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진짜 은행' 되기 위해 2% 부족한 것, 최우형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 갖춰야 한다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2025-06-04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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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케이뱅크 기업공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케이뱅크의 이사회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이번에 IPO를 추진하면서 시장의 수요 등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 다시 정비해서 2025년 1월에 (기업공개를) 해보려 한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이 2024년 10월29일 여의도에서 열린 제 9회 금융의날 기념식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이야기다.
최 행장이 이야기 한 시점보다 조금 늦어지기는 했지만 케이뱅크는 2025년 3월 열린 이사회에서 기업공개 재추진을 결의하고 본격적으로 기업공개 ‘삼수’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기업공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 재무적 안정성 등이다.
하지만 기업공개 이후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포함한 선진적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 상장을 통해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곧 경영의 투명성, 책임성에 대한 대외적 검증을 받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케이뱅크는 국민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은행업’을 하는 사업자라는 점에서 이사회의 독립성, 지배구조의 투명성 여부는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동안 케이뱅크가 이사회의 독립성, 다양성, 전문성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지적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 자본총액 2조 원 초과한 케이뱅크, ‘성별 다양성’부터 충족하지 못하는 현실
2025년 1분기 케이뱅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자본총액은 2조153억 원으로 2조 원을 초과했다.
자본시장법 제165조의20은 ‘자본총액이 2조 원 이상인 금융사 또는 보험사는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케이뱅크 이사회는 전원이 남성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자본시장법의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사회 구성의 성별 다양성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포용성을 상징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쓰인다. 특히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은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 미흡을 중대한 지배구조 결함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는 2022년 8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전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를 첫 여성 사외이사로 영입한 뒤 여성 이사 수 1명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인 김륜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학부 부교수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물론 ‘구색맞추기’라는 비판도 나오긴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와 달리 최소한의 제도적 형식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 ‘은행’이라면 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현재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는 여성 사외이사 미선임과 달리 법적으로 문제되는 사항은 아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 13조는 1항을 통해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2항에서는 사외이사가 아닌 자를 선임할 때는 그 사유를 공시하고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자(선임사외이사)를 별도로 선임하여야 한다며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단순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아니라, 고객의 돈을 예금으로 모아두고, 그 돈을 통해 대출을 실행하며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는 ‘은행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국민의 자산을 기반으로 사업을 이끌어가는 금융기관이라는 점에서 일반 기업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지배구조 투명성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해도, ‘은행’에게는 다른 잣대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는 IPO 이후 사외이사인 진웅섭 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며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한 신호를 명확히 보냈다. 케이뱅크 역시 상장을 통해 자본시장의 일원이 되고자 한다면 그에 걸맞은 지배구조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 금융권 출신 일색의 이사회, IT금융 시대에 부합하는 전문성이 부족하다
현재 케이뱅크 이사회의 구성을 지적하는 시선도 있다. 현재 케이뱅크의 사외이사 가운데 오인서 법무법인 화인 대표변호사와 이경식 공학박사를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금융 전문가들이다.
특히 이사회에 보안 전문가가 없다는 점은 투자자나 고객들의 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
최근 SK텔레콤에서 고객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업의 보안과 관련된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다. 인터넷은행은 모든 금융서비스가 비대면·디지털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스템 안정성과 사이버 보안 역량이 곧 소비자 신뢰로 직결된다.
ESG 경영이 기업의 필수 과제로 떠오른 만큼, 이사회에 ESG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상장 후에는 투자자들이 이사회를 바라보는 기준이 더욱 엄격해지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이에 대비한 이사회 재구성이 절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케이뱅크 기업공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케이뱅크의 이사회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픽 씨저널>
◆ IPO는 시작일 뿐, 진짜 ‘은행’이 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은 이사회
케이뱅크는 그동안 대한민국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다양한 혁신을 시도해 왔다.
온라인 기반의 편리한 금융 서비스, 유연한 상품 설계 등을 무기로 시장에 자리 잡았고, 이제는 상장을 통해 ‘퀀텀 점프’를 위한 발편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은행이라는 업종의 특성상,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은 고객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생존의 전제조건이다. 이사회는 단지 법률적 요건을 맞추기 위한 형식적 조직이 아니라 기업의 철학과 운영원칙을 시장에 보여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최우형 행장의 목표가 케이뱅크의 ‘상장’이 아니라 진짜 ‘은행’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곳은 바로 이사회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은 단순한 영리기업이 아니라 공공성과 시스템 리스크 관리라는 특수한 역할을 지닌 금융중개기관이기 때문에 일반 기업보다 이사회 투명성 및 독립성 측면에서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받는다”라며 “특히 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이사회 독립성에 대한 외부 압박이 더욱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은행업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재무건전성"이라며 "연체율,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재무건전성 지표가 올해 1분기에 상당히 개선됐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