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급격히 줄어들었던 수송 수요가 점차 회복되면서 매출 증대와 함께 악화한 수익성이 다소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초 공항공사는 국제선 여객 회복세에 대응해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 1조 원 달성, 수백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을 기대했는데 실적 개선폭이 목표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공항공사는 적자가 지속돼 재무지표 개선 속도가 늦다는 점이 이번 경영평가에서도 지적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공항공사는 2023사업연도를 대상으로 한 경영평가에서 재무와 안전 분야에서 미흡한 성적을 거두며 공사 창사 이래 처음으로 'D등급'을 받아들었다.
한국공항공사는 사회적 책임 지표 가운데 '안전 및 재난관리' 분야에서 비계량 점수 'E+', 재무성과관리의 계량점수는 17점 만점 가운데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인 9.688점을 받는 데 머물렀다.
공항공사는 올해 경영평가서도 안전 평가지표와 관련해 대형 참사가 발생한 데다 산업재해 부상자 수가 여전하다는 점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요소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2024년 12월 29일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2216편(보잉 737-800, 방콕발 무안행)이 착륙 도중 활주로를 이탈해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며 폭발해 화재가 발생하면서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하고 승무원 2명만이 구조된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해당 사고의 원인을 정밀 파악하기 위해 엔진 2기를 프랑스 엔진 제작사인 CFM 인터내셔널에 보내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오는 6월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항공사는 해당 사고와 관련해 과거 둔덕을 높게 지었다는 점과 버드스트라이크를 관리할 인력이 미비했다는 점을 비판받고 있다.
제주항공 유가족 72명은 정부 및 항공사와 함께 공항공사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과 업무상과실치사상, 항공안전법 등을 위반 여부를 수사해 달라는 취지로 최근 고소했다.
이들은 또한 사고 규모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활주로 끝단 둔덕이 규정을 위반해 설치되고 유지관리 됐는지도 수사해달라고 요구했다.
공항공사는 2007년 무안항공 활주로 끝단에 둔덕을 설치한 후 2023년 콘크리트 상판을 추가해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보강공사를 시행했다.
인천, 김포 등 주요 국제공항에는 이런 돌출 콘크리트 구조물이 없으며 무안공항 둔덕이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항공 전문가들 사이에서 만만치 않다.
만약 둔덕의 설치·관리상 과실이 인정되면 공항공사는 형사·민사상 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
또한 공항공사는 무안국제공항의 교통량이 적다는 점에서 해당 사고 당시 조류충돌예방업무를 1인으로 운영했다.
▲ ‘제주항공 2216편 사고’ 유가족 72명은 13일 국토부 장관과 제주항공 대표, 한국공항공사 대표 등 15명을 수사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개 등을 목적으로 고소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무안국제공항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 동안 항공기와 새가 부딪히는 사고가 10건 발생했다. 조류 충돌 발생률로 치면 무안국제공항이 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14개 공항 중 가장 높다.
공항공사는 운항편수와 조류충돌 발생건수가 많은 김포·김해·제주 등 3개 주요 공항에 대해서는 조류충돌예방업무 인력을 활주로 별로 4명을 배치했다.
이뿐 아니라 공항공사는 산업재해 발생건수로 2022년 36건에서 2023년 39건, 2024년에도 39건 수준을 기록했다.
공항공사가 공항이용객 재해 발생건수를 2023년 34건에서 2024년 20건으로 줄이고 산업재해 사망자수가 3년 연속 없었던 점은 긍정적이지만 산업재해는 여전히 줄이지 못했다.
공항공사는 지난해 'D'를 받아들었는데 올해도 'D'이하를 받으면 직원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다만 공항공사는 이정기 사장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기관장 해임 건의 등의 절차는 진행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2024년 경영평가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에 대해 책임을 질 리더십 자체가 없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윤형중 전 사장이 지난해 4월 돌연 사퇴한 이후 현재까지 이정기 부사장 직무대행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신임 사장 공모에 5명이 후보로 나섰고 이 가운데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을 지낸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9월 취업 승인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국토부 차관으로서 6개월도 채 복무하지 않아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으며 낙마했다. 이후 12·3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공항공사 사장 공모 절차는 멈춰 있다. 공항공사 측에 신임 사장 공모와 관련해 문의했으나 이렇다할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