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6-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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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부터 일본에서 방영되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 포스터. <스튜디오드래곤 홈페이지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스튜디오드래곤이 ‘포스트 차이나’ 전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수년간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에 발목 잡혔던 중국 중심의 수출 판을 과감히 뒤로하고 일본과 미국을 겨냥한 글로벌 직진 행보에 나섰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미국 자회사에 수백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데 이어 오는 6월에는 일본어 제작 콘텐츠까지 현지에 투입한다. 판권 수출에 머물렀던 기존 한류 콘텐츠 유통 방식을 넘어 기획부터 제작까지 직접 손에 쥐겠다는 ‘K콘텐츠 주도권 탈환’의 선언으로 볼 수 있다.
1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스튜디오드래곤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상반기 제작 편수 감소와 수익성 둔화로 부진을 겪었지만, 하반기에는 비중화권 시장 공략과 방영작 수 확대가 맞물리며 실적 회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상반기 내내 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대작의 해외 판매 회수율 저조와 흥행 부진, 여기에 tvN 수목드라마 편성 중단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공백까지 겹치며 주요 매출 채널 전반에서 실적이 압도적으로 위축됐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338억 원, 영업이익 4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0.3%, 영업이익은 80.1% 줄었다.
2분기 실적 역시 뚜렷한 반등세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튜디오드래곤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290억 원, 영업이익 40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6.0%, 영업이익은 62.1% 감소한 수치다.
다만 하반기부터 글로벌 확장이 본격화되며 반등 기대감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6월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에서 신규 콘텐츠가 연이어 공개되며 침체된 실적 흐름에 변곡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오는 6월 일본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통해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일본 리메이크판을 선보인다. 해당 작품은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2024년 tvN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방영된 바 있다. 일본 방송사와의 공동 제작은 2022년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커넥트’ 이후 두 번째지만 일본어로 제작된 현지화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7월에는 일본 지상파 TBS와 공동 제작한 ‘하츠코이 도그즈’, 8월에는 영화 ‘소울 메이트’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 버전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들 작품을 통해 일본 내 독자적인 팬층을 확보하고, K-드라마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장기적 수익 모델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단순 콘텐츠 수출을 넘어, 기획 단계부터 현지 플랫폼 및 방송사와 협업을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에 보다 정교하게 안착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일본 드라마 시장은 제작 편수가 적어 제작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하나의 인기 지식재산권(IP)이 장기간 활용될 수 있어 수익화 여지가 크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 현지 시청자와의 정서적 거리도 좁은 편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러한 시장 특성을 고려해 일본 내 직접 제작 기반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 7월 일본에서 방영되는 ‘하츠코이 도그즈’ 포스터. <스튜디오드래곤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에 이어 글로벌 최대 콘텐츠 시장인 미국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23년 미국 제작사 스카이댄스미디어와 공동 제작한 드라마 ‘운명을 읽는 기계 시즌1’에 이어 지난해 공개된 ‘운명을 읽는 기계 시즌2’ 역시 애플TV+에서 안정적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며 본격적인 현지 사업 확장에 나섰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5월 미국 현지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인베스트먼츠'에 94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스카이댄스미디어의 지분 1.7%를 추가로 취득하며 총 보유 지분을 2.4%까지 확대하게 됐다.
스튜디오드래곤은 해당 투자는 현지 제작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미국 시청자 취향에 맞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인 행보라고 밝혔다. 특히 스카이댄스미디어는 영화 ‘터미네이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 글로벌 흥행작을 다수 제작한 메이저 스튜디오다. 협업이 강화되면 미국 내 유통망 확대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은정 DB증권 연구원은 “스튜디오드래곤이 스카이댄스미디어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며 향후 미국 현지 제작사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6월부터 일본 제작분도 실적에 반영되는 만큼,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글로벌 확장이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실적 및 콘텐츠 투자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해외 확장에 더해 국내 편성 확대도 하반기 실적 회복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연간 25편으로 예상되는 드라마 라인업 가운데 무려 16편이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
특히 2023년 이후 자취를 감췄던 tvN 수목드라마가 다시 편성되며 굵직한 ‘텐트폴’ 콘텐츠들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작품은 글로벌 플랫폼과 동시 방영이 예정되어 있어 콘텐츠 수익 구조 다변화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부가적으로 한한령 완화 기대감도 긍정적인 흐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 실질적 조치는 없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 내 한국 콘텐츠 유통 재개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는 분위기다. 한한령이 본격적으로 풀릴 경우, 스튜디오드래곤이 보유한 수백 편의 구작이 수익화 자산으로 전환돼 추가 매출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스튜디오드래곤은 현재 독보적인 K드라마 제작 노하우와 260여개의 IP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IP 생산국가 확대를 꾀하며 드라마 산업의 영토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