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건강보험관리공단은 지난해 인건비 초과 인상 문제로 패널티를 받아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들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올해 경영평가까지 2년 연속 D 등급을 받는다면 해임될 수 있어 긴장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올해 경영평가까지 2년 연속으로 D등급을 받는다면 해임건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6.3 대선을 앞두고 건보공단의 악화된 재정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보공단이 발표한 ‘2020~2060 건강보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재정은 2029년 누적수지가 적자로 전환하며 2060년에는 누적수지 5765조 원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은 1조7천억 원 흑자를 거뒀다. 겉으로 보면 4년 연속 흑자 성과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지원금 12조1천억 원가량이 없었다면 자체적으로는 10조4천억 원 이상의 적자를 본 셈이다.
더구나 건보공단 실적도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건보공단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 126조5327억 원, 영업손실 5917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4.48% 늘었지만 영업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적자 전환은 지역가입 건강보험에서 2조2천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보건의료 수석 전문위원은 국회 보건복지위 전문기자협의회와의 차담회에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공공병원에 재정을 투입해 정상화하고 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해 건보 재정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과다 의료이용 기준을 3배로 강화해 외래진료 120일을 초과하는 환자들에게 90% 본인부담률을 부과함으로써 건강보험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건보공단은 재정 측면뿐만 아니라 내부 경영관리 항목의 하나인 총인건비 관리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시행된 '2023사업연도 대상 경영평가'에서 재무성과관리 지표 가운데 '일반관리비 관리'에서 3점 만점의 2.081점을 받았지만 보수 및 복리후생관리 지표의 '총인건비관리'에서는 3점 만점의 0점을 받았다.
주요사업 평가범주에서 계량 점수로 100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은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점수를 받는데 머무른 셈이다.
준정부기관 경영평가단은 "건보공단은 증원소요 인건비의 영향과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초임직급 정원 변동 효과를 고려하는 등 총인건비 관리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하지만 2023년도 총인건비 인상률 1.7%라는 정부지침을 준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은 더 나아가 지난해 12월에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인건비를 초과로 올렸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경영평가 등급이 기존 'C'에서 'D'로 하락하는 이례적 조치까지 취해졌다.
이 조치로 건보공단의 경영평가는 2023년 'B'였던 지난해 'D'로 두 단계나 하락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건보공단이 인건비 인상률 예산지침 위반해 총 인건비를 초과인상한 부분인 1443억 원을 예산에서 감액했다. 건보공단은 총 12년을 한도로 해당 금액을 인건비에서 삭감해야 한다.
이를 놓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건보공단의 자구노력 등 감안해 조치기간을 유연하게 운영하고 산정 오류에 대한 예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이사장은 2023년 7월에 취임한 뒤 올해 6월 두 번째 경영평가를 받게 된다. 이번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정기석 이사장의 거취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이 2년 연속으로 경영평가 D등급을 받게 되면 기재부가 정 이사장을 놓고 해임 건의 대상에 오르게 된다.
정 이사장은 대구 경북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의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내과 과장, 성심병원 폐센터장을 거쳐 성심병원 원장을 지냈다.
박근혜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으로 근무하다 한림대학교로 돌아와 의료원장을 맡았다.
20대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 캠프에 합류해 코로나위기대응위원장 겸 코로나대응특보로 활동했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하면서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 주영구 국민건강보험공단 감사실 실장(오른쪽)이 2024년 11월 ‘제2회대한민국내부통제경영시상식’에서‘내부통제경영 대상’과 ‘내부통제경영부문상통제활동혁신상’을수상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
건보공단 직원들 역시 향후 오랜기간 임금이 동결돼야 하는 상황에 놓인 만큼 경영평가 D등급에 벗어나는 일이 절실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살펴보면 건보공단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은 이미 건보공단이 앞으로 10년 이상 임금이 오르지 않는 상황을 가정하며 다른 공공기관과 비교하는 질문을 올릴 정도다.
건보공단은 청렴도와 내부통제 측면에서는 개선을 보이고 있어 점수를 올릴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건보공단는 지난해 청렴도를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렸다. 준정부기관 가운데에서 1등급은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유일하다.
또한 건보공단은 2023년부터 내부통제를 강화해왔다. 지난해 '내부통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공공 분야 내부통제 시스템 우수모델로 도약, 리스크 관리 강화, 내부통제 이행력 향상의 3대 전략을 설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건보공단은 '제2회 대한민국 내부통제경영 시상식'에서 '내부통제경영 대상'과 '내부통제경영 부문상 통제활동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경영 관리 측면에서 총 인건비를 개선하는 일이 평가를 개선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2024년 총인건비 관리 개선 여부와 관련해 문의했으나 건보공단으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