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한국GM 부평 공장 정문. <비즈니스포스트> |
[부평=비즈니스포스트] “인천에서 대기업 공장은 한국GM 부평공장 하나밖에 없는데, 없어지면 부평 주변 상권 다 죽어요.”
인천에서 2살 때부터 60년 째 살고 있다는 택시기사 이용선씨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한국GM이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 9곳 전부와 인천 부평공장의 유휴 자산과 활용도가 낮은 시설, 토지 등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철수설’이 다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이같은 철수설이 다시 부상한 한국GM 부평 공장을 찾았다.
공장 정문 근처는 평소와 다를 것 없어 보이는 분위기였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뷰익 엔비스타 등을 실은 운송 차량이 수시로 정문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정문 안쪽에 붙어있는 ‘더 이상 인내는 없다! 하나된 투쟁으로 25임투(임금협상투쟁) 승리하자!’라는 현수막이 현재 한국GM 내부의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29일 인천 부평구 한국GM 본사에서 임금교섭 상견례를 했다. 원래 28일로 예정됐었으나, 사측이 “글로벌 GM의 긴급회의로 상견례에 불참하게 됐다”며 일방적으로 일정을 연기했다.
노조는 사측이 전날 예정된 상견례에 불참하고 직영 정비센터와 부평공장 일부 시설을 매각한다고 공지한 것에 대해 “노조를 향한 선전포고이자 도발”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규백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장은 “2001년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숱한 임금 교섭과 단체협상에서 노사가 결정한 상견례 자리에 사측이 일방적으로 불참한다고 통보한 적은 없었다”며 “상견례를 미루고 매각 계획을 발표한 것은 조합원 7천여 명을 상대로 싸움을 건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평공장에서 일하는 A씨에게 내부 분위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A씨는 “회사의 발표 이후 공장에서 잔업이나 특근이 줄었다거나 달라진 것은 없는데, 다들 불안해하는 분위기는 맞다”고 말했다.
▲ 30일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뷰익 엔비스타 등을 실은 운송 차량이 한국GM 부평공장 정문을 빠져나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한국GM에 차량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협력업체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부평공장에 유리를 납품하고 있는 61세 최 모씨는 “한국GM에 유리를 납품하면서 공장을 세웠고, 6년이 됐다”며 “부평 공장이 문을 닫으면 납품 물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우리 공장도 없어지는 거다”라고 말했다.
한국GM의 철수 여부에 생계가 걸려있는 것은 공장 근로자와 협력업체만이 아니다. 부평공장 근처 상권이 좋지 않은 경기에도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은 부평공장 근로자들 때문이다.
20년째 택시를 운행 중인 64세 곽정화씨는 “근처 상권은 다 한국GM 부평공장 보고 먹고 사는 것”이라며 “트럼프 관세 때문에 철수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인데, 경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부평 공장마저 없어지면 부평 상권은 크게 휘청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평 공장 인근 한 갈빗집에서 몇 명이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갈빗집 사장 B씨는 “지금 식사하고 있는 사람들도 부평 공장 사람들이고, 한국GM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며 “공장이 없어지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부평공장 정문 근처에서 운영 중인 식당 관계자들도 입을 모아 “공장이 있으니까 그나마 버티는 거지, 공장이 사라지면 업종을 바꿔야 한다”고 걱정했다.
부평공장 인근 상인들과 협력 업체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군산공장 폐쇄 사례 때문이다. 한국GM 군산공장은 2018년 5월31일 가동 22년 만에 폐쇄됐다. 당시 군산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줬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택시기사 이용선씨는 “부평 공장에 다니던 친구가 재작년에 정년 퇴임을 했다”며 “당시에도 친구가 공장이 없어질 것 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군산 공장이 문을 닫았을 때도 그 정도였는데, 인천은 대도시니까 그 타격이 훨씬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인선·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