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로 인공지능(AI) 시장에서 ‘탈 엔비디아’와 ‘화웨이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 등은 규제에 맞춘 새로운 중국용 AI 칩 개발에 나섰지만,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화웨이가 개발하고 있는 ‘어센드’ AI 칩 사용을 빠르게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탈엔비디아'를 기속하며 화웨이의 AI 칩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화웨이 어센드910 AI 칩 홍보 이미지. <화웨이 센트럴> |
3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의 수출 규제에 맞서 자체 AI 칩으로 전환에 돌입했다.
중국 기업들은 AI 개발을 위해 올해 초까지 엔비디아가 공급하는 중국용 AI 칩 ‘H20’, ‘H800’ 등을 사용했다. 최근 돌풍을 일으킨 ‘딥시크’ 역시 엔비디아의 AI 칩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규제로 H20의 중국 수출이 사실상 막혔다. 이에 엔비디아 AI 칩을 구하지 못하게 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화웨이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RI)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국 국내 기업들이 이미 (화웨이의) 어센드 칩을 대규모로 조달하고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실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엔비디아 AI 칩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90%에서 현재 50%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엔비디아는 오는 7월 중국 수출 규제를 피한 새로운 중국용 AI 칩 출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 어느 정도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새로운 칩을 주문하고 배송 받기까지는 3~6개월이 걸려, 중국 기업은 AI 개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규제를 부과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중국이 보유한 엔비디아 AI 칩 재고로는 내년 초까지만 AI 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중국 빅테크 업체들은 빠르게 중국산 AI 칩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션 더우 바이두 AI 책임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산 자급자족 칩과 효율성이 높은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가 중국 AI 생태계의 장기적 혁신을 위한 탄탄한 기반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화된 규제가 중국의 AI 반도체 자립을 촉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국가안보부와 제휴한 한 싱크탱크는 “워싱턴의 수출 통제가 고통스럽긴 하지만, 이는 화웨이의 어센드 칩 등 중국의 고급 AI 칩 분야에서 독자적 혁신을 촉진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엔비디아에서 화웨이 AI칩으로 전환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기술 기업 임원을 인용해 “중국 기업들이 화웨이로 전환할 경우 AI 관련 개발에 약 3개월 동안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화웨이의 AI칩 생산능력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화웨이는 파트너사의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자체 제조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공급량은 현재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