지정을 강제하고 있지만 언제 쉬어야 하는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는 일부 지역에서 평일에 휴업할 수 있게 되면서 매출에 조금이나마 덕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공휴일 매출은 평일 매출과 비교해 최소 1.5배에서 2~4배 많은 것으로 알려지는데 공휴일에 2번 쉬는 대신 평일에 2번 쉬게 되면서 영업일 기준 최소 1일에서 많게는 6일 더 많이 일하는 효과를 보게 됐다.
 
유통산업발전법 '변화' 요구 목소리 쏟아져, 이재명 대형마트 규제 '대못' 빼나
▲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민생경제 살리기에 실용적으로 다가가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정부도 이런 흐름을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민생경제 살리기에 이념으로 접근하지 않고 실용으로 다가서겠다는 태도를 여러 차례 밝혔다.

과거 더불어민주당 기조라면 소상공인 살리기라는 명분을 앞세워 유통산업발전법을 다시 한 번 개정해 대형마트 관련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가 3월12일 발표한 ‘20대 민생 의제’ 가운데 하나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실제 정부가 규제 강화에 나서기 힘들지 않겠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홈플러스 사태 탓에 빅3 대형마트 가운데 2위인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위태위태한 마당에 대형마트 옥죄기에 나서서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요일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는 규제 탓에 주말에 장을 보는 문화가 많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며 이런 피해는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입고 있다”며 “아주 조금이라도 대형마트를 풀어주는 것이 소비 진작 차원에서도,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 강조하는 공정이라는 키워드에도 부합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규제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4일 취임사에서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며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자주 듣겠다고 한 점도 기조 변화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윤석열정부는 2022년 7월 ‘국민제안’이라는 형식으로 규제 개혁과 관련한 의견 수렴했는데 당시 1순위에 꼽힌 제안이 바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폐지였다.

물론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고 해도 이재명정부가 바로 규제를 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휴식 보장을 위해 한 달에 2번 공휴일에 쉬는 제도를 법에 명문화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최소한의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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