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6-02 13:34:23
확대축소
공유하기
▲ 쇼박스의 기대작 ‘소주전쟁’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올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 <쇼박스 기업설명회 자료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쇼박스가 지난해 영화 ‘파묘’의 흥행으로 단숨에 국내 배급사 ‘빅5’의 중심에 우뚝 섰다. 하지만 CJENM, NEW 등 굵직한 배급사를 제치고 오른 정점을 1년 만에 반납할 처지에 몰리고 있다.
올해는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며 존재감이 빠르게 희미해지고 있다. 상반기 기대작 '소주전쟁'마저 관객몰이에 실패하는 흐름을 보이며 반등의 기회조차 잡지 못한 채 상반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2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올해 쇼박스 실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쇼박스의 사업부는 크게 영화사업본부, 드라마사업총괄, 경영지원본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 주요 수익원은 영화 투자·배급·판권 판매 등 영화 사업에 집중되어 있다.
다만 올해는 핵심 사업인 영화부문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쇼박스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17억 원, 영업손실 1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87% 줄었고 영업손익은 적자전환했다.
사업부별 매출 구성비에서도 부진이 확인된다. 쇼박스의 1분기 누적 영화 매출 비중은 26.4%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99.6%에서 급감한 수치다.
지난해 1분기에 천만 관객을 기록한 ‘파묘’의 흥행을 감안하면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2023년 73.8%, 2024년 97.6%와 비교해도 올해는 하락세가 뚜렷하다.
2분기 역시 반등은 멀어 보인다. 영화 부문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가운데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커졌다.
4월 개봉한 배우 하정우씨 주연의 ‘로비’는 누적 관객 수 30만 명도 넘기지 못한 채 흥행에 실패했다.
기대를 모았던 2분기 카드 ‘소주전쟁’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배우 손현주, 유해진, 이제훈씨 등 호화 출연진으로 개봉에 앞서 많은 관심을 끌어 모았지만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5월30일 개봉 후 사흘간 관객 수는 14만 명에 그쳤다.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180만 명 달성은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개봉 예정작이 남아있는 만큼 아직 올해 성적을 단정 짓기는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쇼박스는 하반기 영화 ‘만약에 우리’, ‘폭설’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만약에 우리’는 쇼박스가 배급만을 맡아 수익 구조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배급은 극장 유통과 상영을 담당하지만 제작과 투자에는 관여하지 않아 수익 몫은 그다지 크지 않다. ‘폭설’의 경우 배급과 제공을 모두 맡았으나 스릴러 장르의 특성상 대중성 확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 쇼박스가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만약에 우리'(왼쪽)과 '폭설' 포스터.
물론 이를 쇼박스만의 문제로 돌릴 수는 없다. 국내 최대 배급사 가운데 하나인 CJENM조차 상황은 녹록치 않다. CJENM 영화·드라마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2023년부터 줄곧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기대작으로 내세웠던 영화 ‘하얼빈’과 ‘베테랑2’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체면을 구겼다. 국내 영화사업 전반이 얼마나 위축됐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국내 극장가는 2019년 팬데믹 이후 좀처럼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개봉작 가운데 3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야당’이 유일하다.
출연진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제작비는 덩달아 급등했다. 영화 티켓 가격도 1만5천 원까지 올라 관객 부담은 커졌다. 반면 넷플릭스·디즈니+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티빙, 쿠팡플레이 등 국내 OTT까지 더해지며 관객들은 빠르게 스크린 밖으로 이탈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작비 30억 원 이상이 투입된 상업영화의 편당 평균 제작비는 115억 원으로 2019년보다 13.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상업영화 개봉 편수는 37편으로 17.8% 줄었다. 제작비 증가와 관객 감소, 제작 축소의 삼중고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쇼박스는 영화 외에도 예능과 드라마 등 비극장 콘텐츠 제작에 힘을 싣고 있다. 쇼박스는 1분기 실적 설명자료를 통해 주요 투자 영화뿐 아니라 배급 대행, 예능,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로 매출 다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크린에서 밀린 존재감을 스크린 밖에서 되찾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지난 4월에는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와 2030년까지 드라마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었다. 향후 글로벌 플랫폼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거나 동시 방영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아직까지 JTBC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살인자ㅇ난감’을 제외하면 뚜렷한 성공작이 없다. 쇼박스는 2020년 ‘이태원클라쓰’로 드라마 제작 첫발부터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후 시장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해 말 tvN 예능 ‘주로 둘이서’, ‘핀란드 셋방살이’에 이어 올해 2월 채널A 드라마 ‘마녀’까지 내놨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주로 둘이서’는 배우 김고은, 이지아씨 등 예능에서 보기 드문 조합으로 주목받았지만 시청률은 1%대에 그쳤다. ‘핀란드 셋방살이’는 배우 차은우, 이제훈, 이동휘씨 등 화제성 높은 출연진을 내세워 방송 직후 비드라마 부문 출연자 화제성 1위에 올랐지만, 평균 시청률은 2.3%에 머물렀다. 전작 ‘삼시세끼 라이트’ 평균 시청률의 4분의1 수준이다. ‘마녀’ 역시 평균 시청률 2%대에 머무르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스크린 밖으로 무대를 넓혔지만 아직까지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OTT 확산으로 콘텐츠 접근성이 크게 향상돼 극장 관람 수요가 빠르게 OTT로 이동하고 있다”며 “지난해 상반기 ‘파묘’, ‘범죄도시4’ 등 천만 영화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 모았으나 이후 극장가는 시장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