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력 저하될라" 한국 조선에 진한 러브콜, HD현대미포 HD한국조선해양 역대 최고가 경신
박재용 기자 jypark@businesspost.co.kr2025-05-21 16: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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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증권시장에서 조선주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조선업 협력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투자업계서도 조선주의 투자 비중을 늘리라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 21일 증권시장에서 HD현대미포와 HD한국조선해양 주가가 최고가를 경신했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 < HD현대중공업 >
21일 증권시장에서는 HD현대미포와 HD한국조선해양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이날 HD현대미포는 전날보다 5.13% 오른 18만2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 때는 18만4700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HD한국조선해양 역시 장중 29만5천원을 보이며 역대 가장 높은 가격을 경신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전날보다 4.3% 오른 29만1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HD현대마린엔진(6.46%) 삼성중공업(4.79%) 한화엔진(3.00%) 한화오션(2.06%) HD현대중공업(0.50%) 등 대형 조선주들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선박부품 업체 세진중공업은 이날 29.91% 급등해 상한가인 1만20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지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진중공업이 조선업 가치사슬(밸류체인) 상장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며 “과도하게 저평가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국내 조선주가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조선업체와 전략적 협력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위축된 조선업 기반을 단기간에 재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동맹국과 협력으로 보완하려는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함정 유지·보수(MRO)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 조선사의 아웃소싱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미국 공화당이 동맹국에서 함정 건조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미국의 조선 산업은 경쟁력 저하와 산업 지원 축소로 장기간 조선소 폐쇄가 이어지면서 현재에는 산업 기반이 크게 축소된 상황”이라며 “반면 중국은 금융 지원 등 정부의 지원과 풍부한 인프라 및 인력을 바탕으로 조선업을 육성해 2009년 이후 글로벌 1위의 시장 지위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국 간 조선 능력 차이는 해군력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으며 상선 부문에서도 조선 능력의 쇠퇴로 미국 국적의 상선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에 그쳤다”며 “미국은 국가 안보 유지나 해상 교역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조선업 부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시작된 한미 통상 협의 2차 실무 회담에서도 조선업 협력이 주요 사안으로 거론될 것으로 조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가운데)이 4월30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찾은 존 펠란 미국 해군장관(왼쪽 두번째)과 건조 중인 함정들을 살펴보고 있다. < HD현대중공업 >
16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와 회담을 진행한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1일에는 존 펠란 미국 해군장관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조선소를 방문해 정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만나 한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펠란 장관은 이날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이처럼 우수한 역량을 갖춘 조선소와 협력한다면 미국 해군 함정이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의 정책에 발맞춰 대응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고 미국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를 따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올해 4월 미국 헌팅턴 잉걸스사와 선박 생산성 향상과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투자 업계에서는 조선주의 투자 비중을 확대하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연승 NH투자 연구원은 조선업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을 제시하며 “2025년 상반기 한국 조선업체들의 주가는 시장 수익률을 크게 상회하는 강한 상승세를 보였고, 하반기에도 이런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수주 규모가 상반기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고, 정책적 지원과 실적 개선 효과도 연말로 갈수록 누적될 것”이라며 “HD현대중공업을 최선호 종목으로, 한화오션을 차선호 종목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도 조선업 비중확대 의견과 함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뿐만 아니라 국내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미국 조선업 시장 진출 가능성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단기적 관점에서 미국의 조선업 재건과 해군력 강화를 위한 과정에서 부족한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한국의 기자재 업체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용 기자