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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8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아 긴급 체포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특검 사무실로 조사를 받기 위해 소환되고 있다. <뉴시스> |
박영수 특검이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를 이용하고 있는 것일까?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문 이사장이 28일 새벽 긴급체포됐다. 특검이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대통령의 뇌물죄 수사를 본격화한 뒤 관련자 가운데 신병확보에 처음 나섰다. 또 이르면 29일 문 이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문 이사장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과정에 문 이사장이 관여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검은 문 이사장이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27일 소환조사를 한 다음날 새벽 긴급체포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와 홍완선 전 본부장에 대한 이틀간 조사에서 문 이사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진술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뜻이다.
홍 전 본부장은 특검조사에서 “복지부 연금정책국 간부로부터 합병 찬성 요구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의 강도높은 수사에 26일 첫날 소환조사 때만 해도 완강하게 외압의혹을 부인했으나 입장을 바꿔 ‘윗선’인 보건복지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이론에 등장하는 고전적 사례인데 간단히 말하면 용의자 두 사람을 따로 심문해 형량 등을 놓고 제안을 해 자백을 받아내는 수법이다.
특검은 27일 문 이사장 소환 조사, 홍 전 본부장 재소환 조사를 시간차를 두고 진행했다. 두 사람이 이런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홍 전 본부장이 먼저 털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검은 문 이사장의 신병을 확보한 이상 이른 시일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또 문 이사장을 옥죄는 수사를 통해 칼끝은 결국 박 대통령에게 향할 수 있다. 이 경우 삼성그룹의 긴장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통해 비선실세인 최순실씨 모녀의 승마활동 등에 거액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유리하도록 국민연금의 지원으로 삼성물산 합병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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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
특검이 최근 진행해온 수사흐름을 보면 수사의지가 명확해 보인다. 국민연금-박 대통령-삼성그룹 순으로 고강도 수사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검은 조만간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등 삼성그룹의 핵심 수뇌부를 불러 조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불려나와 조사받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점쳐진다.
특검의 삼성그룹 수사는 박 대통령의 뇌물죄 적용 여부를 판가름할 최대 쟁점이다. 특히 정권과 기업의 유착관계에 국민들의 노후 쌈짓돈으로 여겨지는 국민연금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여론이 더욱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삼성의 승계구도를 결정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있어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이 반대를 무릅쓰고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삼성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이유는 이제 단 하나로 귀결된다”며 “(박 대통령이) 국민노후를 담보로 기업과 결탁해 최순실씨와 후일을 도모했다”고 비판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특검이 뇌물죄부터 칼을 빼든다”면서 “문형표, 그리 피하더니 결국 제1구속자가 될 것 같다”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